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일의 정치 깊이보기]경선, 여론조사 가중치에 달렸다

[the300][3당 공천 경선 규칙 뜯어보기③]여론조사 경선, 가중치 적용 여부는 결국 정치적 판단

편집자주the300이 여론에 나타난 민심 흐름을 분석하고, 이를 통해 우리 정치 현상들을 한단계 더 깊이 들여다보는 '이상일의 정치 깊이보기'를 연재합니다. 필자인 이상일 아젠다센터 대표는 여론조사 분석 전문가로 TNS코리아 이사, 청와대 행정관 등을 지냈습니다.
  가중치 문제는 일반 유권자들이나 조사에 관심이 없는 경우 무슨 개념인지 잘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다. 간단한 예를 들어 가중치가 어떻게 작동할 수 있는지 예를 들어 보자. 

조금 복잡해 보이지만 설명을 곁들이면 간단하다. 홍길동씨와 김삿갓씨가 경쟁하는 지역구 A가 있다고 가정하자. 이 선거구 유권자가 40대 이하 50%, 50대 이상 50%로 구성된 지역이라고 하면, 여론조사 1천명을 조사할 때 40대 이하 500명, 50대 이상 500명을 조사해야 한다.

그런데 투표율도 젊은층 투표율이 낮지만 여론조사에 응답하는 응답률도 젊은층이 현저하게 낮다. 무한정 젊은층이 다 채워질 때까지 조사를 할 수 없으므로 현실에서는 이런 경우 위의 표처럼 40대 이하 200명, 50대 이상 800명이 조사되는 경우가 흔하다. 그런데 김삿갓 후보는 젊은층에서 인기가 있고 홍길동 후보는 장년층에서 인기가 있어 지지율이 세대별로 다르다고 가정할 때 한 가지 문제가 발생한다.

위 표에서 가정한 것처럼 여론조사가 진행되었다고 할 때, 김삿갓 후보는 40대 이하에서 70% 지지를 얻고, 50대 이상에서 40%를 득표했지만 젊은층 응답자가 적어서 단순 합계를 할 경우 홍길동 후보에게 뒤지는 결과가 나온다. 반면에 유권자 비율에 따라 다시 가중치를 줘서 계산할 경우에는 젊은 세대에서 압도적 지지를 얻은 김삿갓 후보가 홍길동 후보를 이긴 결과가 나올 수 있다. 위에 가정한 예는 현재 선관위에서 허용한 ‘공표용 여론조사의 가중치 범위인 0.4~2.5를 충족시키는 경우를 상정한 것이다.

여론조사에서 가중치를 주는 것은 표본조사로 진행된 여론조사가 원래 모집단이라고 부르는 유권자 비율과 일치하지 않을 경우 이것을 원래 비율대로 복원하기 위한 통계적 기법이다. 적정 수준 이내에서 가중치가 적용된다면 통계적으로는 별 문제가 없다. 문제는 가중치 부여 여부에 따라 순위가 바뀌거나 심할 경우 승패가 바뀌는 상황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이다

여론조사 경선을 여론조사로 볼 것인가 경선의 대체 개념으로 볼 것인가에 따라 가중치를 주느냐 안주느냐 하는 문제가 결정된다. 여론조사 개념으로 본다면, 본래 유권자 비율에 따른 여론을 보는 것이 (통계적으로) 정확한 여론을 파악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조사가 덜 된 계층(연령, 지역)은 가중치를 통해 높여 주고, 조사가 더 된 계층이 있을 경우 가중치를 낮게 줘 본래 유권자 구성 비율에 맞는 결과를 보는 것이다.

그렇지만 ‘경선 여론조사’를 경선투표의 대체 개념으로 이해할 경우에는 얘기가 달라진다. 다시 예를 들어보자. A 선거구에 경선인단을 구성해 어떤 장소에 모여 투표를 할 경우, 원래 모집된 경선인단 중 40대 이하 연령층이 많이 오지 않았다고 해서 투표장에 온 40대 이하 참여자에게 투표용지를 두 장씩 주지는 않는다. 참여 여부는 경선인단에 포함된 유권자 개개인의 선택이고 어떤 선택을 했든 투표장에 모인 경선인단이 1인 1표의 원칙대로 투표권을 갖게 되는 것이 상식이다.

가중치 적용 여부는 결국 각당의 경선 여론조사를 ‘여론조사’로 볼 것이냐 ‘경선 투표의 대체수단’으로 보느냐 하는 정치적 판단에 따른 문제다. 본선 경쟁력을 기준으로 놓고 후보를 선출하는 데 무게중심을 둔다면 여론조사 방식을 채택하고 대상도 당 지지층만이 아닌 지역 전체 유권자를 대상으로 실시하는 게 타당하다.
당원이나 당 지지세력의 지지를 받는 후보를 선출하는 당내 경선으로 이 과정을 본다면 당연히 당 지지층을 중심으로 제한적 여론조사를 실시해야 하고, 사실상 여론조사라기 보다 ‘변형된 경선’에 가깝게 된다. 이 경우 당 지지층이 정확히 지역 유권자의 몇 %인지, 세대별로 당 지지층 구성이 어떻게 되어 있는지를 알 수 없기 때문에 가중치를 적용할 기준 자체가 사라진다.

여론조사로 후보를 뽑는 ‘기형적 공직후보 선출 문화’가 반복 사용되면서 여론조사의 방법론 자체가 논란이 되는 상황에 이르렀다. 소수의 표본을 통해 전체를 파악하는 ‘통계 조사 방법’인 여론조사가 정치의 수단이 된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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