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일의 정치 깊이보기]세대별 투표율, 거대 이변 일으킬까

[the300]

편집자주the300이 여론에 나타난 민심 흐름을 분석하고, 이를 통해 우리 정치 현상들을 한단계 더 깊이 들여다보는 '이상일의 정치 깊이보기'를 연재합니다. 필자인 이상일 아젠다센터 대표는 여론조사 분석 전문가로 TNS코리아 이사, 청와대 행정관 등을 지냈습니다.


 지난 3월 30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유권자 의식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총선에 반드시 투표하겠다는 응답이 63.9%로 19대 총선의 동일한 조사와 비교해 7%P가 증가했다는 내용이었다.

세대별 응답 내용이 더 흥미롭다. 20대(19세 포함)의 반드시 투표하겠다는 응답이 55.4%로 지난 총선보다 무려 19.3%P나 올랐기 때문이었다. 30대는 지난 총선 때 같은 조사에 비해 12.5%P가 늘었고, 40대도 6.9%P가 증가했다.
반면 60대 이상의 ‘반드시 투표하겠다’는 비율은 4.1%P 감소했고, 50대도 19대 총선에 비해 2.0%P 적극적 투표의향이 줄었다.

여론조사에 ‘투표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수치일 뿐 실세 투표행태와 여론조사 결과는 다르기 때문에 중앙선관위 조사결과를 가볍게 봐 넘길 수도 있다. 하지만, 중앙선관위는 매 선거마다 선거 전에 유권자 의식조사 결과를 발표해 왔고, 실제 투표율과 일치하지는 않더라도 투표율이 늘어나고 줄어드는 흐름은 일치한 결과를 내 왔다.

 

 


6회 지방선거를 앞두고 실시한 중앙선관위 조사와 실제 지방선거 투표율 격차는 1%P에 불과했다. (선관위 1차조사, ‘반드시 투표하겠다’ 기준) 선거일 기준으로 약 보름 전 정도에 발표한 조사결과와 투표율 격차로 이번 총선을 앞두고 선관위가 발표한 시점과 비슷하다. (4.13 총선, 3.30일 발표) 그 이전 총선과 지방선거 투표의향 조사와 실제 투표율 격차도 크지 않았다. 2008년 총선에서만 여론조사와 투표율 격차가 5.8%P로 다소 높았을 뿐, 최근 선거에서 4%P 수준을 넘지 않았다.

문제는 이번 총선을 앞두고 실시한 선관위 여론조사에서 투표의향이 상당한 폭으로 올랐다는 점이고, 그런 증가의 주 이유가 40대 이하 유권자들의 ‘적극적 참여의향’에서 비롯됐다는 사실이다.
흐름이 유효하다면 이번 총선을 앞두고 발표한 유권자 의식조사는 어마어마한 ‘핵폭탄’을 안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


출산율 하락과 고령화 여파로 4년전 총선에 비해 이번 총선에서는 50대 이상 유권자가 크게 늘었다. 50대 약 78만명, 60대 이상 약 167만명이 증가해 50대 이상 유권자가 240만여명 이상 늘어난 것이다. 반대로 40대 이하 유권자는 60만 여명 정도가 줄었다.

보수성향이 강한 중고령층 유권자의 급증으로 보수정당에 더 유리한 선거판이 짜여진 것이다. 전체 투표율이 지난 총선이나 지방선거와 유사하고, 세대별 투표율도 별 차이가 없다면 ‘세대별 유권자 정치성향 차이’만 갖고도 총선에서 여당은 240만 여명 증가한 50대 이상 유권자 덕분에 유리한 선거 성적표를 받아 들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앞서 살펴본 것처럼 중앙선관위의 투표참여 의향을 물은 여론조사가 ‘정확한 민심’을 반영했고 응답된 것처럼 40대 이하 유권자가 4월 13일 선거일에 대거 투표장으로 향한다면 어떻게 될까. 이들 세대의 투표율이 10%P 이상 높아질 경우 중고령층 유권자 증가 효과를 무력화시킬 정도로 위력적인 40대 이하 투표자들이 생겨난다. 그렇게 된다면 선거전에 돌입한 후 여당인 새누리당이 ‘과반 붕괴’를 우려해 온 상황이 현실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세대 구성비율과 투표율을 간략화한 후 가정했을 때,
14년 지방선거 수준에서 40대 이하 투표율을 약 48%, 50대 이상 투표율을 약 68%로 가정하면 선거인수 비중은 50대 이상이 작지만 투표자 비중은 100만명 이상 많은 역전 현상이 발생한다.
반면 중앙선관위 조사결과를 이용해 40대 이하 투표율이 55% 정도로 상승할 것을 가정하고, 50대 이상은 65% 정도로 약간 하락하는 상황을 가정하면 40대 이하 투표자가 50대 이상보다 130만 여명 가량 더 많아진다.

40대 이하 투표율이 7%P 정도 증가하고 50대 이상 투표율이 3%P 정도 낮아지느냐 아니냐에 따라 어느 쪽 투표자가 다수가 되느냐가 달라지는 것이다.

지난 금요일과 토요일 이틀 동안 사전투표가 진행됐다. 사전투표율은 12.2%로 14년 지방선거 사전투표율 11.5%보다 조금 높았다. 사전투표 역시 전체 투표율 패턴을 보여주는 하나의 지표로 간주한다면, 총선의 전체 투표율이 중앙선관위 조사 수준으로 ‘급등’할 가능성은 높아보이지 않는다. 0.7%P 정도의 투표율 상승은 사전투표가 두 번째 실시된 익숙함의 효과나 인천공항・서울역 등지까지 넓힌 사전투표소 이용 편리성 때문으로도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본 투표는 아직 진행되지 않았다. 4월 13일 오전, 투표행렬의 길이와 시간대별 투표율 추이를 지켜보며 각 정당과 후보들의 희비가 엇갈릴 것이다. 중앙선관위 조사결과와 유사한 투표 패턴이 형성된다면 세대간 투표율 격차가 현저하게 좁혀지는 새로운 현상이 등장한다는 뜻이다.

과연 어떤 결과가 총선 당일 펼쳐질 것인지 흥미롭게 지켜볼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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