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300] 안철수 창당의 '투자자'와 '대출자'

[the300]국민의당 창당 작업 연이은 잡음…국민 기대와 현역 의원 요구 충돌

안철수 의원과 한상진 창당준비위원장이 26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국민의당 부산시당 창당대회에 참석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2016.1.26/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운영자금은 빌리되 창업자금은 투자받아라 "

안철수 국민의당 인재영입위원장이 26일 국민의당 전북도당 창당대회를 위해 전주를 찾아 전북 지역 벤처기업인들을 만난 자리에서 꺼낸 이야깁니다. 전북도당 창당대회에 이어 오후엔 부산시당 창당대회까지 바쁜 일정이 이어졌지만 틈날 때마다 자신의 경험을 통해 창업의 중요성을 강조해 온 안철수다운 행보였습니다.

안 위원장이 창업자금을 언급한 것은 우리나라에서 창업에 한번 실패하면 재기가 힘든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는 "미국 실리콘밸리에선 창업을 할 때 투자를 받아 창업을 하는 데 비해 우리나라에선 대출로 창업을 시작해서 그렇다"고 나름대로의 해답을 제시했습니다.

투자를 받으면 투자자들과 사업의 리스크를 함께 나누게 되기 때문에 창업자가 지게 될 실패의 부담도 줄어듭니다. 이는 실패를 해도 재기할 수 있는 바탕이 됩니다. 그러나 대출은 창업자에게 연대보증 등의 막대한 책임을 요구합니다. 

투자와 대출은 사업의 방향과 완성에도 다른 영향을 미칩니다. 안 위원장은 "투자금을 받기 위해 투자자들 앞에서 프리젠테이션을 수십번 해 1억원을 겨우 투자받은 적이 있다"면서 "그 경험이 큰 도움이 됐다. 투를 거당할 때마다 무엇이 더 필요한지 고민하고 그에 맞게 고쳐가면서 더 나은 방향으로 사업을 가져갈 수 있었다"고 회상했습니다.

그러면서 "기술에 따른 상품 테스트 모델을 만드는 등의 운영자은 빌리되 창업자금은 투자를 받아라"고 조언했습니다.

사업과 정치가 같을 수는 없겠으나 안 위원장의 조언을 창당 작업 중인 국민의당에도 적용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가 새정치민주연합을 통해 시도했던 새정치는 사실상 실패로 끝났습니다. 대신 '국민의당'으로 양당 기득권 체제를 깨트릴 제3당에 재도전하고 있습니다.

안 위원장의 창업자금은 국민의 지지일 겁니다.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국민의 당'이라는 취지로 당명을 '국민의당'으로 정한 것에서 이 같은 생각을 엿볼 수 있습니다. 안 위원장은 옛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하기 전 지난해 7월 머니투데이the300과 인터뷰에서 "정치가 다른 게 서로 싸우다가도 쓰러진 사람을 국민이 보고 손을 들어주면 승자가 된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그가 정치권에서 이뤄낼 창업에는 국민이란 투자자가 필요하다는 것을 그 역시 절감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전날 천정배 의원의 국민회의와의 통합에 대해 강조한 것도 국민입니다. 안 위원장은 "두 정치세력을 하나로 묶어준 것은 양당의 이름에 들어있는 국민"이라며 "양당의 통합은 정치인을 위한 것이 아닌 국민을 위한 것"이라고 거듭 말했습니다.

국민이 투자자라면 국민의당에 합류한 현역 국회의원들은 지난 총선 때 받은 국민의 지지를 국민의당에 '빌려주는' 대출에 비유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총선 전 국회에서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해 제3당의 효용성을 증명해 보이기 위해 필요한, 일종의 운영자금인 셈입니다. 

나중에 돈을 떼일 염려가 없는 지, 망하더라도 먼저 돈을 돌려받을 수 있는 지, 까다로운 조건을 들어 돈을 빌려주는 것처럼 국민의당에 합류한 현역 의원들의 목소리가 제각각입니다. 

현역 의원의 기득권 대신 새 인물을 내세워야 한다는 데에 대해선 호남 지역 의원들의 주장이 다르고, 제3당으로서의 자리매김에 대해선 현역 의원들은 물론 새로 합류한 천정배 의원까지 다른 시각을 내비치고 있습니다.

김한길 국민의당 상임부위원장은 이날 전북도당 창당대회에서 "20여년 간 정치 인생 중에 김대중 노무현 두 대통령을 만든 것 밖에 의미있는 일이 없다"며 "세번째 대통령을 만드는 데 모든 것을 바치겠다"고 말했습니다. 국민의당을 통해 정권교체를 해내겠다는 당위적인 이야기면서도 자신이 '킹메이커'임을 과시하며 '높은 이자'를 부르는 모습이었습니다.

창업 전부터 운영자금에 대한 대출 의존도가 높다면 투자자들은 자를 망설이게 될 수밖에 없습니다. 창당 선언 후 한 때 20%를 넘었던 국민의당지지율이 최근 10%대 중반으로 급격히 꺾이고 있는 이유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다음달 2일 중앙당 창당을 앞두고 진행되고 있는 국민의당 지역별 시도당 창당대회는 국민들 앞에 신당의 비전을 보이는 프리젠테이션과 다름없습니다. 지금까지는 국민들에게 실망스런 모습만을 보여준 프리젠테이션입니다. 국민의당의 투자자로 모셔야 할 국민들에게 거부당하지 않도록 무엇이 필요한 지 고민하고 그에 맞게 고쳐가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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