[86세대 사용설명서]투쟁·희생, 좌절·승리를 공유한 이들

[the300]민주당 현역의원 '절반'이 86세대…이중 62%가 '운동권'

‘운동권 86세대’는 광장에서 민주화 승리를 함께 만끽했다. 이들은 1987년 6월 항쟁이라는 강력한 ‘코호트(cohort, 동일한 사회적 공감대)’를 공유한다. 

정치권에서 말하는 ‘86세대’는 단순히 60년대에 태어나 80년대에 대학을 다닌 50대를 모두 포함하지 않는다. 대학교 총학생회와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를 중심으로 민주화 운동에 투신한 소위 ‘운동권’으로 의미를 좁힌다.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이 더불어민주당 현역의원을 전수조사한 결과 60년대생·80년대 학번 의원은 전체(128명)의 57%인 73명이었다. 이중 ‘운동권 86세대’는 62%인 45명이었다. 

◇경험을 공유한 ‘86세대’ = 투쟁과 희생, 좌절과 승리의 경험을 자산으로 가진 ‘운동권 86세대’는 30대 초중반인 2000년을 전후해 국회에 입성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젊은 피 수혈론’이 재야에 있던 이들을 제도권 정치로 이끌었다. 

고려대학교 총학생회장 출신인이인영(전대협 1기 의장)·오영식(전대협 2기 의장), 연세대학교 총학생회장 출신 우상호(전대협 1기 부의장)·송영길, 한양대학교 총학생회장 출신 임종석(전대협 3기 의장) 등이 새천년민주당으로 영입했다. 당시 국회의원이 된 사람은 송영길과 임종석 뿐이었다. 

2004년 제17대 총선은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역풍으로 덕에 ‘운동권 386’이 대거 국회에 진입했다. 일명 ‘탄돌이’다. 김태년·김현미·우상호·윤호중·이인영·최재성 등 여당 중진들도 이때 첫 배지를 달았다. 

16대와 17대 총선에서 국회에 들어온 ‘86세대’들은 젊은 정치인으로 기대를 모았다. 계파나 이해관계에 얽매이지 않고 명분과 정치신념에 따른 의정활동으로 정치개혁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바람이었다.

40대가 된 ‘86 세대’는 정당의 핵심요직을 도맡으며 하나의 정치세력으로 성장했다. 국회의원뿐만 아니라 광역·기초단체장, 지방의원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네트워크를 형성하기 시작했다. 

18대와 19대 총선에서 이춘석·이원욱·유은혜·전해철·김경협·박완주·박홍근 등이 새롭게 국회로 유입됐다. 몸집을 불린 ‘86세대’는 당내 486세대 정치인 모임인 ‘진보행동’까지 만들어졌다. 

하지만 ‘486 정치’는 당내 이해찬·김근태·신계륜·김부겸 등 운동권 선후배에 치여 ‘하청정치’, ‘계파·계보 정치’에 매몰됐다는 비판을 받기 시작했다. 2013년 ‘진보행동’은 공식해체를 선언했고 위기를 인정했다. 

사실상 ‘486정치’의 실패 선언이었다. 20대 국회 들어 ‘86 세대’는 주류를 다진다. 당 지도부·장관으로 국정을 책임진다. 평가는 다시 엇갈린다. 성숙했다는 시각과 고루해졌다는 비판이 공존한다. ‘86 세대’가 이룬 과거와 현재의 성공은 인정하지만 이들이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 지 의문을 던진다. 최근 ‘86세대’까지 겨냥한 용퇴론이 나오는 이유다. 

◇“마이 묵었다” vs “아직 할 일 많다” = 의도했건 아니건 ‘86세대’ 용퇴론을 불러온 게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다. ‘86세대’를 상징하는 그의 ‘잠정적’ 정계은퇴 선언 때문이다. 

‘86세대’ 중 한명이자 ‘불출마 선언’으로 관심을 모은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용퇴론’에 힘을 싣는다. 이 의원은 “‘86세대’의 마지막 역할은 젊은 세대에게 문을 열어주는 산파 역할”이라며 “국회에 연연해 이를 불쾌하게 여긴다면 꼰대스러운 일”이라며 작심비판했다. 

일찌감치 불출마 선언을 했기에 거리낌이 없다. 이 의원은 “세대로서의 역할은 마감됐으니 ‘나부터 비워줄게’라는, 자발적 불출마 흐름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반대 목소리도 만만찮다. 20~30대 정치권에 들어온 ‘86세대’ 중 다선을 한 일부 의원을 빼곤 국회에서 활동한 기간이 길지 않다. 오래 기간 ‘희생’했지만 정작 챙긴 과실은 많지 않다는 인식이다. 

‘86세대’ 막내격인 박홍근 민주당 의원은 “젊은 피로 수혈된 (86세대가) 당 대표를 하거나, 대통령이 되거나, 서울시장이 된 적이 있냐”며 “늘 선배들을 위해 노력했지 주역이 돼 일해 본 경험이 없는데 선거를 앞두고 한바탕의 희생양, 제사상 희생양으로 삼는 건 온당치 않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세대라는 획일적 잣대보다 실력으로 평가받아야 한다는 얘기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도 ‘86세대’ 그룹으로 묶어 무조건 퇴진해야 한다는 의견에 반대한다. 아직 정치권에서 해야할 역할이 있는 ‘86세대’도 많다는 이유에서다. 

같은 당 우원식 의원은 ‘86세대’로 묶여 겪은 어려움을 토로했다. 우 의원은 “기득권이기에 물러나야 하는 것이 아니라 그동안 쌓은 기량으로 수구 기득권 집단에 맞서 제대로 된 나라를 만드는 일에 앞장서도록 만들어야 한다”며 ‘86세대’의 소명을 밝혔다. 

김종민 민주당 의원은 “30년간 ‘86세대’가 정치권의 주역으로 있으면서 대한민국이 혁신에 얼마나 성과를 거뒀느냐를 한번 근본적으로 돌아볼 필요가 있다”면서도 “불출마만이 좋은 선택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남아 있는 사람들은 다시 한 번 반성하고 이번에는 모든 걸 던져 대한민국 혁신을 해보겠다는 마음가짐을 먹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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