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실크로드'의 관문에서…철도는 서울까지 이어지고 싶다

[the300][르포]카자흐 호르고스 내륙항에서 꿈꾸는 철의 실크로드

/사진=최경민 기자, 그래픽=이승현 기자
하늘을 찌를 듯한 톈산산맥을 배경으로 펼쳐진 끝이 보이지 않는 초원. 그 대지 위에 철마가 달리고 있었다. 이곳의 이름은 호르고스(Khorgos). 철의 실크로드가 카자흐스탄을 거쳐 중국과 유럽으로 향하는 곳이다. 

"호르고스는 바다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내륙항만(dry port)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난 15일 이곳에서 만난 카하르만 야진(Kaharman Jazin) 호르고스 국경협력센터장은 이같이 말했다. 이날도 중국에서, 유럽에서 온 기차에 실린 화물들을 옮기는 작업이 바쁘게 이뤄지고 있었다.

중국을 지나온 표준궤(폭 1435mm) 철도가 중앙아시아·러시아·동유럽의 광궤(폭 1520mm)로 바뀌는 지점이 바로 호르고스다. 유라시아 실크로드를 다니는 화물이 반드시 환적을 해야 하는 곳. 각종 검사를 거쳐 표준궤↔광궤로 환적하고 출발하는 데 약 3시간55분이 걸린다.

이곳을 기점으로 물류는 유라시아 전 지역으로 뻗어나간다. 유럽에서 오는 화물기차는 호르고스를 거쳐 톈산산맥을 넘어 중국으로 들어간다. 중국의 화물은 호르고스부터 카자흐스탄의 초원을 가로질러 러시아로 가 유럽철도와 만난다. 단 16일이면 중국 베이징에서 독일 함부르크까지 갈 수 있다. 수에즈 운하를 이용한 해운(45일)의 3분의1 밖에 시간이 들지 않는다.

다른 루트도 있다. 호르고스에서 출발한 열차는 카스피해의 카자흐스탄 항구도시 악타우로 향할 수도 있다. 악타우에서는 페리에 기차를 실어 아제르바이잔의 바쿠로 가는 게 가능하다. 코카서스·흑해 지역으로 한 번에 이동하는 셈이다. 이외에 호르고스→우즈베키스탄→이란→터키를 거쳐 유럽으로 향하는 노선도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1일 우즈베키스탄을 떠나며 "우리 국민들이 기차를 타고 유라시아 대륙을 지나 타슈켄트역에 내릴 수 있도록 꼭 만들어보겠다"고 했는데, 이같은 구상의 실현을 위해 반드시 지나야 하는 곳이 호르고스다. 신북방경제협력위원회가 제시했던 흑해·카스피 지역 진출 비전을 실현시키기 위해서도 호르고스를 지나야 한다.
 
티무르 샤이메르게노프(Timur Shaimergenov) 카자흐스탄 외무부 국제정보위원장은 "유라시아 철도는 카자흐스탄을 통해 나아간다. 지난 5년 동안 무역이 75~80% 증가하고 있다"며 "유럽·중국·중동을 다 연결하고, 한국이나 일본까지도 나아 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톈산산맥을 배경으로 유라시아 대륙을 가로지르고 있는 '철의 실크로드'/사진=최경민 기자.
카자흐스탄과 중국 정부는 아예 호르고스를 자유경제지대로 삼고 유라시아 물류허브로 만들 구상을 하고 있다. 자유경제지대는 전체 면적 5.28㎢로, 내륙항만 뿐만 아니라 전시장·판매장·창고·수송·호텔 등으로 구성된다. 이를 지원하기 위한 산업지구 등 경제개발구역은 약 40㎢에 달한다. 물류가 교차하는 곳 답게 장마당도 만들어져 사람들이 짐을 이고 바삐 오고간다.

물동량은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2015년 4339TEU(1TEU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개)에 불과했던 호르고스 처리 물량은 2018년 9만2652TEU에 달했고, 올해는 13만3922TEU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2022년에 33만142TEU까지 성장하는 게 목표다.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앞세운 중국의 영향이 크다. 중국은 30억 달러(3조4000억원) 상당의 투자를 호르고스에 이미 한 상황인데, 추가적으로 지갑을 열 것으로 보인다. 카자흐스탄 정부는 중국을 중심으로, 2023년까지 4470억 텡게(1조3500억원)의 투자를 추가로 유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호르고스 현장과 수도 누르술탄에서 만난 카자흐스탄 정부 관계자들은 신 실크로드에 막대한 자본을 쏟고 있는 중국과의 협력에 대체로 큰 관심을 갖고 있었다. 실제 카자흐스탄 정부 측이 보여준 신 실크로드 지도들의 시작점은 모두 중국이었다. 한반도는 아예 지도에 없거나, 얇은 선을 이어놓은 게 다였다. 

북한의 존재로 한국과는 직접적으로 철도가 연결되지 않은 탓이다. 한반도를 유라시아 철의 실크로드에 포함시키기 위해서는 북한의 비핵화에 따른 남북평화가 그만큼 절대적이라는 사실을 절감할 수 있었다. 카자흐스탄 역시 자발적인 비핵화를 통해 신 실크로드의 중심지로 떠올라 경제성장을 꿈꿀 수 있게 됐다. 

샤이메르게노프 위원장은 "카자흐스탄은 언제나 평화를 만드는 방식을 취해왔다"며 "(북한의) 비핵화와 같은 문제에 협력하는 것이 우리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5일(현지시간) 카하르만 야진(Kaharman Jazin) 카자흐스탄 호르고스 국경협력센터장이 호르고스와 철의 실크로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철의 실크로드에 한국은 거의 배제된 모습이다./사진=최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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