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일의 정치 깊이보기]3당 경선, 알아야 이긴다

[the300][3당 공천 경선 규칙 뜯어보기①]여야 3당의 경선 세칙과 공천룰 비교

편집자주the300이 여론에 나타난 민심 흐름을 분석하고, 이를 통해 우리 정치 현상들을 한단계 더 깊이 들여다보는 '이상일의 정치 깊이보기'를 연재합니다. 필자인 이상일 아젠다센터 대표는 여론조사 분석 전문가로 TNS코리아 이사, 청와대 행정관 등을 지냈습니다.

 각 당의 공천작업이 본격화되고 있다. 선거구 획정이 완료되면서 이제 당내 경선과 공천이 본 궤도에 오른 상황이다. 한 쪽에서 선거법 처리 등을 둘러싼 여야간 힘겨루기가 계속되는 동안, 각 당 내부에서는 공천과 경선 규칙을 놓고 내부 논란이 상당했다. 상향식 공천, 전략공천 여부, 현역 컷오프 수위, 여론조사 및 경선방식의 세부 규칙들이 어떻게 정해지냐에 따라 현역의원을 비롯한 예비후보들의 운명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당장은 현역 물갈이 비율과 기준을 놓고 각 당내 기성정치인과 신인간, 계파간 갈등이 일고 있지만 경선 규칙도 상당한 쟁점들이 숨어 있을 수 있다. 각 당의 경선규칙들이 어떻게 규정되어 있고, 어떤 점들이 쟁점이 되고 어떤 유불리 변수가 숨어 있을까?

우선 여야 3당의 기본적인 경선 방식과 핵심 쟁점부터 짚어보자. 새누리당의 경선 기본 프레임은 ‘상향식 공천’이다. 국민과 당원의 뜻에 따라 자당의 총선 후보를 선출하겠다는 것이 목표다. 경선 규칙도 이런 배경을 갖고 마련됐고 과거 당원 50%, 유권자 50%를 반영한 경선투표 제도에서 당원 30%, 유권자 70%의 여론조사 방식이 채택되었다. 그러나 상향식 공천제가 결국 정치 신인에 불리하고 현역의원에 유리한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는 것 아니냐는 논쟁이 뜨겁다.

더불어민주당은 ‘국민공천단’이라 명명한 유권자의 전화조사 투표 방식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사실상 유권자 전화투표로 후보를 결정하는 100% 여론조사 방식에 가깝다. 권리당원 투표를 병행하는 방식도 마련되어 있지만 국민공천단 방식을 활용하지 못하거나 하는 경우에 국한했다. 안심번호를 이용한 국민공천단 모집의 성공률, 일반 유권자들의 자발적 참여율에 따라 선거구별 ARS 투표결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유권자들의 관심이 저조할 경우 ‘조직력이 강한’ 후보들이 월등한 성적을 내거나, 일반 유권자의 참여가 많을수록 인지도(지명도)가 순위를 결정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국민의당은 경선 세부규칙은 아직 공개하거나 알려지지 않았다. 가장 큰 특징은 ‘숙의선거인단’ 제도의 도입이다. 일부 선거구는 100명 정도 규모의 숙의선거인(배심원)을 선정하고 이들이 모여서 후보들의 연설 등을 청취하고 평가해 투표로 후보를 정하는 방식이다.


알려진 바로는 ‘지역 오피니언 리더’를 중심으로 숙의선거인단을 구성한다고 한다. 규모가 크지 않은 숙의선거인단을 어떤 방식과 기준에 따라 구성하느냐에 따라 유권자 정서에 부합하는 후보가 결정될 수도 있고, ‘정치 논리’가 후보 결정의 중심 요인이 될 가능성도 있다.

경선규칙 이전에 공천의 뜨거운 감자는 ‘컷오프’라 불리는 현역 물갈이 이슈다. 더불어민주당이 먼저 1차 판도라의 상자를 열었다. 탈당 여파로 컷오프 규모는 크지 않았지만 5선의 비대위원장을 두 번이나 지낸 당내 중진과, 야당 입장에서는 사지나 다름없는 대구에서 출마를 준비하던 비례대표 의원이 컷오프 대상에 포함되었다. 즉각 탈당 사태가 발생했고 파장이 확대될 조짐을 보이자 컷오프 파문 수습을 위해 비대위에 공천 관련 당헌당규 변경권한까지 부여했다. 더민주는 2차 컷오프 발표도 곧 예고한 상태다.

현역의원의 일정 비율을 공천에서 배제하는 ‘컷오프’는 그동안 각 정당이 의회와 정당에 대한 유권자들의 실망감을 만회하기 위해 선거 시기마다 활용해 온 방법이다. 의정활동이나 지역주민 여론 등 각종 지표를 이용해 ‘하위 몇 %’를 선거 전에 물갈이함으로써 정당 이미지를 쇄신하고 새로운 인물들을 배치할 공간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현역의원들을 배제한 공간에 주로 ‘전략공천’이 활용된다. 각 당이 영입한 외부인사를 배치하거나 상대당 후보와 겨룰만한 ‘맞불 공천’이 전략공천이라는 이름으로 이용되는 방식이다.

새누리당은 상향식 공천을 기본으로 하기 때문에 현역 물갈이나 전략공천에 대한 논의가 없었다. 그렇지만 공천관리위원장을 맡은 이한구 위원장은 ‘우선추천지역’ 제도를 확대해 의정활동이 부실하거나 유권자에게 평가가 낮은 의원들을 배제하고 신인들이 선거에 나갈 기회를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17명의 현역의원을 보유한 국민의당도 광주지역 전략공천 문제가 뜨거운 감자가 되어 있다. 대상자의 수가 많고 적은 것과 갈등의 파고는 별개 문제다. 의원 개개인의 입장에서는 한사람이라 하더라도 생사가 걸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상향식 공천과 전략공천은 둘 모두 명분과 약점을 갖고 있다. 상향식 공천은 유권자와 당원의 뜻에 따라 공천후보를 결정한다는 명분이 있다. 그러나 정치신인들은 현역의원이나 당협위원장에 비해 당원들에 대한 접촉기회 면에서 절대적으로 불리하고, 유명인사가 아닌 경우 신인들의 인지도는 낮을 수밖에 없다. 명함돌리기와 지역 세대수의 1/10에만 예비홍보물을 배포할 수 있는 현행 선거법 하에서 신인들은 불리한 운동장에서 경쟁을 해야 한다. ‘공정한 경쟁 기회’가 담보되지 않은 상향식공천이 현역의원들의 ‘기득권’ 보장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의미다.

전략공천은 정당이 자당(自黨)의 정강정책에 부합하고 정책이나 다른 부문에서 전문성을 지닌 우수한 인재들을 영입해 공천을 하는 방안으로 활용될 때 효과적인 공천 방법이 될 수 있다. 좋은 인물을 발굴해 선거에 내세우는 것은 기본적으로 정당의 책무이기도 하다. 단, 이 제도가 당내 권력을 독점한 일부의 뜻에 따라 이용될 경우 ‘계파 공천이나 보스 공천’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고 실제 그런 경우 후유증도 상당할 수밖에 없다

컷오프와 전략공천은 경선을 거치지 않고 후보를 배제하거나 확정하는 방식이다. 유권자에게 평가받을 기회 자체를 박탈하는 컷오프에 당사자가 수긍하지 않거나, 전략공천 지역에서 출마 준비를 하던 예비후보들이 반발할 경우 탈당 사태까지 야기하는 등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현재 공직선거법은 경선에 참여한 경우에 한해 경선에서 패한 후보가 동일한 선거에 출마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모든 제도가 그렇지만 제도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결국 ‘운용’의 문제다. 선거일정이 지연되는 비상 사태 속에서 각당이 내부의 ‘교통정리’ 문제인 컷오프와 전략공천을 얼마나 객관적 기준에 따라 단행하느냐가 당내 반발의 파고를 결정지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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