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구·국회 찍고 또 지역구…컵라면 먹고 달린 473km

[the300][런치리포트-지역구 24시①]박수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동행 취재기

해당 기사는 2015-12-22 런치리포트에 포함된 기사입니다 PDF 런치리포트 뷰어
편집자주최고의 '갑'으로 꼽히는 국회의원이지만, 지역구에 내려가면 '을 중의 을'이라고 본인들은 자조한다. 지역구는 의정활동의 출발이자 종착역이지만, 의원들에게는 입법활동을 가장 힘들게 하는 '애로요인'으로 꼽히기도 한다. 머니투데이 the300은 국회의원들의 지역구활동을 들여다 보기 위해 거의 매일 공주-서울 간을 출퇴근, 국회의원 가운데 '동선'이 가장 긴 것으로 정평난 박수현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을 동행취재했다.
#7일 정오 서울행 KTX 출발을 15분 앞두고 공주역에 도착한 박수현 새정민주연합 의원(51·충남 공주)은 곧장 역내 하나뿐인 편의점으로 향했다. 컵라면, 즉석밥, 김치를 한데 섞어 작은 수저로 떠먹고 출발 시간 1분 전 부랴부랴 기차에 올랐다. 마을회관을 돌아다니며 어르신들께 넙죽 소주를 받던 박 의원은, 자리에 앉자마자 국회 토론회 준비와 기자와의 통화 등 재빨리 '대변인' 모드로 전환한다.


국회의원은 국회와 지역구라는 매우 상이한 두 곳을 일터로 삼는다.

국회에서는 '고상하게' 국정·법안을 논하다가 지역구로 가선 유권자의 마음을 얻기 위해 '관광버스춤'도 서슴지 않고 춘다. 

입법 활동과 지역구 관리 모두 사로잡기 위한 의원들의 일정표는 빼곡히 채워진다. 부여→세종→공주→서울→공주로 이어진 박 의원의 하루 일과 역시 틈이 없었다.

이날 오전 8시 충청남도 공주시 의당면 가산리의 추곡수매장에서 만난 박 의원은 부여 간판을 단 택시를 타고 나타났다. 새벽 5시부터 부여의 교회와 성당에서 새벽 기도·미사를 드리고 오는 길이었다. 박 의원의 '부여 기도'는 공주와 부여·청양이 20대 총선 선거구 통합지역으로 분류되며 약 두 달 전부터 시작됐다.

성당 신부님에게 야당의 무기력함을 질책받아 부여 출발이 늦었다는 박 의원은 바로 세종시청으로 이동했다. 그는 이춘희 세종시장으로부터 '서울-세종 고속도로 건설' 착공에 기여했다며 감사패를 받았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위원이기도 한 박 의원은 단상에 올라 균형발전의 중요성과 동시에 이웃 동네인 공주와 세종의 상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수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7일 공주시 계룡면 기산 1리 마을회관을 방문해 주민들에게 큰 절을 올리고 있다/사진=박경담 기자

행사를 마치고 나온 박 의원은 수행비서가 몰고 온 검은색 카니발을 타고 본격적으로 지역구를 돌기 시작했다. 우선 농협 운영공개가 열리는 공주 계룡면 기산 1·2리로 향했다. 이날 농협이 한해 살림살이를 조합원인 농민들에게 공개해 공주 곳곳의 마을마다 주민들이 모여 있었다. 


오전 10시 30분 기산 1리 마을회관에 도착한 박 의원은 25명의 주민들에게 "일할 기회를 줘 사무치게 감사드린다"며 큰 절을 올렸다. 이어 그는 19대 국회 동안 따낸 공주시 예산들을 알리며 보수색이 짙은 공주 유권자들에게 자신을 홍보했다. 주민들은 잔에 가득 채운 소주를 박 의원에게 건네며 화답했고 한 어르신은 마을회관의 텔레비전·냉장고 교체를 요구하기도 했다.

마을회관에서 20분 정도 머물다 나온 박 의원은 기산 2리로 향하던 중 "지역에서 주민들을 만나면 도로진입 같은 주민숙원사업을 자주 요청한다. 액수가 작은 지방비 사업들은 해내기가 쉽지 않은데 특히 텔레비전 같은 작은 민원이 (들어주기)제일 힘든 게 사실이다"고 고충을 말했다.

수행비서가 길을 헤매자 박 의원은 "시간 없으면 환장하겠어"라며 중장 3리로 행로를 변경했다. 오전 11시 15분 중장 3리에 도착했지만 마을회관 공기는 직전 마을과 달랐다. 한 동네에서 이장 후보가 2명이 나와 회의가 열리고 있었다. 박 의원은 경직된 분위기 속에 "당 대신 사람을 봐달라"며 조심스레 얘기하고 나왔다.

서울로 출발하기 전 마지막으로 들린 곳은 공주 탄천면 노인대학 졸업식장이었다. 공주에서 국회의원을 두 차례 지냈고 20대 총선 출마를 노리는 정진석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먼저 와 있었다. 박 의원은 정 전 의원과의 아름다운 선거를 다짐했지만 두 사람 사이에 미묘한 긴장감이 흘렀다.

박수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7일 서울로 가는 KTX 열차 안에서 기자 전화를 받고 있다/사진=박경담 기자
라면밥으로 끼니를 때운 박 의원은 기차에서 지역 보좌진 대신 국회 보좌진을 찾으며 '지역구→국회'로 엔진을 바꿔 달았다. 그는 이날 토론자로 참석하는 '사회통합을 위한 저널리즘의 공공성 제고 방안 토론회'의 자료 보완을 보좌관에게 지시했다. 쟁점법안·선거구획정안 관련 여야 협상과 당 내 갈등을 묻는 기자들의 전화도 틈틈이 받았다.

용산역에서 택시를 타고 오후 2시 국회에 들어온 박 의원은 곧장 토론장으로 갔다. 2시간 전까지 마을회관에서 지역 이슈를 홍보하던 박 의원은 정치 뉴스 공급자로서 국회의원의 역할을 논했다. 그는 "언론에서 여당과 대척점에 선 브리핑을 해달라 요구하고 때로는 파격을 보여달라 한다"며 "대변인으로서 지역 정서와 다른 발언을 할 경우가 많은데 어휘 선택에 신경쓰고 공손한 태도로 전달하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오후 4시 40분 토론회를 마치고 박 의원은 다시 공주로 발길을 돌렸다. 공주행 KTX를 놓친 그는 공주에서 가장 가까운 오송행 KTX 표를 끊고 서울역의 순대·떡볶이로 배를 채웠다. 토론회 동안 못 받은 전화를 다시 걸던 박 의원은 한 민원인과 통화 뒤 "민원 중에는 민원과 청탁의 경계에 있는 것들이 있다. 청탁성 민원 때문에 힘든 게 사실이다"고 토로했다. 


공주에 도착한 박 의원은 12월 들어 부쩍 늘어난 송년회 두 곳을 찾았다. 첫 송년회 자리에선 정 전 의원과 다시 마주쳤다. 오후 9시 송년회 자리를 모두 마무리한 박 의원은 다음 날 오전 예정된 이장우 새누리당 의원과의 방송 토론회 준비를 위해 귀가했다. 이날 박 의원이 이동한 총 거리는 서울-부산 거리보다 먼 473km였다. 

박수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7일 서울 국회에서 열린 '사회통합을 위한 저널리즘의 공공성 제고 방안 토론회'에 토론자로 참석했다/사진=박경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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