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치리포트]"19대 국회, 이 법만은"⑧-고용세급방지법

[the300](종합)

편집자주19대 국회가 막바지에 다다랐습니다. 머니투데이 더300과 의제와 전략그룹 '더모아'는 우리의 실생활에 밀접한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법안임에도 우선순위에 밀리거나 이해충돌로 처리되지 못하고 있는 법안들을 선정 '19대국회, 이 법만은' 시리즈를 런치리포트로 기획합니다.
대기업 3개중 1곳 '고용세습' 있다는데…진전 없는 방지법안


노사 단체협약을 통한 '고용세습'은 그간 아는 사람만 아는 형태로 유지돼 왔다.
그러나 청년실업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면서 고용세습에 대한 비판여론도 확산되고 있다. 법원은 최근 판결을 통해 고용세습에 제동을 걸고 있다. 국회에도 고용세습을 금지하는 법안들이 잇따라 발의됐지만 제대로 된 논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지난 10월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업무상 재해로 사망한 직원의 자녀를 특별채용 하도록 한 현대·기아자동차의 노사 간 단체협약 내용이 무효라는 판결을 내렸다.

유족은 '업무상 재해로 사망한 조합원의 직계가족 1인을 결격사유가 없는 한 6개월 내 특별채용해야 한다'는 단체협약을 근거로 법원의 문을 두드렸었다.  그러나  법원은 단체협약의 내용이 사용자의 고용계약 체결 자유를 박탈한다는 이유를 들어 유족의 청구를 기각했다.

울산지방법원도 2013년 현대자동차의 업무상재해사망자 유족 특별채용 규정이 무효라는 판결을 내렸었다. 


◇언제부터 등장했는지 '불분명'…공기업까지 확대

'우선채용', '특별채용' 이라는 이름의 기업 '고용세습'이 언제부터 단체협약 등에 등장했는지는 명확치 않다.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도 노동 전공 학자들도 이에 대한 조사와 연구가 부족함을 인정하고 있다.

취업문이 지금보다 넓었던 시절 노사 간 임금협상 등의 협의 과정에서 '상호부조'의 목적으로 도입됐을 것으로 추정하는 것이 현재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기업 '고용세습' 논란이 수면위로 또 오른 것은 2011년 현대자동차 노조의 단체협약 요구안에 '신규채용 시 정년퇴직자 및 장기근속자 자녀에 대해 채용규정상 적합한 경우 채용을 원칙으로 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이 밝혀지면서부터다.

당시 현대자동차 노조를 향한 문제제기가 거셌고 현대차 노조는 단체협약 '고용세습' 내용이 이미 여러 회사에 도입된 제도라고 반박해 특정 회사만의 관행이 아니라는 점이 부각되기도 했다.

실제로 현대·기아자동차 외에도 수협, 한국GM, SK하이닉스, 효성중공업에서 이런 단체협약 관행이 보고됐으며, 코레일 등의 공기업에서도 '고용세습' 문제가 도마위에 올랐다.

◇기업 30%단체협약에 '고용세습' 조항 포함…방지 법안 논의 '제동'

고용노동부가 한국노동연구원에 의뢰해 3월 공개한 '단체협약 실태분석' 조사에 따르면 727개 기업 중 단체협약에 조합원 가족 우선 또는 특별채용 규정이 있는 기업이 221개(30.4%)인 것으로 나타났다.

8월에는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이 '청년이 가고 싶은 100대 기업 중 단체협약에 고용세습 조항이 있는 곳이 11곳에 이른다'는 조사 내용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정치권은 올해 들어 잇달아 기업의 '고용세습'을 규제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여당 의원들의 대표 발의가 대부분인 것이 특징이다. 

민현주 새누리당 의원은 3월 근로자의 가족이 해당 사업장에서 근로했다는 이유로 우선 채용하거나 특별채용하는 것을 차별로 보는 내용의 '고용정책기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100대 기업의 단체협약 조사 내용을 발표했던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도 7월 인사에 관한 사항은 단체협약으로 정할 수 없도록 명시하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을 제안했다.

아울러 같은 당 양창영 의원은 9월 누구든지 사업주의 차별행위를 신고할 수 있고, 이에 대한 시정을 권고하는 '고용정책기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그러나 해당 법안들은 담당 상임위인 환경노동위원회의 법안심사소위원회(법안소위)서 한 번도 논의되지 못했다.

민현주 의원실 관계자는 "고용노동부의 반대가 있어 환노위 논의에 제동이 걸려 있는 상태"라며 "이미 법에 ‘취업기회 균등 보장’ 문구가 있어 행정 지침 등으로 규제가 가능하다는게 정부의 논리"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6월 환노위 전체회의에 참석해 "현재법 만으로 고용세습을 막지 못한다면 별도의 입법이 필요하지만 권고 및 시정명령을 할 수 있다"며 "행정적으로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앞으로 더 철저히 하겠다"고 말했다. 



[막전막후 속기록]고용부 "현행법으로도 '고용세습' 방지 가능"


민현주 새누리당 의원. 사진=뉴스1.


현대판 '음서제'로 불리는 기업의 '고용세습' 방지를 위해 정치권은 올해 두 건의 '고용정책기본법 개정안(민현주, 양창영 새누리당 의원)'과 한 건의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을 발의했다.

그러나 19대 정기국회가 끝나가는 9일 현재까지 해당 법안들은 담당 상임위윈 환경노동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환노위 법안소위)에서 제대로 논의조차 안 됐다.

관련 법안을 3월 처음 발의했던 환노위 소속 민현주 새누리당 의원실 관계자는 "'고용세습' 규제 법안을 여당 의원들이 발의했고 ,야당이 반대해서 논의가 안 되는 것이 아니다"라며 "고용노동부가 반대하고 있다. 이미 '고용정책기본법' 제7조에 취업기회 균등 보장 조항이 있는데 그걸 법으로 더 구체화 할 필요는 없다는 의견"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정부의 입장은 6월15일 진행된 환노위 전체회의에서 민 의원과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의 대화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다음은 국회 환노위 전체회의 속기록을 재구성한 내용이다.

#2015년 6월15일 환노위 전체회의

-김양건 환노위 전문위원
"민현주 의원이 대표 발의한 '고용정책기본법 개정안'은 배우자 등 가족이 해당 사업장에서 근로했던 것을 이유로 근로자를 우선채용하거나 특별채용하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으로 불합리한 채용우대는 사회적 갈등을 조장하는 것으로 근절될 필요가 있어 개정안의 취지는 타당합니다. 그러나 사회적 신분을 차별사유로 규정한 현행 법령 외에 새로이 차별 형태로 신설할 필요성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논의가 필요합니다."

(중략)

-민현주 새누리당 의원(민 의원)
"고용부 장관께 질의 드립니다. 본 위원이 대표 발의한 고용정책기본법 관련해서 아까 수석이 주신 검토의견 봤습니다. 취지는 타당하나 논의가 필요하다, 굳이 신설할 필요가 있는지 논의가 필요하다는 부정적인 견해를 주셨습니다.

고용노동부는 얼마 전 제가 언론에 보도자료를 내고 인터뷰 했을 때는 분명히 필요한 조치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김 전문위원이) 이 법에 대해서 부정적인 견해를 주신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이 장관)
"위원님이 제기하신 고용세습을 금지토록 하는 입법 취지는 검토보고서도 동의를 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민 의원
"그런데 신설할 필요가 없다라고, 그렇지요?"

-이 장관
"그것은 저희 (고용정책) 기본법에 여러 가지 성, 연령, 장애, 종교, 여러 유형별로 차별을 못 하도록 한 현행 기본법 취지만으로도 세습 조항은 충분히 방지가 가능하다라고 하나 보고 있는 게 있고요.

그 다음에 신분에 의해서 차별하도록 하고 있는 부분이 또 다른 논쟁을 낳을 수 있어서, 만약에 현재 기본법 취지를 가지고 위원님이 제기하신 세습을 막지 못한다라면 별도 입법이 필요하지만 현재의 기본법 취지를 가지고도 일차적으로 권고를 하고 따르지 않으면 시정명령을 할 예정이기 때문에 할 수 있다라는 취지에서 아마 그렇게 검토의견이 나온 것 같습니다."

-민 의원
"그런데 지난번 4월에 고용노동부 제출 자료에 따르면-사업장 규모별에서요-이 조항에 해당돼서 가족들을 채용한 사례가 나왔지요? 언론에 보도됐지요?"

-이 장관
"예, 단협에 그런 위반…"

-민 의원
"이미 96년부터 실태조사 통해서 고용세습 조항이 있다는 것 알고 계셨지요? 그러면 그 이후에 실태조사를 하고 고용노동부가 적극적으로 조치를 했다면 2015년 4월에 고용노동부가 제출한 이 자료에서는 안 나타났어야 되는데, 그러면 이 관련된 위반사항은 왜 그때그때 적시에 조치하지 못하셨나요?"

-이 장관
"저희들이 행정적으로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앞으로 더 철저를 기해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민 의원
"고용노동부가 추가적으로 저희에게 답변을 주신 내용은 뭐냐면 '당시에는 위법 여부 주목하지 못했다. 당시 채용 관행이 그랬다' 그러면 관행이 법보다 위에 있다는 얘기고, 그리고 '그 당시에는 청년 실업이 이렇게 심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주목하지 못했다'고 했습니다.

채용률 높아지고 고용률 높아지면 위법사항도 눈 감고 넘어가고 고용 상황이 안 좋아지면 근로기준법 관련해서 엄격하고 적용하고, 그렇게 법이 탄력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부분인가요?"

-이 장관
"아닙니다. 위원님 지적 충분히 맞고요. 저희들이 이 부분은 법에 신분상 차별할 수가 없는 부분을 가지고 앞으로 철저히 지도해 나가도록 그렇게 하겠습니다."

-민 의원
"이것은 법안소위에서 다시 한 번 검토할 겁니다."



"'고용세습', 우선채용과 특별채용 구분해야"



박명준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 3월 고용노동부의 의뢰로 연구한 '2014년 단체협약 실태조사' 결과가 공개된 후 적잖이 당황했다. 자신의 연구 결과가 기업 '고용세습'의 근거이자, 대기업 '귀족노조'의 비판 논거로 언론에서 다뤄졌기 때문이다.

박 위원은 7일 진행한 머니투데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잘못된건 수정해 나가면 되는데 기업들이 뻔뻔하게 고용세습을 하는 것처럼 프레임을 정치적으로 몰고가는 것은 과도하다"며 "단체협약에 고용세습 조항만 있지 실제 작동하지 않는, 사문화 된 조항도 꽤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박 위원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국내 기업 727개의 단체협약을 조사한 결과 조합원 가족 우선 또는 특별채용 규정이 있는 기업이 221개(30.4%)인 것으로 나타났다.

 

박 위원은 "개인적으로는 법률상 문제제기를 할 정도는 아니라고 본다"며 "노사관계 차원에서 바람직한 방향으로 사회적 통념에 부합하는 방식은 반발을 살 여지가 없다. 노조들이 고용세습에 목을 매는 상황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음은 박 부연구위원과의 일문일답.

-올해 상반기에 고용노동부와 함께 발표된 연구결과 반향이 컸다.
▶'고용세습' 문제가 크게 불거졌는데, 구별할 게 있다. 흔히 말하는 기업 단체협약 안의 '고용세습'내용은-법적인 용어는 아니지만-특별채용과 우선채용으로 구분된다.

조건 없이 노조 조합원 가족에게 취업 관련 우선권을 주는 게 특별채용이고, 순직자나 일정 부분 회사에 기여를 한 분들에게 포상 및 배려 차원으로 가족 채용 기회를 주는 것이 우선채용이다.

후자(우선채용)의 경우 우리나라에서 오래전부터 일정하게 적용돼 왔던 측면이 있다. 특별채용은 조사대상의 3%도 나오지 않았다.  

-관행적이었던 측면이 있는 거 같은데 정부도 파악을 제대로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체계화 된 자료가 없다. 트랜드를 읽을 수 있는 연구도 찾아보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법원에서 순직자 자녀 채용 우선권이 잘못됐다는 판결을 내렸다. 최근 사회 통념상을 반영하는 새로운 변화다. 소위 고용세습이라는 것이 고용상태가 좋았을 때는 너그럽게 허용됐지만 지금은 특혜가 되고 있다 .

-과거의 고용세습은 무조건 나쁘다고 볼 수 없다는 말인가?
▶사실 논란의 여지가 있다. 개별기업의 내부 재량권이나 노사관계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기업이 고용세습을 할 여지가 전혀 없는 건 아니다. 혹시라도 악용이 되는 것이 우려될 뿐이다.

기여 및 배려 차원인데, 국가유공자 가산점은 공무원 시험에서 왜 허락되느냐고 물어보면 할 말이 없는 거다. 국가에 대한 기여는 인정하면서 기업 기여 보상은 안 되느냐고 물을 수있다. 깊이 있는 분석이 필요하다.

-3월에 발표된 '단체협약 실태조사' 보고서가 '고용세습'의 비판 근거 역할을 했다.
▶연구 취지와 다르세 해석된 부분이 있다. 노조가 잘못한 게 있으면 수정해 나가면된다. 우리나라 대기업 1/3이 마치 뻔뻔하게 노조원 고용세습을 시키는 식으로 프레임을 정치적으로 몰아가는 것은 과도하다.

단체협약 '고용세습' 내용도 대부분 의무가 아니라 권고 수준이다. 해당 조항이 과거에 만들어져 회사나 노조도 단체협약에 이런 내용이 있다는 걸 모르고 있는 경우도 있다.

-올해 '단체협약 실태조사'연구를 근거로 '고용세습'을 방지법안들이 발의됐다. 
▶법으로 문제제기 할 정도는 아니라고 본다. 노사관계 차원에서 바람직한 방향으로 사회적 통념에 부합하는 방식이라면 반발을 살 여지가 없다. 노조들이 고용세습에 목을 매는 상황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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