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한국당 삭발식이 '쇼'로 끝나지 않으려면…

[the300]

"위잉~ 그르르르르륵" 

2일 국회 본청 앞에서 열린 ‘문재인 좌파독재정부의 의회민주주의 파괴 규탄 삭발식’. 전동식 이발 기계를 켜자 길었던 머리가 사정없이 잘려 나갔다. ‘2대 8’ 가르마를 따라 단정하게 빗어넘겼던 머리는 어느새 맨살을 드러냈다. 삭발식에 참여한 자유한국당 김태흠·윤영석·이장우·성일종 의원과 이창수 충남도당위원장의 표정은 비장했다. 응원 나온 일부 당원들은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국회의원들의 삭발식은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4당이 선거법 개편안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안, 검경수사권조정안 등을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한 것에 대한 항의 표시다. 

한국당은 패스트트랙 지정 과정에서 절차적 정당성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한다. 선거제도 만큼은 지금까지 여야 합의에 의해 처리해오던 관행을 무시한 ‘다수의 횡포’라고도 말한다.

반면 여야4당은 국회법에 따라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재적위원 5분의 3 이상이 찬성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한다. 패스트트랙 지정에 대해 한국당의 반대논리는 ‘관행’이고 여야4당의 찬성논리는 ‘법’이다. 

양측의 논리가 충돌하는 가운데 패스트트랙 열차는 법적절차에 따라 이미 출발했다. 한국당은 앞으로도 릴레이 삭발투쟁을 이어 나가겠다고 한다. 전국적 장외투쟁도 지속할 계획이다. 그러나 항의의 표시는 그만하면 충분하다. 한국당의 결기도 전달됐다. 이제는 그것이 보여주기식 쇼가 아니라 ‘진정성’있는 행동이었음을 보여줄 차례다. 

법안이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되면 본회의 상정까지 최장 330일(상임위 최장 180일, 법제사법위원회 최장 90일, 본회의 부의 최장 60일)이 걸린다. 한국당이 진정으로 여야4당이 합의한 선거제 개편안과 사법제도 개편안에 반대한다면 협상테이블로 돌아와 자신들의 의견을  법안에 반영하면 된다. 

본질은 미뤄둔채 ‘투쟁’만 한다면 국민들은 ‘싸움을 위한 싸움’, ‘발목잡기’로 이해할 수 밖에 없다. 330일동안 치열하게 협상하고 ‘정치력’을 보여줄 때 국민들은 한국당이 싸우고 삭발한 이유를 알아줄 것이다.
사진제공=김민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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