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텅 비었던 YS영결식장…날씨탓이었을까

[the300]예우상 '7천명', 전(前)대통령 영결식 대통령 첫 불참…두고두고 남을 아쉬운 장면

26일 故김영삼 前대통령의 국가장 영결식이 국회의사당 잔디마당에서 진행되고 있다. 2016.11.26/사진=뉴스1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고 김영삼 전 대통령 국가장 영결식이 열리고 있다. /사진=뉴스1
2009년 8월 23일 김대중 전 대통령 영결식 /사진=공동취재단


28일 고(故) 김영삼 전대통령 삼우제가 치러졌다. 장례 절차가 마무리지어진 뒤에도 고인이 남긴 이야기가 회자되고 고인에 대한 재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장례를 계속 지켜본 기자로선 아쉬움으로 남는 장면이 있다. 26일 국회에서 열린 영결식은 지켜보기가 민망할 정도로 썰렁했다.


역대 최대규모인 정부 초청 9000명, 유족 요청 인사 1만5000명 등 공식적으로만 2만4000명에 국회 안팎에 일반 시민들이 운집해 3만명이상 모였던 김대중 전 대통령 영결식까지는 아니더라도 2006년 최규하 전 대통령 영결식보다도 참석자가 적어 보였다. 

경찰추산 7000명이라는 숫자는 고인에 대한 예우차원의 과장이었다. 직접 현장에서 본 영결식장은 앞쪽에만 조문객이 몰려 있을 뿐이었다. 1만명이 초청된 것을 감안하고 국회 앞마당에 깔린 의자갯수도 초청인원에 맞췄다고 가정하면 현장서 셈 해본 결과 2000명 수준이었다. 그래서인지 영결식 풍경을 멀리서 담은 보도사진은 앞자리만 프레임 안에 잡은 게 대부분이었다.

행사를 주관하는 행정자치부는 상황을 예상못하고 일반 시민의 국회 영결식장 입장과 국회 정문출입을 불허했다. 영결식장 입장은 초청인사만 비표를 소지해야 가능했기 때문에 일부 시민들은 바리케이트 옆에서 지켜봤지만 많지 않았다. 국회와 행자부는 당초 2만여명이 참석할 것으로 봤지만 예상의 10분의 1수준이 참석한 셈이다.

날씨탓이었다는 분석이 있다. 영하의 날씨에 눈발도 내렸다. 분명 가만히 앉아 있기 힘든 날씨였다. 그렇지만 일시적으로 영하권으로 기온이 떨어진다는 건 예보에서 알 수 있었고 초청된 인사들은 방한(防寒)대비만 한다면 1시간여 진행된 영결식에 참석 못할 강추위도 아니었다. 정부관계자들과 YS측근들 외에는 1만명의 초청인사 대부분 참석하지 않은 셈이다. 2222명이라는 장례위원회 위원들 중에서도 참석자가 많지 않아 보였다.

2009년 8월23일 늦여름 진행된 고 김대중 대통령 영결식도 국회 앞 마당에서 열렸고 30도가 훌쩍 넘는 기온에 뙤약볕을 견디기 쉽지 않은 날씨였다. '더위'는 참을만해도 '추위'는 참기 어려워서라고 이해하기엔 뭔가 아쉬워보이는 영결식 풍경이었다.

현직 대통령의 불참이 영결식을 한산하게 만든 주요 원인이었다고 보는 시각이 있다. 청와대는 10일간의 해외 순방을 마치고 온 박근혜 대통령이 누적된 피로로 감기 증상을 보였고 29일 파리에서 열리는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와 중유럽 4개국 정상회의로 다시 해외에 나가야 할 상황을 감안해 결정했다고 밝혔다.

현직 대통령이 전직 대통령의 공식 영결식에 불참한 것은 가족장으로 치러진 윤보선 대통령 서거때를 제외하곤 사실상 처음이다. 대통령의 불참때문인지 최규하·김대중·노무현 대통령 영결식에 100% 참석했던 전두환 전 대통령도 이번에 이례적으로 불참했다. 

YS의 발탁으로 정계에 진출한 이명박 전 대통령이 참석하지 않았다면 전·현직 대통령이 아무도 참석하지 않은 '전직 대통령 영결식'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할 뻔 했다. 

여권 내 인사조차 박 대통령이 조문 정국에서 여야 정치권과 소통하는 모습을 연출하지못한 점에 안타까워 하고 있다. 조문 다음날인 24일 대통령은 예정에 없던 국무회의를 열어 한중FTA 국회 비준 지연을 두고 여야 모두를 싸잡아 비난했다.

박 대통령은 "맨날 앉아서 립서비스만 하고, 경제 걱정만 하고, 민생이 어렵다고 하고, 자기 할 일은 안 하고, 이건 말이 안 된다. 위선이라고 생각한다"고 국회를 비판했다.


이어 "앞으로 국회가 다른 이유를 들어 경제의 발목을 잡아서는 안 된다. 그것은 직무유기이자 국민에 대한 도전"이라고까지 표현하며 여의도 정치권을 비난했다.


YS의 서거로 오랜만에 상도동·동교동계 원로 정치인들이 빈소에서 민주화투쟁을 같이하던 시절을 회고하며 정파를 떠나 '화합'의 정치를 말하던 '조문 정국'에서 나오리라곤 예상못한 강경발언이었다.


빈소에 모여 담소를 나누고 덕담하던 여야 정치인들은 졸지에 '립 서비스'만 하는 위선적인 집단이 됐다. 그들은 민생 경제를 돌아보지 않고 장례식장에서 시간이나 때우는 한가한 사람들이었나. 여권 정치인들은 대통령의 경고에 빈소에서 보내는 시간을 줄이는 등 몸을 사리는 행동을 보이기도 했다. 


영결식 당일, 대통령의 건강을 걱정해야 할 정도로 날씨가 좋지 않았고, 영결식장으로 운구행렬이 출발하기에 앞서 대통령이 서울대 병원을 찾아 마지막 예의를 갖췄다지만 사람들은 대통령의 영결식 불참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통령이 장례기간중 국회를 강도높게 비판하고, 김 전대통령의 업적에 대한 평가가 한마디도 없었던 등은 대통령의 영결식 불참을 '불가항력'이라기보다는 아주 이례적인 일로 보게 만들고 있다.


후세에 누군가는 박 대통령과 YS의 불편한 관계와 정치권과의 '불통'을 드러낸 모습으로 설명하기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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