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카자흐서 끝까지 찾으려고 한 곳 '홍범도 묘소'

[the300]공군1호기 현지공항 이착륙 불가, 2호기 계봉우 등 봉환식에 무산

카자흐스탄 키질오르다에 있는 홍범도 장군의 묘소/사진=독립기념관
"홍범도 장군의 유해봉환이 이번에 어렵다면, 묘소에는 참배할 수 있도록 일정을 만들라."

문재인 대통령은 이달초 중앙아시아 3개국(투르크메니스탄·우즈베키스탄·카자흐스탄) 순방 준비를 하는 과정에서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홍범도 장군의 묘는 카자흐스탄 크질오르다에 있다.

카자흐스탄 방문 때 독립지사 계봉우·황운정 선생의 유해봉환이 이뤄진다는 보고를 받은 문 대통령은 "홍범도 장군의 유해는 어떻게 되는거냐"고 물었고, "북한과의 관계 때문에 어렵다"는 답을 들었다. 

북측이 평양이 고향인 홍범도 장군에 대한 정통성을 주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과거 우리 정부가 유해봉환을 추진했을 때도 북측이 반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카자흐스탄 현지에서 남북 외교전이 벌어지자 현지 고려인들이 "그냥 크질오르다 묘역을 유지하자"고 매듭지었다고 한다. 장군의 유해가 아직 이역만리 카자흐스탄에 있는 이유다. 

문 대통령은 그럼에도 "남북관계와 홍범도 장군의 유해봉환은 별개의 문제"라며 즉각 추진을 지시했다. "시간이 촉박해 이번 카자흐스탄 국빈방문 때 모셔오는 게 쉽지 않다"고 참모진이 최종 보고하자, 문 대통령은 결국 홍범도 장군의 묘라도 직접 찾아가 예를 갖추겠다는 뜻을 밝혔다.

우리 측도, 카자흐스탄 측도 방문을 코앞에 둔 시점에서 떨어진 문 대통령의 특별지시에 분주해졌다. 대통령의 해외 순방 일정과 동선의 변화는 경호 측면에서 민감하고 중요한 이슈다. 홍범도 장군의 묘가 있는 크질오르다는 작은 도시로 문 대통령의 카자흐스탄 동선(알마티→누르술탄)에 포함된 곳도 아니었다.

문 대통령은 결국 홍범도 장군의 묘에 참배하지 못했다. 크질오르다에 가려면 항공편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데 보잉 747-400 기종인 공군1호기가 뜨고 내릴 정도로 크질오르다 공항이 크지 않았던 점이 발목을 잡았다. 

작은 공항에 이착륙이 가능한 공군2호기(보잉 737-3Z8) 운용도 불가능했다. 카자흐스탄에서 공군2호기는 계봉우·황운정 선생의 유해봉환이라는 막중한 임무를 갖고 있었다. 지난 21일(현지시간) 카자흐스탄 누르술탄국제공항에서 계봉우·황운정 선생의 유해를 실은 채 출발했던 공군2호기는 22일 오전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했다.

지난해 평양 남북 정상회담 당시 공군2호기를 활용해 백두산을 찾았던 방식도 쓰지 못한 것이다. 백두산의 관문인 삼지연공항도 공군1호기가 이착륙을 할 정도로 크지 않았던 문제가 있었어서, 문 대통령은 당시 공군2호기를 타고 백두산을 방문했었다.

이번 카자흐스탄 방문을 계기로 한 홍범도 장군의 유해봉환과 묘소참배가 모두 어긋나자, 문 대통령은 대신 '빠른 시일 내 유해봉환'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직접 피력했다. 아예 한국-카자흐스탄 정상회담의 의제로 올렸다.

문 대통령은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대통령에게 "크질오르다에서 서거한 홍범도 장군은 우리 독립 운동사에서 최고로 추앙받는 인물"이라며 "총사령관으로서 봉오동 전투와 청산리 전투에서 승리를 거뒀고 내년이면 (전투) 100주년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래서 한국 국민은 올해, 늦어도 내년 (봉오동·청산리전투) 100주년에는 유해를 봉환했으면 좋겠다는 열망이 뜨겁다"고 강조했다.

이에 토카예프 대통령은 "홍범도 장군의 역사적 의미를 잘 알고 있고, 그 점을 존중한다"며 "외교, 법률적으로 검토하고 있고, 이 이슈를 협의할 수 있도록 외교장관에게 지시했다. 내년 행사 때까지 해결될 수 있도록 직접 챙기겠다"고 답했다. 

한편 홍범도 장군은 1868년 평양 태생으로 한반도 북부와 만주를 무대로 무장 독립투쟁을 했다. 소련의 지도자 이오시프 스탈린의 한인강제이주정책에 의해 카자흐스탄 크질오르다로 강제이주 당했고, 그곳에서 1943년 서거했다. 현지 고려인 극장의 경비를 서거나 표를 팔며 쓸쓸한 말년을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누르술탄(카자흐스탄)=뉴시스】박진희 기자 = 카자흐스탄을 국빈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21일 오후(현지시각) 카자흐스탄 누르술탄 국제공항에서 3·1 운동·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독립운동가 계봉우·황운정 지사 유해 봉환식에 참석해 유해와 유족이 탄 공군2호기에 인사하고 있다. 2019.04.21. pak7130@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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