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표 분열..'천당 아래 분당' 민심은?

[the300][4.13 미리보기②경기](2)성남 분당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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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성남 분당을 여의도순복음분당교회 앞 각 후보자 유세 모습/사진=배소진 기자


20대 총선에 출마한 후보자들의 일요일 오전은 가장 분주한 때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일터에 있는 유권자들이 여유롭게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는 주말은 후보자들이 얼굴을 알릴 절호의 기회다. 특히 일요일 오전 지역구 내 대형 교회, 성당 등 앞은 그야말로 '핫 스팟'이다. 실제 지역구에 거주하는 주민인지 긴가민가 한 상가나 사무실과 달리 높은 성공률로 유권자들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3일 오전 8시30분쯤 경기도 분당 정자동에 위치한 여의도순복음분당교회 앞에는 경기도 성남분당을 지역구에 출마한 전하진 새누리당 후보의 선거운동원들이 일찌감치 자리를 잡았다. 곧이어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후보의 선거운동원들이 도착해 전 후보측 운동원들과 마주보고 섰다.

비가 오락가락하는 궂은 날씨에도 교회를 찾는 주민들의 발길은 연신 이어졌다. 지역에서도 손꼽히게 규모가 큰 교회인만큼 분당 각지에서 셔틀버스가 속속 도착했다. 좁은 인도를 사이에 두고 한 명의 주민이라도 지나갈 때마다 인사경쟁이 치열했다.

9시 예배시간이 다가오자 교회를 향해 걸음을 재촉하는 이들의 수도 늘어났다. 이번에는 흰 점퍼에 '6번'을 단 임태희 무소속 후보가 직접 교회 앞에서 명함을 나눠주며 일일이 악수를 청했다. 일부 교인들은 임 후보의 얼굴을 알아보고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임 후보는 넉살좋게 경쟁자들의 선거운동원에게까지 명함을 돌리기도 했다. 그시각 전하진 후보와 옆 지역구 분당갑의 권혁세 새누리당 후보는 이곳에서 함께 예배를 보고 교회 관계자들과 면담을 가지고 있었다.

같은날 오전 10시30분쯤 여의도순복음분당교회에서 약 5km 떨어진 분당동 분당성요한성당에는 김 후보가 등장했다. 김 후보가 10여년간 다녔던 성당이라고 했다. 김 후보는 이날 오전 11시 미사에 참석, 성경을 낭독하는 '봉독'을 하는 기회를 가졌다. 김 후보 측은 "20대 총선에서 천주교도가, 이왕이면 우리 교구의 후보가 당선됐으면 한다는 말씀을 신부님께서 해주셨다"고 든든해했다.

갑·을로 나뉘어 있지만 분당구의 생활권은 거의 일치한다. 갑 지역구에 사는 주민이 을 지역구의 교회나 성당으로 오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때문에 이날 분당성요한성당 앞에는 분당갑 권 후보와 김병관 더민주 후보, 분당을 전 후보, 김 후보, 임 후보에다 국민의당 윤은숙 후보 측 선거운동원까지 대거 몰리며 북새통을 이뤘다.

지난 3일 경기 성남 분당을에 출마한 각 후보자 유세 모습/사진=배소진 기자

후보자들은 오후에도 저마다 주민들이 가족과 시간을 보내는 장소를 택해 유세를 이어갔다. 전 후보자는 미금역과 이마트 분당점에서, 김 후보는 분당갑 김병관 후보와 함께 서현역 AK플라자 앞에서 유권자들을 만났다.

분당은 전통적인 새누리당의 텃밭이다. 분당 선거구가 생긴 14대 총선(1992년) 이래 야당 후보가 당선됐던 적은 '손학규의 분당대첩'이라 불리는 2011년 재보궐선거(분당을) 단 한번 뿐이다. 여기에 절대 '보수성향'인 수내1,2동이 분당갑에서 분당을로 편입되며 여당 강세 기조는 더욱 짙어졌다.

새누리당 공천을 받아 '1번'을 달기만 하면 무난히 당선되는 수순이었을 것이나 문제는 여권표가 분열됐다는 것이다. 그것도 강력한 두 후보자가 말이다. 전 후보는 '창조경제 전도사'라 불리며 의정활동에도 일가견이 있는 지역구 현역의원. 임 후보는 이미 해당 지역구에서만 3선을 지낸 중진의원 출신이다. 인지도면에서는 막상막하다.

유권자들도 두 후보를 놓고 신중하게 저울질하고 있다. 주부 김모씨(59·여)는 "전하진씨가 새누리당 공천을 받았냐"며 "워낙 이미지가 좋아 꼭 다시 뽑으려 했다"고 반색했다. 한 70대 여성도 "전하진이 1번 아니냐. 박근혜 대통령이 하시는 일도 잘 하고 아주 일꾼"이라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임 후보에 대해서는 "갑자기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나가버려서 손학규가 됐었지 않냐. 그렇게 만들어놓고는 수원에 간다더니 언제 또 돌아왔더라"고 했다.  

손자와 성당을 찾은 60대 황모씨는 "무소속으로 나온 양반이 후배인데 공천이 안되서 무소속으로 나왔다"며 "여론을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전하진, 임태희 둘 중 한 명이 될텐데 그래도 되는 사람을 밀어줘야 하지 않겠나"고 말했다. 황씨와 함께 앉아있던 60대 남성은 "이 지역이 야당강세라 걱정"이라며 "임태희가 새누리당 공천을 못받아서 이렇게 됐다"고 혀를 찼다.

분당에서 '야당강세'라는 말이 선뜻 이해가 되지 않을 법도 하지만 이번 20대 총선만큼은 허튼 말이 아닐 수도 있다. 전 후보, 임 후보의 '제 살 갉아먹기' 경쟁에 더민주 김 후보의 '어부지리' 당선 가능성이 솔솔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김 후보 역시 19대 총선부터 지역을 닦아왔던터라 유권자들에게는 친숙한 얼굴이다. 

정자역 인근에서 만난 이모씨(43)는 "새일꾼을 뽑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분당은 무조건 여당 당선지로 쉽게 보고 국회의원 한 번 해보겠다고 이사람 저사람 나오는 모습이 좋아보이지 않는다"고 여당의 공천내홍을 비난했다.

분당 구미동에 추진되는 '분당법조단지'를 놓고 전 후보와 김 후보 간의 신경전도 과열되고 있다. 

전 후보는 법조단지에 지방법원, 지방검찰청, 보호관찰소 등을 '패키지' 형태로 입주시키는 계획을 세우고 실천에 옮기고 있다. LH 등 공공기관 지방이전으로 죽어버린 상권을 활성화시키고 20년 넘게 묵혀둔 부지를 활용하기 위해 2년 넘게 정부 부처를 설득, 올해 예산에 설계비도 반영했다.   

반면 김 후보는 법조단지에 포함된 보호관찰소에 대한 우려를 표하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범죄를 저질러 보호관찰을 필요로 하는 대상자나 범죄를 저지르고 사회봉사명령을 받은 범죄자들이 드나드는 곳으로 주민들에게 위협요소가 된다는 것이다. 특히 청소년들에게 악영향을 준다며 교육환경에 민감한 학부모층의 '표심'을 자극하고 있다.

김 후보는 "보호관찰소를 포함한 법조단지 이전의 이유가 경제 활성화를 위한 것이라면, 법조단지 이전이 아닌 분당 구미동과 오리역 일대의 경제를 활성화 시킬 수 있는 새로운 해법이 제시되어야 한다"며 농협 하나로마트를 확장시키는 방안을 제안했다.

이에 대해 전 후보는 "분당법조단지가 조성되면 우리 분당지역도 서초동 법조단지나 문정동 법조단지와 같이 경제가 활성화될 것"이라며 "분당법조단지 내 검찰국 소속인 보호관찰소에는 산림법 위반, 쌍방폭행, 교통법 위반 등 경범죄가 대부분이고 범죄예방설계 적용으로 우범지대가 사라져 보호관찰소 주변은 오히려 치안이 안전하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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