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일의 정치 깊이보기]반기문 현상에 대한 고찰

[the300]

편집자주the300이 여론에 나타난 민심 흐름을 분석하고, 이를 통해 우리 정치 현상들을 한단계 더 깊이 들여다보는 '이상일의 정치 깊이보기'를 연재합니다. 필자인 이상일 아젠다센터 대표는 여론조사 분석 전문가로 TNS코리아 이사, 청와대 행정관 등을 지냈습니다.

5박 6일. 반기문 총장의 방한 일정은 6일 뿐이었지만 그 파장은 60일쯤 대선 관련 이슈를 쏟아내고 간 것처럼 수많은 뉴스와 관심을 이끌어 냈다. UN 사무총장의 방한 며칠에 전체 정치권이 요동칠 정도로 내년 대선의 유동성이 크다는 뜻이고 변수도 많다는 현실의 반증처럼 보인다. 

반기문 총장은 대선 국면에 어떤 숙제들을 남기고 갔을까. 먼저 여론조사로 드러난 문제부터 살펴보자. 반 총장의 방한을 전후로 다수 여론조사기관이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 결과를 쏟아냈고, 수치의 차이는 있었지만 예외 없이 반기문 총장이 차기 대선주자 중 1위로 나타났다. 최근 조사들 중에는 반 총장을 새누리당 후보로 상정한 3자 가상대결 구도 조사도 있었다. 



1) 안철수 대표의 대선전략 수정 필요성


위 표에 나타난 여론조사 결과에서 가장 두드러진 현상은 안철수 대표의 지지층이 흔들리는 점이다. 오세훈 전시장을 대입했을 때 선두 문재인 전대표를 바짝 뒤쫓던 안철수 대표의 지지율이 반기문 총장 대결구도에서는 확연한 3위로 내려앉았다.

비정치권 출신의 참신함, 중도층을 포괄하는 이미지 등이 중첩된다는 분석이 있었는데, 여론도 확실하게 반응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반기문 총장은 아직 ‘장외주’다. 현실정치 리그에 올라온 후에도 지금의 인기가 지지로 연결될 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안철수 대표로서는 장외 다크호스의 깜짝 등판에 쉽게 허물어지는 현재 상황을 그대로 두고 대선을 준비하기는 충분히 불안한 징조다. 

안철수 대표의 전략수정 1차 카드는 ‘외연확대를 통한 중도세력의 대표주자’ 포지셔닝으로 읽힌다. 손학규 전 상임고문을 영입하려는 구애전략이나 새누리당 바깥에 있는 중도보수 이미지의 유승민 의원에 대한 긍정적 평가들은 국민의당과 안철수 대표가 어떻게 외연을 확장하고 싶은지 속내를 잘 드러내 주는 장면들이다. 

손 전 고문은 최근 ‘판을 새로 짜야한다’며 정치권 전반에 대한 개혁의지를 피력하며 일선에 재개할 뜻을 내비친 바 있다. 그러나 총선을 거치는 동안 더불어민주당 당적을 그대로 유지한 채 적극적 역할을 하지 않던 손 전 고문이 뚜렷한 명분도 없이 국민의당으로 옮겨 정치를 재개하기는 부담이 크다.  

유승민 의원도 복당신청을 해 뒀지만 새누리당 복당이 쉽게 이뤄질 것 같지는 않다. 비대위가 가장 민감한 유승민 복당 문제를 전격적으로 결정하기는 어려울 것이고 8월로 예상되는 전당대회에서 친박 당대표가 선출된다면 복당은 점점 지난한 과정일 수 있다. 그렇더라도 ‘보수 혁신의 아이콘’을 자임한 유승민 대표가 대구라는 지역기반 부담을 안고 안철수의 국민의당과 손을 잡기는 역시 쉽지 않아 보인다.

그렇다면 안철수 대표의 ‘외연확대와 대선 경쟁자 확보’는 어떻게 가능할까. 오히려 지금의 초조함에서 벗어나 16년 하반기 정국에서 제3당의 정도를 걸으며 현재 지지기반을 탄탄하게 만들어가는 것이 영입전략보다 더 효과적이고 빠른 길일 수 있다. 국민의당을 강소정당으로 만들어야 ‘그 등에 올라타 한 판 경쟁을 할만한’ 터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축으로 ‘안 對 반’ 구도를 조기에 띄워야 한다. 아직 정치권에 들어온 것은 아니지만, 대선판의 常數가 된 반 총장과 어떤 차별성, 우위를 보일 수 있는지를 미리 입증해 내는 것이다. 주요 현안에 대해 입장을 내고 (잠재적) 경쟁자들의 입장 발표를 압박해 가면서 정치권에 선착한 이점을 최대한 활용하는 전략을 통해 안철수 vs 반기문 구도를 풀어가는 전략적 행보가 필요한 상황 아닐까. 

2) 문재인 전대표의 희망과 한계, 극복할 대안은?

문재인 전대표는 오세훈이 나오든 반기문이 나오든 지지율에 별 변화가 없다. 오세훈 출마시에도 36%, 반기문이 출마해도 34% 지지를 얻는다. 득표력은 변화가 없고 순위만 바뀔 뿐이다. 좋은 뜻으로 해석하면 그만큼 지지기반이 견고하다는 뜻이고 나쁘게 해석하면 확장성에 한계가 있다는 의미가 된다. 

더불어민주당의 ‘고민’이 표면화되는 지점이 여기가 아닐까. 문재인 전대표는 지난 대선에서 1천4백만표를 넘게 득표했다. 비록 선거에서 패했지만 강력한 차기 주자임이 틀림없고 당 안팎의 경쟁자들보다 분명히 앞서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압도적 우위까지는 점하지 못한다. 때문에 반기문 총장처럼 다크호스가 등장할 경우 문재인 전대표의 승률은 ‘확연하게’ 낮아질 수 있다. 

대선이 중도보수를 표방한 반기문과 중도진보를 내세운 안철수의 경쟁구도에 관심이 쏠릴수록 문재인 전 대표의 득표력 확장성은 반비례해서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친노의 좌장’이라는 이념적 그룹의 대표주자 자리에 머무는 한 문 전대표는 ‘강력한 2위’ 자리를 벗어나기 힘든 구조적 한계에 갇히게 된다. 

수도권-3040-진보 진영의 탄탄한 지기기반이 최대 강점이지만, 지금 수준에서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기반 확장 전략이 필요한 상황이다. 총선 전 2선 후퇴 후 조용한 행보를 이어가면서 실점도 없지만 득점도 어려운 위치에 문재인 전대표는 서 있다. 조용한 잠행이 너무 오래가면 대선 레이스의 주연급 배우 위치를 유지하기가 점점 어려워 질 것이다. 

문재인 전 대표가 히말라야 트레킹을 떠난다는 소식이다. 그 이벤트 이후에 무엇을 내 놓을 것인지 궁금하다. 대선 전략을 생각한다면 ‘문재인 정치’의 상징이 될 핵심 어젠다를 들고 귀국길에 올라야 할 것이다. ‘호남 구애’는 2차적 문제다. ‘문재인 대권’에 대한 기대감을 높일 수 있는 콘텐츠로 대세론을 거머쥘 때라야 ‘호남의 화답’도 가능할 것이기 때문이다. 

3) 반기문 총장과 여권 잠룡들에게 남겨진 과제


오세훈 전 시장을 대입했을 때 결집력이 다소 약해 보이던 새누리 지지층-보수층이 반기문 총장을 대입했을 경우 결집도가 높아졌다. 


▪ 새누리지지층 : 오세훈 출마시 73.9%, 반기문 출마시 83.9%
▪ 보수성향층 : 오세훈 출마시 65.7%, 반기문 출마시 72.0%

새누리당 지지층이나 보수층에서만 오른 것이 아니다. 수도권은 물론 호남에서도 반총장이 출마할 경우 오 전시장에 비해 적어도 10%P 가까운 지지율 상승이 나타났다. 그러나 핵심 지지층의 결집도는 대선 가도에 성공적으로 안착하느냐 여부에 매우 중요한 변수다. 

대선 과정을 거치다 보면, 당내경선-본선에서 수많은 검증 이슈와 직면해야 하고, 악재도 돌출되기 마련이다. 이런 어려운 시기에 강한 지지기반이 받쳐주지 못하면 대선주자의 지지율은 거품처럼 그야말로 ‘한 방에 훅 가는’ 현상이 나타난다. 

지금 여권에는 전통적 지지기반의 기대감을 충족시키며 결집력을 강화할만한 대선주자가 없는 형국이다. 반기문 총장은 그런 ‘공백’을 메워줄 예비 구원투수로 화려하게 등장했다. 물론 아직 모든 것이 불확실하다. 그럼에도, 여당지지층과 보수층 고령층은 ‘반총장’을 기대주로 주목하기 시작했고 기존의 여당 대선주자들과 차별화 된 ‘관심과 지지’를 보내고 있다. 

그러나 반기문 총장이 실제 대선 판에 올라서고, 정당 깃발이 명확해지고 진영 논리에 갇힐 경우 지금처럼 보수와 중도를 아우르는 폭 넓은 지지세를 유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여러 쟁점에서 논쟁적 상황을 돌파해야 하고 검증이슈들도 꽤 등장할 것이다. 

반기문 총장으로서는 본 궤도 등판 전에 국내 다양한 이슈와 정책방향에 대해 상당히 정교한 준비가 완료되어야 한다. ‘준비되지 않은 화려한 외교관’에서 180도 즉각 방향을 바꾸지 못하면 반 총장에 대한 기대감들은 순식간에 가라앉을 수 있다. 정책내공을 쌓는 만큼 네거티브 이슈에 대한 대응과 해소전략도 필요해 보인다. 얼마나 치밀하게 준비를 하고 들어오느냐가 성공적 대선가도 안착의 가장 큰 변수로 작용할 것이다 

오 전시장을 비롯해 김무성 전대표, 원희룡 지사, 남경필 지사 같은 여권의 ‘잠룡’들은 반기문 현상을 어떻게 봐야 할까. 당장은 외부 인사가 대선주자 포지션에 직행하는 것이 달갑게만 보이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반 총장이 야권에 맞서는 수준의 경쟁력을 보임으로써 괴사 상태에 빠졌던 여권의 대선후보 레이스 시동이 가능해진 점을 생각하면 모두 반기문 총장에 감사해야 할 일이다. 

당 지지층조차 기대감을 거둬들이던 ‘차기 대선’에 활력이 넘치기 시작했고, 반기문 총장을 여권후보 ‘상수’ 위치에 둠으로써 여타 후보들이 보완-경쟁-대체재들로 리빌딩될 수 있는 기회가 생겼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권내 잠룡들에게 주어진 회복기간은 그렇게 길지 않다. 짧게 보면 반 총장이 귀국할 7개월 후, 길게 봐도 내년 상반기까지가 제한시간이다. 

그 시간내에 여당의 기존 대선주자군들이 나름의 경쟁력을 회복하지 못할 경우 보수여권의 지지층은 유일한 선택지인 반 총장에 모든 것을 걸 수밖에 없다. 반기문 총장이 대선 판에 뛰어들지 않기로 결정하거나, 다른 루트(?)를 택하거나 어떤 예기치 못한 악재로 주저앉거나 한다면 그야말로 재앙 같은 상황이 전개되는 것이다. 

또한 아무리 반기문 총장이 지금 기대감을 끌어 모은다 하더라도 흥행 없이 여당 대선주자 자리에 올라앉는 것은 그다지 좋은 선택지가 아니다. 이 부분은 안철수 대표와 같은 맥락이다. 여권내 대선 잠룡들, 이들은 반기문 총장과 어떤 관계-구도를 만들며 사그러드는 대선 승리의 불꽃을 다시 피워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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