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도 국회도 우왕좌왕…北 ICBM-이동식발사대 논란 왜?

[the300]서훈 “정의용 발언은 팩트, 군당국 발언은 평가…모순되지 않는다”

【서울=뉴시스】이종철 기자 =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하여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19.11.01. [email protected]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은 기술적으로 이동식발사대(TEL)로 발사하기 어렵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의 해당 발언을 놓고 국방부와 국가정보원 등 관계부처는 물론 국회 내부에서도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정 실장은 지난 1일 국회 운영위원회 청와대 국정감사에서 “동창리 미사일 시험장이 폐기되면 ICBM은 발사하지 못하게 된다”며 “지금 저희가 볼 때는 ICBM은 TEL로 발사하기 어렵다”고 했다.

육군중장 출신으로 합동참모본부 차장을 역임한 김유근 국가안보실 1차장도 “현재 북한의 능력으로 봐서 ICBM을 TEL로 발사하기는 힘들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 안보라인의 이런 발언이 논란이 된 것은 TEL을 이용한 ICBM 발사 장면이 포착된 바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2017년 7월 4일과 28일 ‘화성-14형’, 같은 해 11월 29일 ‘화성-15형’ 발사 당시 TEL로 미사일을 옮겨 지상 거치대에서 쐈다.

정 실장 등의 언급은 김영환 합동참모본부 정보본부장이 지난달 8일 합참 국감에서 "북한(의 기술)은 현재 TEL로 ICBM을 발사 가능한 수준까지 고도화돼 있다"고 언급한 것과 맞물리면서 청와대가 위협의 실체를 축소하고 있다는 논란으로 번졌다.

◇대화 모멘텀 이어가려는 靑, 안보 낙관론 논란

【워싱턴=AP/뉴시스】6일(현지시간) 북한 전문 매체 38노스는 북한 서해 미사일 발사장 위성 사진 분석을 통해 발사장 복원 움직임이 감지됐다고 전했다. 이번 복원 감지는 지난 2월 28일 결렬된 북미정상회담 이후 진행된 것이어서 북한이 미국을 압박하기 위한 카드라는 분석도 있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다소 실망스럽다"고 말했으며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북한이 미사일 활동을 시작했다고 단정 짓기엔 아직 이르다"고 밝혔다. 2019.03.08.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청와대 안보실의 설명은 ICBM 발사에 TEL이 이용되긴 했지만 TEL에 미사일을 싣고 이동해 거치한 뒤 직접 발사까지 하는 ‘완성된 형태’가 아니었다는 점에서 "TEL에서 ICBM을 발사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 폐기의 의미를 부각하고, 북한의 핵실험·ICBM 모라토리엄(유예) 상황을 강조하면서 한반도 대화 모멘텀을 이어가려는 정치적 판단도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도 지난해 9월 미 언론 인터뷰에서 "동창리가 폐기되면 북한은 다시 미사일 시험발사 도발을 할 수 없게 된다. 북한이 핵과 미사일로 미국을 위협하는 일은 완전히 없어졌다고 말할 수 있다"고 했다.

◇정의용 발언 해명에 진땀 뺀 국방부

【서울=뉴시스】이종철 기자 =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하여 2020년도 예산안에 대해 제안설명을 하고 있다. 2019.11.04. [email protected]

국방·정보당국은 청와대 입장과 결이 다소 다른 분석을 내놨다. 국방부와 국정원은 TEL을 미사일 운반용으로만 사용했다고 해도, TEL에서 ICBM을 발사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지난 4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TEL로 미사일을 옮기고 나서 고정식 발사대로 발사한 것도 있고 지지대를 받쳐서 발사하기도 했다. 의미상 해석 차이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정 실장과의 인식차를 인정했다.

정 장관은 “정 실장의 경우 안보실장의 위치에서 모든 것을 고려하면서 답변한다"며 "TEL의 기본 능력과 관련, 움직여서 바로 쏜 게 아니라 고정식 발사대나 지지대 등을 사용해 발사했다는 차원에서 답변한 것으로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국정원 “팩트와 평가의 차이”

【서울=뉴시스】국회사진기자단 = 서훈 국정원장이 4일 오전 서울 서초구 국가정보원에서 열린 국회 정보위의 국정원 국정감사에 참석해 감사 시작을 기다리며 물을 마시고 있다. 2019.11.04. [email protected]

서훈 국정원장은 이번 논란이 “팩트와 평가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했다. 그는 4일 국회 정보위원회 국감에서 “북한이 과거 TEL에서 발사한 적이 있다. 최근에는 기능에 문제가 있는지 TEL을 이동하는 데만 쓰고 미사일은 거치대에 올려 발사했다. 이는 팩트”라고 했다.

이어 “국방정보본부에서 북한이 ICBM을 TEL에서 발사할 능력을 갖춘 것 같다고 하는 것은 평가다. 두 개는 별개”라며 “팩트와 평가는 다른 것이다. 서로 모순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정 실장의 발언은 북한이 TEL로 직접 ICBM 발사까지 완료할 수 있는 단계까지는 이르지 못했다는 ‘팩트’, 김영환 정보본부장이 TEL로 ICBM을 발사 가능한 수준까지 고도화됐다고 한 것은 군 당국의 ‘평가’라는 얘기다.

◇국회 정보위도 ‘오락가락’

【서울=뉴시스】국회사진기자단 = 서훈 국정원장과 간부들이 4일 오전 서울 서초구 국가정보원에서 열린 국회 정보위의 국정원 국정감사에 참석해 감사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왼쪽부터 이석수 기획조정실장, 최용환 1차장, 서훈 원장, 김상균 2차장, 김준환 3차장. 2019.11.04. [email protected]

서 원장의 ICBM-TEL 관련 발언을 여야 간사가 브리핑한 이후 정보위 내부에서도 혼선이 벌어졌다.

야당 간사인 이은재 자유한국당 의원은 서 원장이 ‘TEL에서 ICBM을 싣고 일정한 지점에 발사대를 거치한 뒤 발사하는 것도 TEL이 맞느냐’는 질문에 “TEL이 맞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이 의원은 “(북한 TEL 능력의 평가에 대한 정부 내 엇박자가 있어서) 이런 답변을 얻어 낸 것”이라며 “오늘 질의를 통해 서 원장으로부터 TEL로 볼 수 있다는 정확한 답변을 받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혜훈 정보위원장은 이후 정정 브리핑에서 서 원장이 언급한 ‘팩트와 평가는 다르다’는 입장을 언론에 전달했다. 이 위원장은 “고정된 시설물에 올려놓고 쏜 것이 팩트, TEL 발사 능력을 갖췄다는 것은 평가라 모순되지 않는다는 게 서 원장의 대답”이라고 했다.

이 위원장에 따르면 정 실장은 자신의 발언이 논란이 되자 서 원장에게 ‘발언에 오해의 소지가 있었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정 실장은 문 대통령 순방 수행차 지난 3일 태국으로 떠나기 전 서 원장에게 “TEL과 관련해 정정하고 싶은 것이 있는데 정정할 기회가 없이 출장을 가야 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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