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명예위해 산 사람" 4년 전 사퇴 사태 재연한 김종인

[the300]사실상 당무에서 손 떼...이틀째 사퇴시위

20대 총선 비례대표 공천과 관련한 갈등으로 당무를 거부해 왔던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대표회의실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2016.3.22/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비례대표 공천 결과에 불만을 제기한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 대표가 22일 이틀째 '사퇴 시위'를 이어가면서 당 안팎에서 일촉즉발의 휴전 사태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 대표가 이날 당장 사퇴를 공식화하진 않았지만 사실상 비대위 업무에서 손을 뗀 만큼 언제든 사태가 재발할 수 있다는 얘기다.

김 대표가 사퇴 여부를 두고 고민을 거듭하는 것은 무엇보다 자신이 주도한 비례대표 공천이 당 안팎에서 노욕으로 비친 데 따른 상처와 실망 때문으로 보인다. 이날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참석하기 전 기자들과 만나 밝힌 입장에서도 이런 감정이 여과없이 드러난다. 김 대표는 "스스로 명예를 지키기 위해 산 사람인데 그런 식으로 욕보게 하는 것은 절대로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 대표의 측근 인사는 "물에 빠진 사람 구해주고 수권정당을 만들어주겠다고 했더니 자리 탐한 사람으로만 몰아가지 않았냐"며 "배신감을 크게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경남 양산에 칩거 중인 문재인 전 대표가 이날 비대위 개최 전 급히 상경해 45분여 동안 회동한 자리에서 확답을 주기 어려울 정도로 고민하고 있다는 얘기다.

좀더 들여다보면 여전히 당 주류세력으로 자리잡고 있는 친노(친노무현) 세력에 대한 감정의 골도 깊어진 상태다. 친노 세력이 주도하는 당 중앙위원회에서 이날 새벽까지 밤샘 논의 끝에 비례대표 절충안이 처리된 뒤 사태 수습 관측이 나온 시점까지 사퇴 카드를 만지작거린 것부터 그렇다. 자신이 주도한 전문가 중심의 개혁 공천안이 후퇴한 배경으로 한동안 잦아들던 친노 세력을 지목했다는 얘기다. 정권교체의 초석이 돼야 할 공천이 '도로 친노당'으로 후퇴했다는 인식도 엿보인다.

이날 중앙위에서는 당초 당선이 어려운 순번이던 김현권 전 의성군한우협회장과 이재정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사무차장, 제윤경 주빌리은행 대표, 권미혁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가 당선권에 진입했다. 김 전 협회장과 이 사무차장은 운동권 출신으로 분류된다. 제 대표는 지난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지낸 친노 인사다. 권 전 이사장은 문 전 대표가 영입해 당 뉴파티위원장으로 활동했다.

이들이 당선권에 오른 대신 김 대표가 주도한 비대위에서 당선권(15번)에 배정했던 김숙희 서울시 의사회 회장과 양정숙 국무총리 행정심판위원회 위원, 조희금 대구대 가정복지학과 교수는 줄줄이 당선가능권 밖으로 밀렸다.

다른 편에선 4·13 총선을 불과 22일 앞두고 몸을 숙일 수밖에 없는 친노의 속내도 끓고 있다. 김 대표의 사퇴 시사를 두고 당 안팎의 친노 인사들이 이미 엇갈린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친노 세력 내 돌발 발언은 언제든 갈등이 폭발할 수 있는 불씨가 될 수 있다.

참여정부 당시 법무부 장관을 지낸 강금실 변호사는 이날 트위터에 "아무리 금배지가 좋다 한들 당을 그렇게 통째로 내주고 싶냐"며 "영혼을 팔아먹은 인간들"이라고 적었다. 문 전 대표가 김 대표와의 회동 직후 "김 대표는 개인적인 욕심 없이 당을 살리려는 일만 해왔다"며 "마음을 풀어드리려 노력했다"고 밝힌 것과 간극이 크다.

김 대표의 사퇴 시위로 더민주가 받은 타격은 작지 않다. 쇄신과 개혁의 상징으로 삼고초려 끝에 '모셔온' 김 대표와 어긋난 것 자체가 쇄신과 개혁의 포기로 읽힐 여지가 크다.

정치권에서는 더민주와 새누리당으로 대변되는 거대 양당이 쇄신과 개혁을 바라보는 속내가 드러났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김 대표의 사퇴 사태가 새삼스럽지 않다는 반응이 나오는 이유다. 김 대표는 2012년 19대 총선 당시 당명을 바꾼 새누리당에서 비대위원의 좌장 격으로 활동하면서 경제민주화 등을 압박하다 불발되자 결국 비대위 활동이 종료되기 전 사퇴했다. 공교롭게 꼭 4년 전 이날이다.

당시 김 대표와 활동했던 이준석 전 새누리당 비대위원은 지난 1월 한 라디오방송에서 "(김 대표가) 정치권에서 안 해본 게 없어서 사퇴를 수단이 아니라 진짜 미련없이 던진다"며 "야당에서도 열린 마음으로 영입한 게 아니라 일시적 이득을 기대한 것이라면 김 대표가 강하게 나갈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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