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안희정의 새, '울어도 좋습니까?'

[the300]"분노의 작두를 탄 정치 안한다"의 의미는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1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CGV 여의도점에서 열린 영화 '무현, 두 도시 이야기'관람에 앞서 영화 관계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뉴시스 고범준 기자


'박근혜-최순실게이트'로 광장의 촛불이 본격적으로 불타오르자 안희정 충남지사가 어떤 행보로 촛불민심에 올라탈 지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기존의 대권 구도를 뒤흔들 폭발적인 민심에 부응하기 위해 대선 주자들, 특히 야권 대선 주자들이 경쟁적으로 광장으로 달려나가 발언의 수위를 높이고 있었던 터였습니다. 이에 비해 안희정 지사는 박근혜정권에 대한 비판의 궤는 같이 하되 평소 신중한 태도와 크게 다르지 않는 행보로 일관했습니다.

이에 대해 당시 한 참모는 "감탄할 정도로 본인의 페이스를 잃지 않더라"며 "오히려 참모들은 몸이 달아서 이런 저런 방향으로 움직여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하는데 안 지사는 민심이 크게 요동치고 국정이 비틀거리는 위기일수록 정치인들이 자기 자리를 굳건히 지키며 국민들의 불안을 가라앉히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그에 따라 움직이는 것 같다"고 전했습니다.

안 지사는 지난 13일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을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 영화 '무현, 두 도시 이야기'를 관람하는 자리에서 이 같은 행보의 속내를 들여다볼 수 있는 발언을 내놓았습니다.

안 지사는 "작두를 타는 사람이 정치라는 영역에 들어왔을 때 어떤 정치를 할 것인가. 작두를 탄 역사적 정치인은 많다"면서도 "역사에 이름을 올린 정치인이 모두 좋은 정치를 한 것은 아니다"고 운을 뗐습니다. 그러면서 "대중이 가진 분노의 작두를 타면 한 시대를 폭력과 전쟁의 시기로 만든다"며 "정치인은 평범한 사람들의 배고픔과 절실한 정의에 대한 욕구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정치인들이 책임있는 자세로 정치를 이끌어가기보다는 촛불의 분노에 편승하고만 있는 정치권에 대한 불편한 마음을 숨기지 않는 발언입니다. 또한 "이것(박 대통령 탄핵소추)을 전환의 계기로 만들어서 수를 내 봐야 하는데 여전히 야3당은 저러고 있고, 새누리당은 친박(친박근혜)을 붙들고 있다"며 여야를 가리지않고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정치권이 어떻게 촛불민심을 정국수습의 동력으로 이끌어갈 수 있을 지에 대해선 안 지사도 고민을 드러냈습니다. 그는 "언제까지 시민들에게 광장에 나와 달라고 하느냐"며 "시민들께 이제 들어가세요, 내가 책임질게요, 이 말을 못하겠다"고 털어놨습니다. 

그럼에도 안 지사는 자신의 정치적 소명과 소임을 다하는 것이 결국 촛불 너머 시대와 국민들의 요구에 부응하는 길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김대중·노무현 두 대통령의 정신을 계승해 국민적·민족적 통합을 이뤄나가는 '시대교체'의 과제 말입니다.

대통령 탄핵, 조기 대선 등 급변하는 정치 환경 속에서 우직하리만치 자신의 자리에서 꿈쩍도 안하는 듯한 안 지사에 대해 "안 지사가 너무 큰 얘기를 하려고 하다보니 메시지가 추상적이고 모호하다는 느낌이 든다"며 의구심을 표하는 사람도 적지 않습니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의 한 인사는 일본 전국시대를 풍미한 세 지도자의 리더십을 빗댄 '울지 않는 새' 일화를 들었습니다. 오다 노부나가는 새를 죽이라고 하고,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새가 울도록 만들라 하고,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새가 울때까지 기다리라고 했다는 이야깁니다.

그는 "안 지사는 새가 울 때까지 기다리는 도쿠가와 이에야스형 지도자"라며 안 지사의 신중함과 진중한 행보를 평가했습니다. 

최근 안 지사는 더불어민주당 내 대선주자 간 합종연횡에 대한 이재명 성남시장과의 논쟁에서 "아무리 보아도 이 일은 제가 제일 적격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며 대권에 대한 확신을 보여줬습니다. 안 지사가 분노의 작두를 타는 정치 대신 그가 주장해온 '시대교체'의 때가 무르익은 것인지, '안희정의 새'가 이제 울어도 좋은지 또다른 질문이 이어질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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