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보는세상]세월호, 적폐속에 묻어둘 것인가

[the300]

지난 13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 마련된 세월호 천막 전경. 세월호 진상규명을 위한 범국민 서명운동을 진행하는 진실마중대에서 시민들이 서명하고 있다.

지난 13일 오후 2시 서울 광화문 광장. 궂은 날씨에도 이순신 장군 동상 아래 떠 있는 세월호 천막 곳곳에는 여전히 시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에 동참해주세요” 자원봉사자들이 범국민 서명운동을 하는 ‘진실마중대’에는 주말 나들이를 나온 시민들이 속속 찾아와 서명에 동참했고, 304명의 희생자를 기리는 분향소 앞에도 영정사진을 바라보며 침묵으로 애도하는 시민들의 눈빛이 이어졌다. 

그 속엔 세월호 참사를 알리는 외국어 안내문을 보며 놀라고 안쓰러워하는 외국인 관광객들도 서 있었다. 2014년 4월16일 우리를 경악케 한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698일이 지난 지금도, 세월호 천막 곳곳은 '왜'라는 의구심이 가득 차 있었다. 

지난 2년여 동안 우리는 무엇을 한 것일까. 복기해보면 세월호 참사 이후 감사원 감사, 검찰 수사, 국회 국정조사 등 숱한 조사와 수사들이 진행됐다. 사고의 우선 책임자인 이준석 선장과 선원들, 전직 해양경찰 123정 정장 등에 대한 재판도 이뤄졌다. 지난해 12월에는 진상규명을 위해 꾸려진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의 1차 청문회도 열렸다.

하지만 2년여에 걸친 조사와 재판, 청문회에도 불구하고 승객구조 실패 원인과 책임 등에 대해선 아직도 많은 의문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 결국 세월호 특조위는 지난달 19일 ‘4.16 세월호참사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이하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특별법, 제37조)에 따라 국회에 특별검사를 요청하기에 이르렀다. 진상규명을 위해선 전 해양경찰 지휘부에 대한 추가 수사가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세월호 특조위의 특검 요청은 특별법이 만들어질 때부터 어느 정도 예견된 것이었다. 강제성이 없는 조사만으론 범죄혐의를 뒷받침할 수 있는 증언과 증거자료를 확보하는 데 분명 한계가 있다. 여야가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특별법 제정 협상 당시 세월호 특조위에 수사·기소권을 부여하는 대신 특검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합의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특조위가 제출한 특검 요청안은 한 달 가까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방치되고 있다. 지난달 26일 법제사법위원회가 한차례 특검 요청안을 상정, 심사했지만 새누리당의 외면으로 본회의로 넘어가지 못했다. 당시 회의록을 보면 새누리당 의원들은 특조위가 특검을 요청한 이유가 무엇인지, 왜 필요한지를 따지기보다 법사위 처리 절차와 과정을 문제 삼는데 치중했다.

한마디로 특검 요청안을 법사위에서 처리하는 게 맞느냐는 것이었다. “법사위에서 처리하는 것이 맞다는 의사국의 유권해석을 받았다”는 수석전문위원의 설명도 소용없었다. 본질을 벗어난 소모적 논쟁에 발목이 잡힌 특검 요청안은 그렇게 처리가 무산된 반면 쟁점법안인 북한인권법은 여야 지도부의 합의에 따라 일사천리로 통과했다.

오는 7월쯤이면 세월호 인양이 완료될 것이라고 한다. 아직 시신을 찾지 못한 9명의 희생자 유가족들은 이날 꿈에 그리던 기적 같은 조우만을 고대하고 있다. 하지만 과연 정부는, 국회는, 우리는 적폐 속에 가라앉은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인양할 준비가 돼 있는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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