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나가면 얼어죽는다' 전방 지키는 정성호의 '탈당무용론'

[the300][의원사용설명서]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남쪽 집안은 집을 나와도 따뜻하지만, 전방에선 집 나가면 얼어죽는다."

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월9일 경기도 양주시에서 가진 의정보고회에서 탈당설과 관련해 이렇게 얘기했다. 남쪽은 호남, 전방은 자신의 지역구인 양주·동두천이다. 호남을 야당에 유리한 따뜻한 남쪽나라로 표현한 반면, 국경과 인접해있는 경기 북부를 총선의 험지로 표현한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이란 집이라도 있어야 싸움을 할 수 있다는 말로 자신의 탈당설을 일축했다.

정 의원과 친한 인물들은 최근 하나 둘씩 보따리를 쌌다. 사법연수원 18기 동기이자 같은 민변출신으로 1987년 6월 항쟁 때 함께 거리를 뛰쳐나간 문병호, 최원식 의원과 계파 수장으로 모신 김한길 의원이 탈당해 국민의당으로 둥지를 옮겼다. 그는 2012년 6·9전당대회에서 김한길 전 대표의 경선캠프 대변인을 맡으면서 친 김한길계로 분류돼왔다.

같은 계파면서 친분이 두터운 최재천 의원도 탈당했고, 이종걸 원내대표의 탈당도 가시화 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 의원의 '출가동사론(出家凍死論)'은 지역 민심을 기반으로 최선의 선택을 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정 의원은 머니투데이 the300과의 인터뷰에서 "민생은 곧 시민들의 눈높이에 맞춰 반발자국만 앞서서 나가면 되는 것"이라며 "국민이 늘 옳다고 생각하고 그분들이 뭘 원하는지를 읽어내는 일꾼, 그게 바로 국회의원"이라고 말했다.

[그는-변호사 출신 재선의원]

1961년 강원 양구에서 태어난 그는 육군 상사인 아버지의 발령지를 따라 걸핏하면 이사를 다녔다. 중학교는 경기도 연천에서 다니다가 서울로 이사와 단대부중과 대신고를 다녔다. 1981년 연천 출신으론 처음으로 서울대 법대에 입학해 지역 내 유명세를 탔다.

신군부 독재시절 대학생활 시작한 그는 교내 언더서클에 참여했다. 시위에 참여하는 도중 강제 연행과 불법 구금을 경험하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인권과 정의에 대한 신념을 키웠고,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는 세상'을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1986년 제28회 사시에 합격했다. 사법연수원 시절 6월 항쟁에 가두시위를 함께 나갔던 동료가 문병호, 최원식 의원이다. 제대 후에 경기 북부를 관할하는 의정부 지방 법원 부근에서 변호사 업무를 시작했다. 지역을 돌며 무료 법률상담을 하는 한편 경기 북부 지역에서 경기 북부환경운동연합 창립을 주도했다.

13년동안 변호사와 시민운동가로 활동한 경험을 바탕으로 17대에 처음으로 국회에 입성했다. 의정부를 연고로 둔 문희상 의원이 끌어줬다는 후문이다.

그의 첫 도전은 '계란으로 바위치기'였다. 2000년 16대 총선 당시 그의 적수는 국회법사위원장과 신한국당 원내총무를 역임한 3선의 거물인 목요상 의원. 정 의원은 서울시 면적의 3분의 2나 되는 지역을 오로지 걷는 '정공법'을 택했다. 하루에 16시간을 걷다보니 선거운동 두달 만에 9kg이 빠졌다. 3000표 차이로 석패했지만 유권자들에게 '정성호'라는 세 글자를 각인시키는 계기가 됐다.

열린우리당 창당과 함께 17대에 입성했지만 18대에선는 뼈아픈 경험했다. 모든 중앙 여론조사에서 10% 포인트를 앞서다가 김성수 당시 한나라당 후보에 1.9%차로 패배했다. 당시 상임위 우수 국감의원으로 손꼽히면서 지지자들이 당선이 확실시 된다며 상당수 투표장에 나오지 않았다는 게 정 의원의 설명이다.

정 의원은 "이명박 정부 실정을 보면서 다시 좋은 정치를 해야한다는 마음으로 4년을 버텼다"며 "지역구 민심으로 파고드는 것이 바로 민생이라는 것을 배웠다"고 털어놨다.

[키워드-바벨 든 로맨티스트 ]

정 의원은 서울대 재학 시절 1983년 관악산 역도부, 공대 역도부, 의치대역도부, 농대역도부를 총괄하는 전체 역도부 주장을 지냈다. 고시 공부만 한다던 서울대 법대 출신 최초였다. '원시의 육체에 현대의 영혼'이라는 부훈에 반해 역도부에 입단한 지 2년 만에 얻어낸 성과다.

그는 지금도 국회 체력단련실에서 가끔 100kg 바벨을 든다. 한때 120kg까지 든 것을 보고 의원들이 깜짝 놀랐다는 후문이다. 그는 "요즘은 관절을 생각해 가끔만 든다"고 설명했다.

정 의원은 역도의 묘미를 리더십으로 꼽는다. 정 의원은 역도부 주장을 하면서 "'나를 따르라' 식의 선도의 지도자가 아니라 '함께 해나가자'는 리더십을 배웠다"며 "리더는 자신의 기득권을 고수하려면 자기 것을 내려놓는 양보의 리더십을 보여주면 된다. 그러면 구성원들이 따라온다"고 연관지었다.

역도와 상반되게 그는 로맨티스트로도 알려져 있다. 중학교 1학년 때 만난 첫사랑과 결혼에 골인했다. 서울대 법대 출신 사법고시 합격자가 3살 연상 고졸 직장인과 결혼하겠다고 하니 집안의 반대가 극심했다고 한다. 어린 시절 순수한 첫사랑 지켜낸 진정한 로맨티스트인 셈이다. 남들이 반대하던 정치의 입문에는 적극적인 후원자이자 지지자로 나선 것도 아내라는 후문이다. 지금도 주변에서 정 의원과 부인이 돈독하다고 귀뜸했다.

[연관검색어-성과우선주의]

정 의원은 '성과'를 매우 중시하는 인물이다. 아무리 훌륭한 논의와 협상과정이 있었더라도 성과가 없다면 국민들 보기에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된다'고 판단한다.

정 의원이 19대 국회에서 가장 힘들었던 기억으로 꼽는 2013~2014년 역임한 원내수석부대표 시절도 따지고보면 성과를 얻기 위한 몸부림이다. 그는 국정원 댓글 사건, 기초 노령 연금법 등 논란이 큰 현안의 협상을 주도했다.

그는 "정치는 다른 견해와 입장의 간극을 좁혀서 최선의 대안을 찾는 협상의 수단"이라며 "100 대 0, 올 오어 나씽(all or nothing)의 투쟁이 아니라 51대 49의 승부라는 마음가짐에서 의정활동을 해야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당시 정 의원은 국정원 댓글 문제를 비롯해 3번의 국정조사, 2번의 청문회를 관철시켰다.

정 의원은 "역사상 처음으로 국정원 개혁법을 처리했고, 기초연금법, KBS인사청문회도 성사시켰다"며 "특히 19대 국회 전반기에 처리된 법안은 모두 1276개로, 역대 국회와 비교해 가장 많았다"며 자신의 원내수석 시절 활약상을 부각시켰다.

성과를 우선시하다보니 과정상 반발을 불러일으킬 때도 있다. 지난해 서울시 국정감사에서 박기춘 의원을 대신해 국토교통위원장 대행을 하면서 '효율적인 진행을 위해' 박원순 시장과 관련한 여당 의원들의 질의를 막아 공정성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 한 장의 사진] 
'하늘이 무너저도 정의는 세워라'라는 설명이 붙은 '정의의 종' 앞에서 찍은 서울대 법대 졸업식 사진이다. 법학도일때나 변호사 활동을 할때나, 지금 국회의원으로 정치를 하고 있을 때나 정 의원이 가장 가슴 깊이 새기고 있는 단어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정의'다. 변호사 시절 명함 뒤판에도 이 구절을 새기고 다녔다.

그는 "입법 과정에서 의원들은 법의 본질을 고민해야 한다"며 "특히 법 앞에서 정의로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표법안-주한미군공여특별법]

정 의원은 2004년 문희상 의원이 대표발의한 '주한미군 공여구역주변지역 등 지원 특별법'을 가장 자랑스러운 법안으로 꼽는다. 정치적 스승인 문 의원 이름으로 올렸지만 상당부분 자신이 관여한 만큼 애정이 깊다는 설명이다.

한국 정부가 미군에 공여(供與)해 주한미군이 사용하던 땅을 회수해 개발할 수 있는 근거를 만든 법안이다. 경기북부 미군기지들이 평택으로 이전·통합되면서 미군공여지로 묶여있던 동두천의 42%가 이 법을 통해 개발할 수 있게 됐다.

후속 법안으로 개발이익환수법도 관철시켰다. 주한미군 공여구역 주변지역이나 접경지역 등에서 시행하는 개발사업에 대해 개발부담금의 50%를 감면토록 하는 내용이다. 지난해 7월 24일 본회의를 통과했다.

더불어민주당(새정치민주연합) 탈당을 고심 중인 김한길 전 공동대표가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정성호 의원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2015.12.28/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그의 사람들]

정 의원과 인연이 깊은 사람으로 문희상 의원과 김한길 전 대표를 꼽을 수 있다. 문희상 의원은 한마디로 가족 같은 사이로 알려져있다. 고 김대중 대통령과 함께 문 의원을 존경하는 정치인으로 꼽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정 의원은 자타공인 김 전 대표의 최측근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은 17대 국회에서 원내대표와 법률 원내수석부대표로 처음 호흡을 맞췄다. 19대 국회에서 2012년 6ㆍ9 전당대회에서부터 김한길 전 대표의 대변인을 맡으면서 돈독한 사이로 발전했다. 정 의원은 김 대표에 대해 "국민의 눈높이를 맞추고 여론의 흐름을 읽어내는 장점이 있다"고 평가했다.

당 내에서는 사법연수원 동기 문병호, 최원식 의원과 사이가 돈독하다. 사법연수원시절 문병호, 최원식 의원과 함께 세미나 모임을 갖고 6월 항쟁 때 몰래 가두시위에 나간 일화도 유명하다.

'민생정치모임'도 중요한 모임 중 하나다. 17대 국회 천정배 의원이 열리우리당 선도 탈당 그룹 위주로 만든 이 모임에 이종걸 원내대표와 최재천 의원 등이 함께 했다. 민변 출신 의원이자 중도 성향이란 공통점을 갖고 있다.

윤상현 새누리당 의원과도 독독한 인연을 자랑한다. 2013년 "일하는 국회를 만들겠다"며 국정원 개혁을 둘러싼 뜨거운 여야 협상에서 카운터 파트너로 활동했다. 부부끼리도 친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정 의원은 주변으로부터 호감도가 높다. 동료 국회의원과 보좌진 및 머니투데이 더300 기자를 대상으로 한 '제19대 국회의원 다면평가' 결과에서 30점 만점을 받은 바 있다.

[요! 주의-낮은 정당 지지율]


지역구인 경기 양주 동두천에서 충실하게 지역기반을 닦고 있다는 평가지만 4전 2승 2패인만큼 정 의원의 3선은 오리무중이다. 특히 이 지역은 보수성향이 강한 곳이다. 19대 기준 새누리당을 비롯해 자유선진당, 친박연대 등 보수 성향 정당 지지율은 당시 민주통합당보다 10%포인트가량 많았다. 하지만 정 의원이 3선에 성공한다면 경기 북부를 책임지는 야당 중진으로 자리 잡게 된다.

지나친 타협주의자 내지는 결과우선주의에 대한 지적도 있다. 이념적 철학이나 가치가 지역구에 맞춰지다보니 정치가로서의 비전제시에 부족하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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