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고르디우스' 김의겸 "구차한 변명이지만, 몰랐다..제탓"

[the300]부동산 논란·文 국정부담에 靑 대변인 사퇴..후임 찾아야

김의겸 대변인이 28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북미회담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19.02.28. pak7130@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사진=박진희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29일 사의를 밝힌 건 부동산이라는 민감한 사안이 걸린 데다 대변인의 신상 문제가 문 대통령의 외교, 경제 등 국정수행에 지장을 준다는 점을 고려한 결정이다. 그의 상가매입 문제가 공론화한 건 28일 오전. 당일엔 적극 해명하기도 했으나 논란이 가라앉지 않았고 사실상 하루만에 매듭을 끊듯 거취를 정할 수밖에 없었다.

첫째 부동산 문제라는 사실이 가볍지 않았다. 지난 28일 관보에 게재된 고위 공직자 재산 공개 결과 김 대변인은 서울 동작구 흑석동에 25억7000만원짜리 주상복합 2층 건물을 산 것으로 확인됐다. 시기와 위치, 방법과 조건이 다 문제시됐다.

이곳은 재개발 지역인 '흑석9구역'이다. 매입시기는 지난해 7월이다. 9·13 대책을 내기 전, 서울 집값이 가파르게 올라 위기감이 커지던 때다. 그는 은행 대출로만 10억원을 받았다. 본인의 기존 재산보다 비싼 건물에 '올인'했다. '빚내서 집사라'는 박근혜정부의 분위기대로 움직인 셈이다.

청와대 직원용 아파트(관사)에 입주, 결과적으로 해당 건물을 사는 조건이 된 게 아니냐는 의혹도 이어졌다. 충남 공주에 살아 서울에 마땅한 거처가 없던 박수현 전 대변인이 머문 대경빌라(대통령 경호실 빌라)의 한 세대를 서울에 살고 있던 김 대변인도 이용했다. 김 대변인은 관사에 거주한 덕에 기존 서울 종로 옥인동 전세계약금(4억8000만원)을 돌려받았고 이 돈도 이번 건물 매입에 썼다. 

문재인정부는 출범 초부터 '부동산 문제'에 사활을 걸었다. 참여정부 부동산정책의 논란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부동산가격이 실제 경제와 민생에 영향도 컸다. 때문에 김 대변인의 결정은 문재인 정부 청와대 대변인으로 부적절한 행동이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김 대변인은 시세차익을 노린 투기라거나 딱지 의혹 등이 나오자 집값이 하락세라고 해명했지만 먹히지 않았다. 

둘째 이런 논란이 문 대통령 발목을 잡는다는 측면도 컸다. 재산공개로 김 대변인 재산 논란이 터진 28일, 문 대통령은 취임 후 처음 청와대로 외국인투자기업 대표들을 불러 한국에 투자하라는 세일즈 활동을 폈다. 이 같은 문 대통령 활동을 적극적으로 알리는 역할이 대변인인데 그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이라 할 '신뢰성'에 흠집이 간 것이다. 게다가 국민적 관심도 대통령의 일정보다 대변인의 재산에 쏠렸다. 김 대변인 자신은 물론, 청와대도 거취정리로 결정을 낸 배경이다.

문 대통령이 즉각 사표를 수리할지, 후임자 내정 후 김 대변인이 정식 사퇴할지는 불확실하다. 사실상 '29일에 와서 29일에 떠나는' 대변인이 됐다. 한겨레신문 기자 출신 김 대변인은 지난해 1월29일 대변인에 내정 발표됐고 2월2일 공식 임명돼 '대통령의 입'으로 일했다. 

그는 남북미 협상이 속도를 내던 지난해 3월,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 문제에 대해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끊듯 일괄 타결할 수 있다"고 전망해 화제가 됐다. 알렉산더 왕의 일화에 나오는 고르디우스의 매듭 끊기는 기존 프로세스를 넘어서는 과감한 결단을 뜻했다.

문 대통령이 다음달 10~11일 한미정상회담을 위해 미국을 방문하는 만큼, 그전엔 후임 대변인을 정해 '소통공백'을 최소화할 전망이다. 외부발탁일 수 있지만 청와대 사정을 잘 아는 내부 인사가 대변인 역할을 맡을 가능성도 있다. 
【평양=뉴시스】평양사진공동취재단 박진희 기자 = 김의겸 대변인이 19일 오후 고려호텔에 마련된 프레스센터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평양 방문 3일차 일정을 긴급 브리핑하고 있다. 2018.09.19. photo@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29일 "알았을 땐 되돌릴 수 없는 지경..그것도 제 탓"= 한편 김 대변인은 입장문에서 "(기자) 여러분들 앞에서 해명을 하면서도 착잡했다"며 "여러분의 눈동자에 비치는 의아함과 석연찮음을 읽을 수 있었다. '아니 다 좋은데, 기자생활을 30년 가까이 한 사람이 이런 일이 벌어질지도 몰랐던 거야' 그런 의문일 것"이라고 했다.

그는 "너무 구차한 변명이어서 하지 않으려고 했지만 떠나는 마당이니 털어놓고 가겠다"며 "(논란이 될 줄) 네, 몰랐습니다"라고 밝혔다. 

그는 "아내가 저와 상의하지 않고 내린 결정이었다. 제가 알았을 때는 이미 되돌릴 수 없는 지경이었다"며 "이 또한 다 제 탓"이라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내 집 마련에 대한 남편의 무능과 게으름, 그리고 집 살 절호의 기회에 매번 반복되는 ‘결정 장애’에 아내가 질려있었던 것"이라며 "궁금한 점이 조금은 풀렸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대변인 직무에 대해선 "싸우면서 정이 든 걸까요. 막상 떠나려고 하니 청와대 출입기자들의 얼굴이 맨 먼저 떠오른다"며 "돌이켜보면 저 같이 ‘까칠한 대변인’도 세상에 없을 것"이라 말했다. 

그는 "여러분이 싫어서는 결코 아니다"며 "여러분 뒤에 있는 보도 책임자들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보수 언론들이 만들어내는 논리에는 정면으로 반박하고 싶었다"며 "그렇지 않은 언론사라도 잘못된 주장에 휩쓸리지 말라고 외치고 싶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하려고 했던 건 ‘언론과의 건강한 긴장관계’였다. 하지만 번번이 감정적으로 흐르고 날선 말들이 튀어나왔다"고 말했다. 이어 "다 제 미숙함 때문"이라며 "깊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여러분들의 보도를 보니 25억을 주고 산 제 집이 35억, 40억의 가치가 있다고 하더라"며 "사고자 하는 사람을 소개시켜주시기 바란다. 시세차익을 보면 크게 쏘겠다"고 했다. 그러나 "농담이었다"며 "평소 브리핑 때 여러분들과 농담도 주고받으면서 가볍고 부드러운 분위기에서 얘기하고 싶었는데 그러질 못했다. 이렇게라도 풀고 간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박진희 기자 =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30일 오전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마치고 사무실로 돌아가고 있다. 김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연내 답방과 관련해 여러가 지 시나리오를 마련해 놓고 준비 중이며, 모든 가능성을 열고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2018.11.30. pak7130@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사진=박진희 기자

28일 "투기 아냐..노모 모시고 상가 임대료 도움받으려"= 김 대변인은 지난 28일엔 "투기라고 보는 시각이 있는데 이미 집이 있는데 또 사거나 아니면 시세차익을 노리고 되파는 경우가 (투기에) 해당된다"며 "저는 그 둘 다에 해당되지 않는다. 투기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결혼 이후 30년 가까이 집 없이 전세를 살았다. 지난해 2월부터 청와대 관사에서 살고 있는데 (대변인 직은) 언제 나갈지 알 수 없는 자리"라며 "(관사에서) 나가면 집도 절도 없다. 그래서 집을 사자고 계획을 세웠는데, 이 나이에 또 전세를 살고 싶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김 대변인은 "재개발이 완료가 되면 아파트와 상가를 받을 수 있다"며 "팔순 노모가 혼자 살고 있는데 제가 장남이다. 그동안 전세를 살면서 어머님을 모시기 쉽지 않아서 좀 넓은 아파트가 필요했다. 청와대를 나가면 수익이 없기에 아파트 상가 임대료를 받아서 도움을 받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노모를 모실 집과, 퇴직 후 삶을 위한 투자였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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