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민주 '孫·文 카드'로 다시 이슈선점…김종인의 도박

[the300]성공할 경우 중도층·호남 공략 박차..실패시 상승동력 상실

(서울=뉴스1) 박세연 기자. 더불어민주당의 손학규 전 상임고문(왼쪽), 문재인 전 대표. 2014.6.13/뉴스1

 더불어민주당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의 노림수가 다시 한 번 발동됐다. '손학규 지원 요청'과 '문재인 호남 방문' 카드를 연달아 꺼냈다. 총선을 일주일도 채 안 남긴 시점에서 더민주가 주말까지 야권 이슈의 주도권을 쥐게 됐지만, '도박'이 성공할지 여부는 지켜봐야 한다.

7일 김종인 대표는 경기도 하남·남양주, 강원도 춘천·원주, 충북 제천·충주·청주에 지원유세를 다녔다. 전날부터 목이 쉬는 등 컨디션이 좋지 않은 와중에서도 3개도를 돌아다니며 경제민주화의 중요성을 설파하는 강행군을 지속했다.

남양주시에서 김 대표는 깜짝 발표를 했다. 그는 "오늘 손학규 전 상임고문에게 전국 각지 유세를 간곡히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역시 이날 다산 정약용 선생 180주기 기념 강연차 남양주를 찾은 손 전 고문에게 공식적으로 러브콜을 보냈다.

손 전 고문은 "조금 더 생각을 해보겠다"고 말했지만 김 대표는 손 전 고문의 합류를 자신하고 있다. 그는 이날 새벽 손 전 고문과 통화를 해 지원유세를 요청했는데, 이 통화에 대해 "상당히 긍정적인 목소리로 들렸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최근 정장선 총선기획단장을 손 전 고문의 칩거지인 전남 강진에 내려보내 지원요청을 한 후 연락을 꾸준히 유지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같은 시각 문재인 전 대표는 호남 방문을 결정했다. 문 전 대표측은 이날  "8~9일 양일간 호남을 방문해 진솔한 얘기와 질타를 들을 것"이라고 밝혔다. 광주, 정읍, 익산 등지를 돌며 호남 지역 장년·노년층을 중심으로 팽배히 자리잡고 있는 '반문 정서'에 맞선다는 계획이다.

문 전 대표의 호남 방문은 김종인 대표측과의 교감 아래 이뤄졌다. 문 전 대표도 이날 인천에서 기자들과 만나 '김종인 대표와 논의를 했는가'라는 질문을 받고 "잘 다녀오라는 얘기를 들었다"고 답했다. 김 대표는 본래 문 전 대표의 호남 지원유세에 대해 "선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부정적이었지만 이후 문 전 대표가 호남 방문 의지를 강력하게 피력하자 한 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었다.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7일 충북 제천시 중앙로 내토전통시장 앞에서 열린 제천단양 이후삼 후보 지원유세에 참석해 선거운동원들을 격려하고 있다. 2016.4.7/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 대표는 이날 원주에서 기자들과 만나 "아마 유세하러 가는 것은 아닐 것"이라며 "자기 입장을 사죄하고, 광주에서 어려운 상황이 전개된 것에 대해 자기 나름대로의 얘기를 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설사 거기가서 많은 저항을 받더라도 본인이 달게 감수하겠다고 하고 가는 듯 하다"고 덧붙였다. 

'손학규'와 '문재인' 두 장의 카드로 더민주는 주말까지 이슈를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손학규 전 고문의 거취표명 여부와, 9일까지 이어질 문재인 전 대표의 호남 방문이 야권의 뜨거운 감자가 됐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야권 경쟁자인 국민의당은 또다시 이슈 전면에서 물러나게 됐다. 마치 김 대표가 지난 2월 테러방지법 필리버스터를 끝내고, 곧바로 야권 통합을 기습 제안하며 정국을 끌어가던 모습이 연상된다. 김 대표 특유의 재빠른 승부수가 던져진 셈이다.

두 장의 카드가 국민의당쪽으로 기울어진 것으로 알려진 호남민심을 얼마나 반전시킬지 여부가 관건이다. 손학규 전 고문의 경우 '수도권 중도층 공략'뿐만 아니라 '호남 막판 세몰이'가 가능한 인사다. 정계은퇴 이후 전남 강진에서 칩거해왔고, 호남지역에서도 환영받는다. '김종인은 약하고, 문재인은 못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동안 더민주는 호남에서 국민의당의 안철수·천정배·박지원 등에 대적할 수 있는 '간판'의 부재 속에 고전해왔다.

문재인 전 대표의 경우 말 그대로 '정면돌파'다. 호남지역의 '반문 정서'를 극복해 여론의 반전을 일으키겠다는 의도다. 이에 대해 김광진 더민주 의원은 팟캐스트를 통해 "문 전 대표가 달걀을 맞겠다는 자세로 호남에 가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다만 김 대표의 이번 수는 '고위험-고수익' 투자와 같다는 지적이다. 손 전 고문이 만약 거절할 경우 호남에서 더민주의 상승 동력은 없어진다. 수도권 중도층의 표심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문재인 전 대표의 호남 방문은 김 대표 본인이 처음 우려했던대로 자칫 '반문 정서'만 자극할 수 있다. 모든 것은 주말이 지나봐야 확실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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