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의 자유'와 '국가안보 공익'…'한바구니'에 담은 법안

[the300][이주의 법안]①김중로 바른미래당 의원 대표발의 '병역대체복무제법'…사회서비스 등에서 난이도 높은 공익 업무 수행

양심적 병역거부, 1950년 이후 2만여명이다. 최근엔 매년 전체 군 복무자의 0.1% 정도인 600여명이 종교적 이유 등을 들어 병역을 거부했다. 2007년 이후 10년간 양심적 병역거부자는 5532명, 그중 5495명인 98%가 특정 종교 신도다. 이들 대부분은 1년6개월 이상 2년 미만의 징역형을 받았다. 형기를 마치면 제2국민역에 편입됐다. 

양심적 병역거부는 양심적 집총 거부와 구분된다. 종교나 신념 등 양심적 이유로 전쟁이나 무장충돌에 직·간접적인 참여를 거부하는 것이 양심적 집총 거부다. 양심적 병역거부는 의무징병제 국가에서 병역 의무를 거부하는 것이다. 따라서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대체복무제도 도입은 ‘종교의 자유 차원’이 아니라 ‘양심의 자유’를 바탕으로 논의된다. 

징병제 국가 59개국 중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하는 나라는 몽골, 그리스, 스위스, 이스라엘 등 20여개 국이다. 북한, 중국, 싱가포르, 타이, 멕시코, 이란 등 38개국은 양심적 병역거부나 대체복부를 전혀 인정하지 않는다.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하는 대부분의 국가는 거부자들에게 대체 역무를 부과한다. 전 세계 각국에서 양심적 병역거부를 이유로 수감된 사람의 90% 이상이 대한민국에 있다.

양심적 병역거부와 대체복무제 논의의 역사는 15년이 됐다. 17대 국회였던 2004년 임종인(열린우리당) 의원이 처음 병역법 개정안을 발의한 이후 고 노회찬 의원(민주노동당)도 법안을 냈다. 18대 국회에서는 김부겸 의원(통합민주당)·이정희 의원(민주노동당), 19대 국회에서는 전해철 의원(민주통합당)이 발의했다. 

2004년 헌법재판소는 병역법 합헌을 결정하는 동시에 대체복무 입법권고를 했다. 2005년에는 국가인권위원회가 양심적 병역거부권과 대체복무제도 도입을 권고했다. 그러나 정부는 줄곧 엇갈린 행보를 보였다. 2007년 국방부는 36개월 대체복무제 허용 방침을 발표했다가 이듬해 국민적 합의를 이유로 전면 보류했다. 

올해 6월 헌법재판소는 대체복무제 규정이 없는 현행법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2019년까지 국회는 대체복무제를 입법해야 한다. 논란은 끝났고 이제 어떤 대체복무제인지 제도설계를 시작해야 할 때다. 20대 국회 들어 이미 박주민·이철희·전해철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대체복무제 도입 법안을 제출했다. 

최근 김중로 바른미래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병역법 일부개정법률안은 ‘병역대체복무제법’이다. 병역의 종류에 대체복무를 추가해 종교적 신념 등 개인의 가치관, 세계관, 신조 등을 이유로 대체복무를 신청할 수 있도록 했다. 

대체복무요원은 사회복지, 보건·의료, 소방, 재난 복구·구호 등 사회서비스나 공익 관련 업무를 하되 신체적·정신적으로 난이도가 높은 분야에 종사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집총을 수반하는 의무에서 제외시키는 것으로 복무기간은 현역 육군의 2배다. 

◇“이 법은 반드시 필요한가?”=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의 요구는 단순히 병역의무를 거부하는 것만이 아니다. 자신의 양심을 지키면서도 국민으로서 국방의 의무를 다할 수 있길 원한다. 

집총 등 군사훈련을 수반하는 병역의무를 대신할 수 있는 제도를 원한다. 이들에게 형벌이라는 수단보다는 병역의무를 완수하도록 해 지금까지의 사회적 갈등을 해결할 필요가 있다. 병역의무 면제라는 특혜 아니면 형사처벌 단 2개의 선택지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이제 국방의 의무와 양심의 자유를 조화시킬 수 있는 ‘제3의 길’을 마련할 때다. 

◇“이 법은 타당한가?”=쟁점은 크게 3가지이다. 대체복무의 결정, 복무 영역, 기간 및 생활형태다. 대체복무의 결정은 양심적 병역거부가 현역 복무를 피하는 방향으로 남용되지 않도록 철저하고 공정한 판단이 전제돼야 한다. 

복무분야는 현행 사회복무요원과 비교해 결정돼야 한다. 사회복무요원이 수행하는 사회복지, 사회서비스, 공익서비스 중 신체적·정신적으로 난이도가 높은 분야에 복무하도록 할 수 있을 것이다. 

복무기간 및 생활형태는 현역복무와 형평성을 고려할 문제다. 거론되는 방안의 대체복무 기간은 현역의 1.5배~2배 수준이다. 현재 최장기 대체복무는 공중보건의 36개월이다. 생활형태는 출퇴근보다 현역 군인들과 마찬가지로 복무시설에서 합숙근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다수다. 

◇“이 법은 실행 가능한가?”=그동안 대체복무제 반대론자들은 대체복무제가 국방력 저하와 병역의무 형평성 문제를 우려해 왔다. 한반도의 특수한 안보상황도 주요한 반대 논리다. 그러나 현역 복무와의 형평성을 고려해 최대한 등가성을 가지도록 설계한다면 양심의 자유와 국가안보라는 공익을 충분히 조화시킬 수 있다. 소수자에 대한 관용과 다원성은 민주주의의 정신이다. 

국방부는 대체복무제 도입을 위해 TF(태스크포스)를 만들어 내년에 정부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제도가 정식으로 도입되기 전까지는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에 징집 연기 조치를 취했다. 이제 ‘양심의 자유’를 지키며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은 개인의 투쟁으로 이뤄낼 일이 아닌 국가의 역할이 됐다. 

국회에선 지난해 9월 국방위원회 소위원회에서 새로운 쟁점이 부상했다. 대체복무제 도입시 병역자원 수급 문제다. 2022년 이후 연평균 약 1만6000명의 병역자원이 부족하다는 전망이다. 저출산 문제의 직접적인 영향이다. 따라서 대체복부제 설계 때 ‘상시병력 감축 및 간부중심 병력 정예화’라는 국방부의 계획이 더욱 중요해졌다.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