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치리포트]내 삶을 바꾸는 개헌-농업 가치 반영

[the300]종합

개헌 아스팔트농사 나선 農..헌법은 문을 열까

#찬바람이 불던 지난 18일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은 다시 여의도에서 '아스팔트농사'를 지었다. 논농사 밭농사가 아닌 거리 투쟁을 농민들은 아스팔트농사라고 부른다. 1만여 농민들은 '농민헌법'을 한 목소리로 외쳤다. 농업의 공익적 가치를 내년 6월 예정된 헌법개정(개헌)에 담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광의의 가치를 담는게 헌법이라지만 특정 업종의 가치를 직접적으로 반영해야 하는지는 여전히 논란거리다. 이 가운데 농업계가 먼저 움직인다. 전농의 거리투쟁은 상징적 의미로 다가오지만 각종 농업 관련 단체들의 움직임은 더 직접적이고 구체적이다. 6월 개헌의 시계가 돌아가는 가운데 개헌의 범위가 개별 업종으로 확대될지 국회 논의의 추이에 관심이 집중된다. 
◇농민들은 왜 개헌 투쟁에 나섰나=농업계는 개헌이야말로 사양산업을 향해 가는 농업을 살릴 마지막 기회라고 입을 모은다. 먹을 거리를 책임지는 농민이 더 대접받는 계기를 개헌을 통해 만들어야 한다는 거다. 김종훈 민중당 상임 대표는 "국회서 예산 얘기를 하는데 농업이나 농민 얘기는 한 마디도 없다"고 지적했다. 민중당은 지난달 농민헌법운동본부에 가입했다.

원내서는 아직 헌법에 농업적 가치 반영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되지 않고 있지만 불씨는 있다. 설훈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장은 이날 농민 집회에 참석해 "농민헌법 쟁취하자"는 구호를 선창하고 "농민 헌법은 박근혜를 몰아냈던 촛불처럼, 국민의 힘으로 돌파해야 하며 이 추운날 외치는 여러분의 정성이 국민에게 통하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내년 지방선거를 시작으로 굵직한 선거가 연이어 기다리고 있다. 농업계의 요구에 귀를 닫을 통 큰 정치인은 없다. 이를 잘 아는 농업계는 쌀값 등 현실적인 문제를 내세워 농업적 가치의 헌법 반영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김도경 전농 충북도연맹 의장은 "박근혜도 쌀값 21만원을 보장하겠다고 했는데, 촛불 혁명으로 세워진 문재인정부는 아무 얘기가 없다"며 "농업에서 되풀이되는 악순환은 정부가 근본적인 대책 마련으로 끊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농정을 대변하는 농협도 움직인다. 농협은 최근 농업가치 헌법반영 1000만명 서명운동을 시작했다. 김병원 농협중앙회장은 집회 하루 전날인 17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국제협동조합연맹 총회에서도 농업의 공익적 기능이 헌법에 반영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농업의 공익적 가치가 헌법에 꼭 반영돼 지속가능한 농업과 국토 균형발전의 원동력이 될 수 있도록 국민들의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농협은 농업이 농산물 생산이라는 본원적인 기능 외에도 다양한 공익적인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식량안보, 경관 및 환경보전, 수자원 확보와 홍수방지, 지역사회 유지, 전통문화 계승 등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실제 우리나라 국민의 62.1%가 농업이 공익적 기능을 갖고 있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를 내기도 했다. 2006년 90.4%에서 2013년 53.7%까지 인식이 낮아졌지만 2016년 이후 다시 공익적 기능에 대한 재조명이 이뤄지고 있다는게 농촌경제연구원의 분석 결과다.

아울러 농업의 공익적 기능 유지 및 보전을 위해 세금을 부담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도 최근인 지난 2016년을 기준으로 국민의 54.6%가 찬성, 38.8%가 반대 의사를 밝혀 찬성이 우위인 것으로 집계됐다. 역시 2014년에는 찬성이 50.9%, 반대가 49.1%로 박빙이었지만 최근 들어 보다 우호적인 여론이 조성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한 수치다.

◇대체자원 없는 식량 vs 보호보다 혁신해야=대체 산업 개발이 활발한 에너지나 광물자원과 달리 식량자원은 사실상 대체가 어렵거나 대체 가능하더라도 천문학적 비용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는게 중론이다. 헌법에 명시해 보호하지 않는다면 상황에 따라 심각한 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게 농업 개헌론의 핵심인 이른바 '식량안보'다. 유사시 국민 생존과 직결되는 건강하고 안전한 식품을 제공할 수 있는 기반을 헌법을 통해 만들어줘야 한다는 거다.

경관보전과 환경보전도 핵심이다. 스위스는 관광객 유치가 주요 산업인데 이는 사실 농업 보전의 결과물이다. 이른바 '전원자원'의 가치다. 여기에 대기 및 수질정화, 토양유실 경감, 생태계 유지 등의 환경 보호 효과가 추가된다. 수자원이 확보되고 홍수를 막아 인명과 재산피해를 예방할 수 있다는 점도 농업계가 내세우는 핵심 요소다. 농촌을 중심으로 허물어지는 지역사회를 유지할 수 있고 각종 전통문화를 계승할 수 있다는 점도 중요 포인트다.

농업의 중요성은 인정하지만 엄연히 특정 업종의 이익을 헌법에 대변해 담기는 어렵다는 주장도 만만찮다. 예산지원의 균형이 깨질 수 있고 다양한 업종의 이익집단들이 동일한 요구를 할 가능성도 있다. 농업이 보호의 범주에 안주하지 않고 혁신과 개혁을 통해 스스로 미래산업으로 탈바꿈해야 할 상황에 오히려 보호 장치를 강화한다면 자생력을 잃게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손해 보전으로는 농업의 미래를 담보할 수 없다는 거다.

농민들과 함께 개헌의 주체로 떠오르고 있는 농협이 받고 있는 각종 우대의 일몰(일정 기한 후 소멸)을 앞두고 개헌 작업에 보다 열을 올린다는 지적도 나온다. 농업 지원을 주장하는 만큼이나 농업의 혁신을 위한 노력도 기울여야 한다는 거다. 국회 농해수위 한 관계자는 "경자유전 원칙에 대한 논의가 농업계의 전폭적인 개헌 운동 참여로 이어진 것으로 해석된다"며 "농업계의 입장을 잘 반영하기 위해서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관광강국 스위스 이미지, 농업이 만들어

관광으로 먹고 사는 나라라는 이미지가 있는 스위스지만 실상 국내총생산 중 관광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3~4% 수준이다. 하지만 관광선진국이라는 이미지가 국가브랜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대단하다. 스위스는 청정국가 이미지가 다양한 산업과 결합하면서 시너지를 내는 혼합경제체제다. 핵심에 농업이 있다. 스위스는 사실상 농업의 공익적 서비스 기능 강화를 헌법에 규정한 유일한 유럽 국가다. 

스위스는 연방헌법 104조에 독립적으로 농업 조항을 두고 있다. '농업의 역할과 기여에 대한 보장과 지원에 대한 국가 책무'를 규정하기 위해서다. 이를 톨해 농업의 공익적 기능을 더 활성화하고 생태농업을 육성하기 위해 정부가 직접지불 방식으로 농가에 보상할 근거를 명시했다. 농업에 대한 육성은 농가 소득 뿐 아니라 전반적인 산업에도 다양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EU(유럽연합)도 공동농업정책(CAP)을 중심으로 농업과 농촌의 공익적 기능에 대한 주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환경보전과 연계하는게 핵심이다. 역시 다양한 직불제를 수단으로 한다. 회원 각국의 지방정부가 자체적인 직불 정책을 추진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미국은 일부 주가 개별 주 헌법에서 농업의 공익적 가치를 보호하는 내용을 명시하고 있다. 각종 세제와 농업관련 정책 입법을 의무화하는 내용이다. 일본은 헌법에 농업의 가치를 반영하지는 않고 있지만 식료 기본법에서 농업의 공익적 기능을 농정의 기본 이념 중 하나로 삼고 있다. 식량 기본 계획을 이에 근거해 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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