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권 시동 건 안희정, '안희정법' 11개 추진

[the300]산업용 전기요금 현실화·물관리기본법 제정 등 '易제안'…대권주자 면모 만들기 해석


올 연말 대권 도전 여부 결정을 앞두고 있는 안희정 충남지사가 중앙정치 무대에서 리더십 발휘에 나섰다. 국회가 법을 만들어주길 기다리는 대신 국회에 입법과제를 '역(逆)제안'하는 정치실험을 시작한다. 

충남도청은 최근 해양, 환경, 농업, 자치분권 등의 분야에 해당하는 11개 정책과제에 대해 국회에 입법화를 제안하고 관련 논의를 시작했다고 3일 밝혔다. 충남도청이 제안한 입법화 과제 리스트에는 안희정 지사가 공들여온 '3농 혁신'과 연관된 농업재정 구조 개선과 직불제 개선 등 충남 도정과 직결된 법안 내용도 있지만 충남 도정을 넘어 전체 국가 차원의 과제로 풀어야 하는 법안도 다수다.

지속가능한 물관리 체계 구축을 위한 '물관리기본법' 제정과 국가전력체계 개선을 위한 지역차등전기요금제 및 산업용 전기요금 현실화 등이 대표적이다. 또한 안 지사가 지속적으로 강조해온 지방자치분권의 큰 그림을 그리는 법안도 제안했다. 

안 지사는 이미 충남도청 행정 혁신 사례를 국가 모델로 입법화한 '안희정법' 1호를 이끌어낸 바 있다. 지난해 5월 국회를 통과한 지방재정법은 충남도청이 2013년 6월부터 실행해온 도 재정정보 실시간 시스템을 전국의 지방자치단체로 확산하는 내용을 담았다. 당시 더불어민주당은 당 차원에서 '안희정법' 통과를 적극 지원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정부 지출 실시간 공개·효과 및 확대 방안’을 주제로 개최한 정책토론회를 열고 안 지사가 충남도청의 사례발표에 나서며 지방자치단체장과 입법부의 '콜라보레이션'을 보여줬다.

안 지사가 국회 역제안을 통해 중점 추진하는 입법 과제들이 국회에서 결실을 거두면 '제2, 제3의 안희정법'이 탄생하게 된다. 안 지사는 각 입법과제에 해당하는 국회 상임위원회 소속 국회의원들에게 직접 입법화 취지와 필요성을 설득하도록 지시하는 한편 입법화를 위해 안 지사도 직접 할 수 있는 역할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다.

지자체장이 지역 단위 사업 등을 위해 국회의원들과 만나 예산 협조를 구하는 것을 넘어서 국가 단위의 정책과제를 위해 입법화를 선도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드문 일이다. 

정치권은 '대권 잠룡'인 안 지사가 본격적으로 대권 레이스에 나서기 전 충남을 넘어선 국가 어젠더를 보여주는 계기로 삼고자한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또다른 잠룡인 남경필 경기지사의 경우에도 경기도 연정을 통해 새로운 정치 구조를 자신의 정치 브랜드로 만들어 왔다. 안 지사는 비전 제시에 그치지 않고 입법화를 통한 실제적인 변화를 보여주고자 한다는 점에서 차별화를 시도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에서는 안 지사의 대권 도전이 사실상 닻을 올렸다는 관측도 강해지고 있다. 안 지사는 지난 6월 취임 6주년 기자회견에서 올해 연말 대권 도전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힌 바 있다. 안 지사는 국회 역제안 정책과제 입법화를 추진하는 것과 함께 급변하는 동북아시아 외교안보에 대한 전략을 준비해 대권주자 면모를 확실히 다져나간다는 계획이다.

안 지사 측 핵심 관계자는 "(연말까지) 준비를 잘해야 하는데 음악 장르에 유행하는 흐름이 있는 것처럼 국가 운영 리더십 주제도 변화한다"며 "안 지사가 갖고 있는 것이 시대의 한 '장르'가 될 수 있느냐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