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출구 없는 '패스트트랙 정국'…바른미래, 강행vs봉합 '갈림길'

[the300]민주·한국 '맞고소'로 확전…유승민 "불법 사보임 취소하라"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안과 앞에서 애국가를 제창하고 있다. /사진=김창현 기자

선거제 개편안 등의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 지정 문제를 두고 여야가 '대치 정국'을 지속하는 가운데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거대 양당이 '맞고발전'으로 맞서면서 타협의 여지가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내홍에 빠진 바른미래당의 패스트트랙 추진 동참 여부도 오리무중이다.

 

29일 국회에 따르면, 여야 지도부 간 맞불 고발에 이어 더불어민주당은 추가 고발을 예고했다. 자유한국당은 투쟁을 멈추지 않겠다고 엄포했다.

 

각 당은 의원, 보좌진 등에게 몸싸움 당시 폭력행위를 촬영한 사진이나 동영상 제보를 독려하는 등 고발을 위한 자료를 수집하고 있다. 이를 근거로 의원들과 보좌진, 당직자까지 추가로 고발하겠다는 계획이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에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대치 정국과 관련된 내용의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홍영표 원내대표를 지나 예결위회의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이동훈 기자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전날 긴급 기자회견에서 "내일(29일) 추가적으로 저희 증거자료들을 첨부해서 (한국당 관계자들을) 추가 고발할 것"이라며 "신속처리법안이 통과될 때까지 국회선진화법에 따라 회의질서유지를 방해하는 국회의원이든 보좌관이든 당직자든 예외 없이 고발하겠다"고 경고했다.

 

정의당도 나경원 원내대표 등 회의를 막은 한국당 의원들을 이날 오후 고발할 방침이다. 정의당 소속의 심상정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 위원장은 전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어떠한 예외 없이 반드시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것이 저와 정의당의 생각"이라며 "불법 폭력 사태를 또 유야무야 넘기면 그것이 바로 헌정유린 국정농단 씨앗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나경원 원내대표 등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대치 정국과 관련된 내용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이동훈 기자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도 전날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는 불법에 저항하기 위해 단순 연좌시위를 했다. 분명히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며 "한국당 의원 전원이 고발된다고 해도, 투쟁을 멈추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나 원내대표는 "누가 제1야당을 향해 주먹을 휘두르고, 흉기를 가져왔으며, 우리 의원들을 병원으로 보냈나"라며 "더불어민주당은 '채증부대'까지 동원해 계획된 도발을 했고, '빠루'(노루발못뽑이), 망치까지 들고 왔다"고도 주장했다.

 

폭력·국회의원 감금·회의실 점거 등으로 '동물국회'라는 오명을 쓴 여야는 지난 주말에는 물리적 충돌을 자제하고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다만 여야는 국회에서 비상대기조를 구성해 '긴급 상정' 등 돌발상황에 대비했다.

 

한국당은 총 102명 의원으로 구성된 24시간 비상대기조를 운영해 정개특위 회의장을 막았다. 지난 27일에는 서울 광화문에서 문재인 정부 규탄대회를 여는 등 장외투쟁도 이어갔다. 민주당도 패스트트랙 법안 소관 상임위인 정개특위와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소속 의원들을 국회 및 인근에 대기시켰다.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가 2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의원총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이동훈 기자

여야는 이번 주 초부터 패스트트랙 지정을 놓고 다시 본격적으로 공방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패스트트랙 추진의 '캐스팅보트'를 쥔 바른미래당이다. 당 지도부의 '오신환·권은희 의원 강제 사보임' 논란이 당내 반발을 사면서 추진 여부가 불투명하다. 당 지도부가 패스트트랙을 밀어붙일지, 당내 이견을 먼저 봉합하는데 중점을 둘지가 관건이다.

 

앞서 김관영 원내대표는 공수처 설치법에 반대한 사개특위 위원인 오신환·권은희 의원을 각각 채이배·임재훈 의원으로 교체했다. 이에 당초 지도부에 호의적이었던 안철수계 의원들마저도 등을 돌렸다. 당 지도부의 무리한 패스트트랙 추진에 유승민계‧안철수계가 연합해 반발하는 모양새다.

 

정개특위와 사개특위 재적위원은 18명씩으로 재적 5분의 3, 즉 11명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이번 패스트트랙에 합의한 여야 4당 의원 수는 정개특위의 경우 민주당 8명, 바른미래당 2명, 평화당 1명, 정의당 1명 등 총 12명이다. 사개특위도 민주당 8명, 바른미래당 2명, 평화당 1명 등 총 11명이다. 바른미래당의 협조가 절대적인 상황이다.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이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대치 정국과 관련된 내용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이동훈 기자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은 전날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김관영 당 원내대표 등을 향해 오신환, 권은희 의원의 '불법 사보임' 취소를 요구하는 한편, 바른미래당을 비롯해 민주당·한국당 등을 상대로 설득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유 의원은 민주당과 한국당을 향해 "민주당은 패스트트랙을 해제하고 두 특위의 정상적인 운영을 국민 앞에 약속해 주시라"며 "한국당은 지난 12월의 합의정신에 따라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진정성 있는 선거법 개정안을 내놓고 정개특위와 사개특위에 진지한 자세로 참여할 것을 국민 앞에 약속해 주시라"고 말했다.

 

김관영 원내대표와 손학규 대표 등 바른미래당 지도부를 향해서는 "오신환, 권은희 의원의 불법 사보임을 당장 취소하고 원위치로 돌려서 이 두 분이 사개특위에서 양심과 소신에 따를 수 있도록 하시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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