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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섭 통일부 정세분석국 정보상황실장. /사진=박소연 기자

정보상황실은 북한 매체를 24시간 모니터링하며 북한 특이동향을 신속정확하게 수집해 전파하고 북한 실태에 대해 정확한 분석 및 정부 상황대응 체계를 지원하는 부서다.

최 실장은 1981년부터 군 정보사령부에서 5년간 근무하고 육군 중사로 제대했다. 제대 후 잠시 영화 제작사와 방송쪽에도 몸을 담았으나 군 시절 대북 매체를 다루던 것이 계기가 돼 1990년 통일부로 스카우트됐다. 당시엔 장비 설치도 안 돼있었고 라디오 모니터링만 운영하다가 90년대 중반부터 TV 모니터링을 시작했다.

현재 정보상황실 직원은 최 실장과 기간제 직원 2명을 포함해 총 6명. 라디오는 매일 오전 9시부터 익일 오전 9시까지 24시간씩 3교대를 하며 모니터링한다. TV는 밤 11시면 끝나 기간제 직원이 1명씩 교대로 모니터링한다. 최 실장은 이를 총괄하고 공백을 메운다. 늘 일손이 부족하지만 과거에 비해 나아진 편이다. 최 실장은 "2010년 전까지 TV는 나 혼자 담당했는데 현재는 서버실도 생기고 많이 안정됐다"고 말했다.

최 실장은 국내에서 북한 간부의 얼굴을 가장 잘 알고 있는 '북한 인물 전문가'이기도 하다. 북한 정권 특성상 갑자기 새로운 인물이 등장하는 일이 잦지만 인물을 신속히 파악하는 노하우를 지니고 있다. 최 실장은 "계속 보다 보면 이쪽엔 누구 여긴 누구 자리다, 이런 게 보이고 현재 비어있는 상태면 직책이 뭐겠구나 알 수 있다"며 "때론 군복을 보고 파악하기도 한다. 끝까지 모르겠는 건 기관들끼리 크로스체크해서 알아낸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방식으로 북한 매체의 주요 방송을 분석해 '인물 이름표'를 붙여 장차관에게 전달한다.

이처럼 북한 매체를 수십년째 '밀착마크'하며 김일성·김정일·김정은을 3대째 겪다 보니 일반인들은 모르는 이들의 인간적인 면모(?)를 보기도 한다. 최 실장은 "김정은이 시찰할 때는 담배를 자주 피우고 잿덜이도 비치돼있다. 김정일 생일이나 제삿날엔 행사가 자정에 열리는데 술을 진탕 먹었는지 다음날 행사에서 꾸벅꾸벅 졸기도 하고 잠 못 자서 퉁퉁 붓기도 한다. 지팡이 짚고 다니거나 손 붕대 감은 모습 등 건강 이상 징후는 따로 보고한다"고 말했다.

36년만의 북한 노동당 대회와 북한의 4차, 5차 핵실험이 열렸던 올해는 최 실장에게도 잊지 못할 한 해였다. 그는 "당대회나 핵 등 이슈가 생길 땐 언제 누가 나올까 싶어 화장실 가기도 꺼려지고 밥도 굶을 때가 많다"며 "조선중앙TV가 주로 미국을 상대로 하다 보니 미국 아침 출근시간에 맞춰 우리 시간으로 밤 10시 넘어서 방송을 많이 해 새벽 1시 넘어 퇴근하곤 했다. 우리가 신속 정확히 수집해 1차로 배포해야 다음날 아침 정확한 분석이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설 명절과 어린이날 연휴 등에 맞춰 북한이 일을 벌이는 일이 많아 연휴를 즐기는 건 애초에 포기했다. 최 실장은 "지방 갔다가 오려면 힘드니까 못 간다. 그냥 사생활 포기하고 여기 있다"며 "맨날 TV보고 있으니까 노는 줄 아는 사람들도 있는데 아니다"라고 말했다.

최 실장은 중요한 사안을 실시간으로 재빨리 보고했을 때 가장 희열과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그는 "김정일 사망했을 때 북한이 평소보다 일찍 방송을 시작했다. 음악도 서글픈 장송곡을 틀었다"며 "이상하게 생각했는데 진짜 중대방송 예고 자막이 떠서 즉시 장관에게 보고했다. 아무래도 시사성이 있는 장면을 잡아 빨리 보고하면 금방 반응이 오니 특별히 대가가 없어도 속이 시원하다"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