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300]'비공개' 정보위 브리핑의 딜레마

[the300]간사 브리핑 '간접 인용', 실체적 진실 접근 한계…정보기관 국내정치에 이용될 가능성

이병호 국정원장이 19일 오전 국가정보원에서 열린 정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국감 개의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사진=뉴스1
"김만복 전 원장이 제일 먼저 북한의 의견 물어보자고 한 게 맞냐고 물으니 '맞다'고 했다. 18일 문재인 전 비서실장 주재 회의 때 김만복 원장이 남북경로 통해 북한에 확인해보자는 제의에 대해 문재인 대표가 그러자고 결론내린 것이 맞냐고 하니 국정원장이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이완영)

"그렇게 말씀하신 게 아니고,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상식적으로 볼 때' 맞다고 말씀하셨고, 저희 당 의원들이 어떤 자료에 근거하냐고 하니 '자료를 본 건 없다'고 말했다."(김병기)


지난 19일 서울 내곡동 국정원에서 열린 국회 정보위원회 국감 직후 진행된 언론 브리핑에서 이완영 새누리당 간사와 김병기 더민주 간사 간 공방이 벌어졌다. 양측 의견이 아닌 '브리핑 내용'의 중대한 차이였다. 기자들은 국감장에서 이병호 국정원장이 실제 어떻게 답변했는지를 알아내기 위해 해석을 배제한 있는 그대로의 '워딩'을 말해 달라고 수차례 요구했지만 양 간사 간 브리핑의 간극은 끝까지 좁혀지지 않았다.


국회법 제54조2항에 따라 정보위 회의는 비공개가 원칙이다. 다만 회의 종료 후 각당 간사들이 합의한 내용 일부를 브리핑을 통해 언론에 공개한다. 그렇기에 정보위 회의는 브리핑이 전부다. 실제 회의장 안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든 그것은 소수의 회의 참석자들의 뇌리와 비공개 회의록에만 남는다. 진실은 언론 브리핑을 통해 재조합된다. 


그런 의미에서 이날 국정원 국감은 하루가 지난 현재도 안갯속이다. 공방은 국감장을 넘어 장외에서도 진행 중이다. 더민주 정보위원들은 20일 기자회견을 열고 "이완영 간사의 브리핑이 사실과 다른 '소설'"이라며 "관련 속기록이 존재하니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철우 정보위원장실 관계자는 "정보위 회의록 속기록은 외부공개가 어렵고, 위원들이 속기록을 열람한 후 관련 내용을 공개할 수는 있을 것"이라며 "그동안 정보위 브리핑에서 여야 입장차는 있었지만 원장 말이 이렇게 들렸다, 저렇게 들렸다 내용에 대해 왈가왈부한 적은 없었기 때문에 속기록을 확인해볼 필요는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국회 정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이완영 정보위 새누리당 간사의 '거짓브리핑'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들은 이날 서울 내곡동 국가정보원에서 열린 국정원 대상 국정감사를 마친 뒤, 오후 8시10분께부터 있었던 언론 브리핑에서 이 의원이 이병호 국정원장과의 질의응답 내용을 왜곡해 언론에 전했다고 주장했다. 왼쪽부터 조응천, 김병기, 신경민, 이인영. /사진=뉴스1
그러나 과연 속기록이 진실을 밝혀줄 수 있을까. 새누리당 주장은 '문재인 전 대표가 2007년 북한 의견을 묻자고 한 김만복 전 국정원장의 제안을 수용했다'는 송민순 회고록 내용에 대해 이병호 국정원장이 긍정적인 답변을 했다는 것이다. 이완영 의원은 20일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의 통화에서 "긍정 답변이냐가 중요하다"며 "김병기 의원이 '사견'이라고 단서를 달았지만 원장이 나름의 근거가 있으니 그렇게 말했겠지, 국감장에서 답할 때 꼭 근거를 들어야 하나"라고 반문했다.


반면 더민주의 주장은 이 원장의 답변은 실제 자료에 근거하지 않았기 때문에 '사견'에 불과하단 것이다. 신경민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원장은 2007년 자료를 확인 안 했고 나오더라도 여전히 기밀이다, 국내정치에 휩싸이기 싫다고 오전오후 내내 얘길 했는데, 여당에서 회고록은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어서 '책에 써있으니 맞을 것'이란 취지로 말한 것을 마치 원장이 시인한 것처럼 몰고갔다"고 주장했다.


결국 이 원장이 '맞다'고 말했는지,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는지가 핵심이 아니다. 이 원장이 '맞다'라고 답변했더라도 그것은 사견이거나 마지못해 수긍한 말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이 원장의 답변이 믿을 만한 자료에 근거해 있거나 진실한가인데, 이러한 미묘한 '뉘앙스'의 차이는 전체 맥락을 통해 파악할 수 있다. 대개 반복되는 질의응답과 지난한 공방의 과정에서 진실이 드러나기 마련이다.


기자들이 축약된 브리핑을 간접 인용할 수밖에 없는 정보위 회의에 대해서는 실체적 진실 확인이 어렵다. 그리고 이 가운데 각 당과 국정원의 의도적 개입의 여지가 커진다. 국가기밀 유출을 막는다는 명목의 '비공개' 정보위 회의가 언제부턴가 혼란만 가중시켜 정보기관이 국내정치에 이용되도록 하는 통로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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