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이 이겼다…檢 앞에 선 '민간인' 박근혜

[the300][朴대통령 파면] 민주주의 쾌거, 그러나 역사적 비극…뇌물수수 유죄 땐 실형 불가피


"다수의 국민이 마음을 먹었을 때 합법적으로 권력을 교체할 수 있는 나라." '열린 사회와 그 적들'의 저자 칼 포퍼가 내린 '민주주의 국가'의 정의다.

이 기준에 따르면 우리는 지금 민주주의 국가에 살고 있다. 헌법재판소가 10일 그 사실을 확인해줬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청구를 인용하면서다. 박 대통령은 헌정 사상 최초의 파면된 대통령으로 역사에 남게 됐다.

◇쾌거, 그러나 비극

민주주의의 쾌거이자 국민의 승리다. '주권재민'(主權在民)의 헌법 정신이 아직 살아 숨 쉬고 있음이 확인됐다. 지난해 12월9일 국회의 탄핵소추 직전 발표된 여론조사 결과에서 '탄핵 찬성' 의견은 78%였다. 국회의원 300명 가운데 이와 똑같은 비율의 234명이 탄핵소추안에 찬성 표를 던졌다. '촛불' 민심이 국회를 그렇게 이끌었다. 1987년 대통령 직선제 쟁취 이후 30년만에 이룬 또 한번의 '민중 승리'로 기록될 사건이다.

동시에 이번 사건은 역사적 비극이다. 단순히 또 한명의 실패한 대통령이 탄생해서가 아니다. 현직 대통령이 뇌물 사건의 피의자로 전락해서도 아니다. 국민들이 50% 이상의 표를 몰아주며 당선시킨 대통령을 자신들의 손으로 다시 끌어내리며 느껴야 했던 자괴감 때문이다.

박 대통령 탄핵은 우리에게 '국민통합'이란 무거운 숙제를 남겼다. 석달간의 탄핵심판 기간 동안 민심은 '촛불'과 '태극기'로 처절하게 갈라졌다. 서로에 대한 분노와 증오가 온 나라를 휘감았다. 누가 청와대의 새로운 주인이 되든 오롯이 안고 가야 할 짐이다. 두달 뒤 대선을 앞두고 국민통합 문제를 무시할 수 없는 이유다.

박근혜 대통령/ 사진=청와대

◇뇌물수수 유죄 땐 실형 불가피

박 대통령은 청와대를 떠나 서울 삼성동 사저로 돌아간다. 1979년에 이은 두번째 청와대와의 이별이다. 두번 다 타의에 의한 퇴거다. 앞으로는 '전 대통령'으로 불리는 민간인으로 살아가야 한다. 더 나아가 대통령으로서의 불소추특권을 잃은 채 '자연인'으로서 검찰 수사를 맞이해야 한다. 삼성그룹 뇌물수수를 비롯한 13개 혐의가 박 대통령을 기다리고 있다. 구속 등 강제수사 가능성도 열려있다. 다만 검찰이 정치적 오해를 피하기 위해 박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대선 이후로 미룰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박 대통령의 신병처리 문제에 대한 열쇠는 차기 대통령이 쥐게 된다.

만약 박 대통령이 뇌물죄로 재판에 넘겨져 유죄 선고를 받는다면 실형이 불가피하다.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가법)상 1억원 이상의 뇌물죄에 대해선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형이 내려진다.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금고 형에 선고되는 집행유예의 범위를 벗어나는 셈이다.

반면 박 대통령이 뇌물죄가 아닌 다른 혐의만 적용받는다면 유죄 선고를 받더라도 집행유예를 통해 실형을 면할 수도 있다. 형법에 따르면 △직권남용(5년 이하 징역, 10년 이하 자격정지) △강요(5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 △공무상비밀누설(2년 이하 징역·금고 또는 5년 이하 자격정지) 등 박 대통령에게 적용된 다른 혐의들은 이론상 집행유예가 가능하다. 이 같은 박 대통령의 사법처리 문제는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등 범여권 재편의 결정적 변수가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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