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中 카디즈 침범, 미온 대응이 화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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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지난해 11월 중국 런궈창 국방부 대변인이 정례브리핑을 하고 있다. 최근 중국 군용기가 수차례 한국방공식별구역(카디즈·KADIZ)을 침범한데 대해 중국 국방부가 “국제법에 부합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 사진 = 뉴시스


새해 들어 잠잠하던 중국 군용기의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카디즈)침범이 또 시작됐다. 중국 최신예 정찰기인 'Y-9계열' 군용기 1대가 지난 23일 카디즈를 3차례 무단진입했다. 올 들어 처음 카디즈를 침범한 것인데 이번에는 울릉도와 독도 사이를 휘젓고 다녔다. 중국 군용기가 이 공역을 통과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인근 해상에 있던 자국 함정과 교신하는 등 사실상 군사훈련을 실시했다는 분석도 있다.

카디즈란 자국 영공으로 접근하는 군용항공기를 조기에 식별하기 위해 설정한 가상의 선이다. 영공을 지키기 위한 일종의 완충지대다. 사고를 막기 위해 다른 나라 군용기가 진입할 때 미리 통보해달라고 요청한다. 이곳에 진입할 때는 당사국에 미리 통보하는 게 국제 관례다. 하지만 중국은 매번 이러한 통보 없이 카디즈에 무단 진입한다. 지난해 군이 공개한 사례만 8번이다.

중국의 카디즈 침범은 군사정보 수집과 외교적 영향력 확대가 가장 큰 이유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우리 공군이 대응 출격하는 과정에서 송출되는 신호를 수집하고 대공 방어체계 작동을 유도, 각종 장비와 무기체계에서 발신되는 신호정보를 파악하려는 의도가 숨겨져 있다. 이번에 침범한 Y-9계열 정찰기는 중국이 자체 개발한 전자전 장비를 탑재하고 있으며 신호정보 탐지거리는 900㎞ 정도로 알려져 있다.

새로운 국면에 접어든 남북 및 북미관계에서 차이나 패싱(China passing·중국 소외)을 우려, 의도적 침범을 되풀이한다는 견해도 있다. 이번 카디즈 침범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제2차 북미정상회담이 열리는 베트남 하노이로 가기 위해 평양을 출발한 당일 이뤄졌다. 자신들의 무력 범위를 확대하면서 북한과 미국의 관계 개선 움직임에 불편한 심기를 이런 식으로 노출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우리 정부의 미온적 대처다. 매번 같은 수위의 대응이 되풀이되면서 중국이 아무런 부담 없이 카디즈를 제집 드나들 듯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방부와 외교부는 이번에도 주한 중국 국방무관과 공사참사관을 각각 초치해 카디즈 침범에 항의했다고 밝혔다. 군 당국은 감시 비행, 경고 방송 등 정상적인 전술 조치를 했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정부 차원에서 중국 측에 유감을 표명하고 재발방지를 요구하는 조치가 병행돼야 한다. 카디즈 침범 공역에 우리 전투기의 초계활동을 강화하는 등 군사적 조치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고려해야 한다. 중국군의 정찰 범위가 한반도 주변 해역과 공중으로 확대되면 한국군에 대한 정보수집 활동이 노골화 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충돌을 피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단호한 대응이 필요할 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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