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청문회법 '거부권'에 신중한 3가지 이유

[the300] △국회 재의결 가능성 △정국경색 우려 △별도 대응수단

이상배 기자 | 입력 : 2016.05.22 14:20
박근혜 대통령/ 사진=청와대

19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를 전격 통과한 '상시 청문회법'(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 여부를 놓고 청와대가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국회에 시행령 개정 요구권을 부여하는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박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이른바 '유승민 파동' 당시와는 사뭇 다른 기류다. 청와대 한 참모는 "지난해와는 사안이 다르다"고 했다. 이유는 크게 3가지다.

◇국회 재의결 가능성

첫째, 박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도 불구하고 국회가 법안을 재의결할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박 대통령의 리더십이 타격을 받고 레임덕이 촉진될 우려가 있다.

헌법상 국회에서 의결한 법안이 정부로 이송되면 대통령은 15일 내 재가 또는 재의요구를 할 수 있다. 대통령이 재의를 요구한 법안은 국회로 되돌아간다. 만약 국회가 본회의에 재의를 부쳐 과반수 출석과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의결하면 법안은 법률로 확정된다.

문제는 이미 19대 국회의 의사일정이 모두 끝난 터여서 앞으로 법안에 대한 재의는 '여소야대'의 20대 국회에서 다뤄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새누리당의 20대 국회의원 122명 가운데 101명 이상만 본회의에 출석해 반대 표를 던져도 재의결을 반드시 막을 수 있지만, 비박계의 이탈 가능성을 고려할 때 장담할 순 없다. 19일 본회의의 경우 새누리당 의원이 재적의원의 292명 절반인 146명에 달했음에도 불구하고 반대와 기권은 재석 222명 가운데 각각 79명, 26명으로 총 105명에 그쳤다.

◇정국경색 우려

둘째, 박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20대 국회 개원과 함께 정국이 급랭할 우려가 있다. 청와대가 노동개혁 4법 등 핵심 개혁과제들을 20대 국회에서 재추진하겠다고 공언한 가운데 야당이 거부권 행사에 반발하며 개혁과제들에 대한 협조를 거부할 경우 박 대통령으로선 임기 내 '레거시'(업적)를 남기는 데 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국회의장이 야당 몫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의장이 자신의 직권상정 등의 권한을 여권에 불리하게 행사할 경우 정부로선 곤란해질 수 밖에 없다. 국회선진화법에 따르면 매년 11월30일까지 세법 개정안 등 세입예산안 부수법안의 상임위원회 심사가 끝나지 않을 경우 의장은 세입예산안 부수법안 가운데 일부를 선택해 본회의에 부의할 수 있다. 의장과 야당이 마음만 먹으면 정부·여당이 반대하는 법인세 인상안을 본회의에 상정해 통과시킬 수도 있다.

20대 국회에서 '캐스팅보터' 역할이 예상되는 국민의당의 박지원 원내대표는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지 마시길 (박 대통령에게) 간곡히 말씀 올린다"며 재의요구 없이 즉시 재가할 것을 촉구했다. 이종걸 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도 20일 "박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협치'는 말 뿐이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별도 대응수단

셋째, 굳이 여론의 역풍을 무릅쓰면서까지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더라도 국회를 통한 재개정 추진 등 다른 대응수단이 남아 있다. 또 상시 청문회법이 시행되더라도 야권과의 조율을 통해 과도한 청문회 개최를 막는 등 정치적으로 대응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게 청와대의 내부적 판단이다. 청와대 한 참모는 "상시 청문회법은 운영 과정에서 조율할 수 있는 여지가 있는 내용"이라고 말했다.

이번에 통과된 국회법 개정안에서 청문회와 관련해 추가된 내용은 상임위의 '소관 현안'에 대해 청문회를 소집할 수 있도록 한 부분이다. 지금도 국회는 △국정감사 또는 국정조사 △법안 심사 △중요한 안건 심사를 위해 필요한 경우 청문회를 소집할 수 있다. '소관 현안'까지 청문회 소집 대상에 추가될 경우 청문회 개최가 용이해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급진적 변화를 낳을 정도는 아니다.

야당도 지나친 청문회는 지양하겠다는 입장이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20일 "청문회를 남용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며 "상임위는 정책 청문회 중심이고, 권력형 비리는 국회 차원의 특별위원회에서 청문회를 하는 만큼 (정부·여당이) 호도하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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