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일의 정치 깊이보기]'1여다야' 구도, 총선 영향력 보니

[the300]김종인, 국민의당 사실상 '임시정당' 규정, 분열 책임론 압박…안철수 대표 새정치실험 '기로'

편집자주the300이 여론에 나타난 민심 흐름을 분석하고, 이를 통해 우리 정치 현상들을 한단계 더 깊이 들여다보는 '이상일의 정치 깊이보기'를 연재합니다. 필자인 이상일 아젠다센터 대표는 여론조사 분석 전문가로 TNS코리아 이사, 청와대 행정관 등을 지냈습니다.

 

지난 주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야권 통합’ 제안이 두 야당을 뒤흔들었다. 물론 충격파는 국민의당으로 향했다. 경쟁당 비대위 대표의 통합 제안 한 마디에 국민의당은 심야 의원총회까지 열어야 했다. 통합 제안에 반대한다는 결론을 내렸지만 합의를 이끌어 내는 과정이 매끄럽지 않았던 것으로 미뤄 불씨가 완전히 꺼진 것 같지는 않다.

국민의당이 야권 통합에 반대하면서 20대 총선에서 일여다야(一與多野) 구도가 현실화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등장하고 있다. 물론 국민의당이 아니어도 역대 총선에는 많은 정당이 참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당 구도로 선거판이 읽히게 된 건 영호남을 지역기반으로 하는 두 거대정당 외에 다른 정당과 소속 후보들이 얻는 득표가 선거 판세를 바꾸는 데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할 정도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18명의 현역의원을 보유한 국민의당이 더민주와 통합 내지 연대 없이 총선에 임한다면 실질적인 일여다야 구도가 펼쳐질까? 결국 일여다야 구도 총선이냐 양당 구도 총선이냐를 가르게 되는 변수는 국민의당이 총선에서 어떤 위상을 유지하며 선거를 치르느냐 하는 문제다. 국민의당과 소속 후보들이 어느 정도 득표력을 가져야 多野 구도로 해석 가능한 것인지 짚어 보자.

지극히 단순한 가정을 하나 해 보자. 지난 주 발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국민의당 지지율은 9%였다. 국민의당 후보들이 최소한 당 지지율 수준의 정도의 득표력은 갖게 된다고 가정하고, 국민의당이 수도권 全지역에 후보를 낸다면 어떤 상황이 전개될 수 있을까.



이번에 조정된 선거구 획정에서 서울/경기/인천 수도권 선거구는 122개로 늘어났다. 19대 총선 결과를 현재 선거구에 맞춰 재조정한 후 살펴보면, 122개 선거구 기준으로 새누리당 후보가 10%P 차이 미만으로 야당(민주통합당)에 패한 지역구 수가 44개다. 19대 총선 당시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이 후보 단일화를 해 민주당이 후보를 내지 않은 경우, 통진당 후보 득표를 민주당 후보가 득표한 것으로 간주해서 통계를 내 본 결과다.

새누리당 후보들이 19대 총선과 큰 차이 없는 득표력을 보인다면, 수도권 40여개 이상 지역에서 새누리당 후보는 똑같은 득표를 하고도 승리가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야권 단일후보가 얻을 수 있는 득표 중 일부가 국민의당으로 분산되고 그 분산표를 정당 지지율 기준 10% 정도로 가정했을 경우다.

물론 선거 구도가 그렇게 단순하게 전개되지는 않는다. 이들 수도권 지역 중에는 새누리당 공천 과정에 반발해 보수 성향 후보가 무소속으로 출마하기도 하고, 국민의당에서 수도권 전 지역에 후보를 공천하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국민의당에서 전지역 공천을 시도하더라도 실제 3자 구도가 현실화되는 지역이 그렇게 많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더라도 다수 지역에 국민의당 후보가 출마하고 이들이 10% 안팎의 득표력을 보일 경우, 국민의당 후보가 보수표를 잠식하거나 과거 투표하지 않던 유권자들을 투표장으로 이끈 것이 아니라면 야권에는 ‘재앙’과 같은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더불어민주당에만 손해가 된다는 뜻은 아니다. 당장 안철수 대표가 출마한 노원병에 예상대로 더민주에서 후보를 낸다면 안철수 대표로서도 당선을 확신하기 어려운 상황이 될 수도 있다. 양 당 모두 수도권의 현역의원과 유력한 후보들이 표분산 효과로 인해 당선을 장담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더민주와 국민의당 일부에서 ‘야권통합’ 불발에도 불구하고 수도권 연대 등 여진이 남아 있는 것은 이런 수도권 표심 때문이다. 김종인 대표의 통합 제안을 국민의당이 바로 거절했지만, 선거 막판까지 수도권을 중심으로 두 야당의 후보간 연대 또는 단일화 논의는 끊임없이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일부 지역에서는 유권자들이 야당 후보들 중 한쪽으로 일찌감치 쏠리는 ‘유권자 후보 정리’ 현상도 등장할 수 있다.

김종인 대표의 ‘야권통합’ 카드는 다목적 포석이다. 더민주와 국민의당이 벌인 야권 주도권 경쟁에서 더민주의 우위를 선언하며 선거판이 다자구도가 아니라 양자구도임을 선언한 셈이다. 국민의당이 통합제안을 수용 한다면 실질적인 야권 재통합을 이루는 쾌거가 될 것이고, 거절한다면 분열의 이후 책임은 국민의당으로 쏠리게 돼 있다. 더 길게는 총선 이후 대선 국면의 야권통합과 주도권 경쟁까지 겨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당 입장에서는 총선 이후는 고사하고 당장 통합은 거절했지만 ‘수도권 후보 연대’ 압박을 어떻게 풀어야 할 것인지 더 큰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수권 정당을 표방하며 창당을 한 안철수 대표 입장에서 ‘야 후보 분열로 공멸했다’는 평가가 두려워 수도권 각지에 후보를 내지 않을 수는 없다. 그런 선택은 그야말로 불임정당임을 만천하에 선언하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후보조차 내지 못하는 정당이 총선 후 세력을 키워 대권에 도전하는 발판을 만들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김종인 대표의 선공(先攻)은 선거를 책임진 대표 입장에서 현실적 상황을 고려한 정치 수읽기로 봐야겠지만, 국민의당을 통합과 연대의 대상이 아니라 소멸하게 될 임시정당 정도로 규정했다는 느낌까지 드는 건 과한 해석일까. 통합 제안을 선의로 해석하더라도 안팎의 시련에 야권 통합이라는 비수까지 맞닥뜨린 안철수 대표의 입장이 곤혹스럽게 보인다. 통합 카드를 받으면 당의 존립기반이 흔들리고, 거절하면 당 안팎의 분열 책임론에 휩싸일 처지이기 때문이다.

안철수 대표가 현재 국면을 뚫고 총선판에서 독자 생존의 길을 모색하지 못한다면 ‘새정치 실험’은 총선 후, 이르면 총선 전에 끝나버릴 수도 있다. 무엇을 위한 탈당과 창당이었는지, 왜 당장의 불리한 지형을 알면서도 본인이 주창한 ‘새 정치’를 위해 신당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는지 설명해 내야 하는 시급한 과제가 국민의당 앞에 주어져 있다. ‘야권 통합’, ‘일여다야’라는 말 속에 담긴 정치적 무게와 함수가 복잡해 보인다.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