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회 척결 vs 외환위기…다시보는 YS 4대 공과

[the300][런치리포트-巨山 잠들다③]미완 과제도

해당 기사는 2015-11-27 런치리포트에 포함된 기사입니다 PDF 런치리포트 뷰어
그래픽=이승현 디자이너

26일 영결식과 국립현충원 안장을 끝으로 영면에 든 고 김영삼 전 대통령이 저평가된 대통령이란 견해엔 이견이 적다. 금융실명제 도입, 군사정권을 이끌었던 군의 핵심 사조직 '하나회' 척결 등 굵직한 업적을 이뤘기 때문이다. 

그러나 측근의 전횡으로 정치가 왜곡됐고 외환위기 즉 IMF(국제통화기금) 구제금융사태로 많은 국민이 고통 받은 기억도 여전하다. 서거를 계기로 정치권이 앞다퉈 나선 '재평가'가 맹목적인 '고평가'여선 안되는 이유다.

하나회 척결vs 외환위기 충격= 김 전 대통령은 취임 첫해 1993년 8월 12일 극도의 보안 속에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긴급명령제'를 전격 발표했다. 어느정부도 감히 하지 못한 미완의 개혁 과제를 특유의 추진력으로 밀어붙였다. 음성 자금을 양지로 끌어내고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기본원칙을 세우는 계기가 됐단 평가다.

군 사조직 '하나회'를 숙청해 군사쿠데타의 가능성을 없앴다. 문민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대통령직인수위에서도 여러차례 하나회 문제가 거론됐지만 김 전 대통령은 철저한 보안을 유지했다. 그러다 임기 초반 전광석화같이 움직여 군부의 반발을 무력화했다.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학살 책임과 12.12 군사정변에 대한 책임을 물어 하나회의 대표주자 격인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등을 재판에 세웠다. 올해로 20년을 맞는 지방자치제 부활도 김 전 대통령 때 이뤄졌다. 우리나라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하고, 수출 1000억 달러, 1인당 국민소득 1만 달러를 달성했다.

하지만 임기말인 1997년 외환위기는 그에 대한 평가를 완전히 바꿨다. 대기업 연쇄부도, 금융기관 부실이 악순환의 고리를 만든 결과였지만 이를 제대로 관리·감독하지 못한 정부의 무능과 정경유착의 쓴 대가이기도 했다.

노동법 날치기 처리는 평생 의회주의자로 살았다는 고인의 자랑을 무색케 하는 오점으로 남아 있다. 아들 현철 씨가 청와대와 국정원 등에 측근들을 앉히고 사실상 국정을 농단한다는 의혹이 끊이지 않았던 것도 임기 후반 부정적 평가의 배경이다. 

마지막 메시지 '통합·화합'…재평가 배경은 총선?

김 전 대통령은 무엇보다 1970-80년대 민주화 투사로 오랜 기간 탄압을 이겨낸 모습을 국민 뇌리에 깊이 남겼다. 사상 첫 국회의원 제명, 목숨을 건 단식투쟁 등 그는 야권 지도자이자 가장 유력한 대선후보로 우뚝 섰다.

정치권은 이 때문에 그의 긍정적인 면을 재평가하자는 기류다. 새누리당뿐 아니라 김대중·노무현 두 전직 대통령을 계승하는 새정치연합도 뒤지지 않는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YS의 정치적 아들을 자처하면서 가장 앞장서고 있다. 그는 26일 영결식에서도 기자들과 만나 "그동안 김 대통령이 이룩한 개혁 업적이 저평가돼 왔는데 이제는 역사적 재평가를 할 때가 됐다"며 "후배들은 그런 개혁을 완수할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도 "하나회 척결로 다시는 군부가 정치에 깊게 개입할 수 없는 확고한 조치를 취했는데 지금은 당신께서 평생 온몸으로 싸워 얻은 민주주의가 흔들리고 있다"며 "이제는 후배들에게 남겨진 몫이란 생각"이라고 했다.
김 전 대통령이 발탁해 정계 입문한 손학규 전 새정치연합 상임고문도 "김영삼 대통령은 가시면서도 새로 역사를 썼다"며 "통합과 화합의 역사를 썼고 우리 국민들은 민주주의의 역사를 다시 배울 수가 있었다"고 했다.

단 최근 재평가 분위기는 정치인들이 일반 여론을 앞지른 면이 있다. 빈소에서 '위인' '큰별'로 칭한 이들은 대개 정치인이다. 무엇보다 여야 모두 고인을 계승하겠다고 나서 며칠동안 빈소를 지킨 것은 내년 총선을 앞둔 '빈소정치'로 평가됐다.
고인의 선거 역정에도 공과 과에 대한 평가가 엇갈린다. 15대 총선은 김 전 대통령이 '사람'을 알아보는 선구안과 파격적인 공천을 통해 인재를 대거 영입한 성공사례로 꼽힌다. 동시에 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의 자금을 여당의 총선 자금으로 썼다는 이른바 안풍사건이 벌어진 때이기도 하다.

IMF 구제금융 사태는 비록 극복했다지만 이후 대한민국의 사회경제적 구조가 극적으로 달라졌다. 그 결과 양극화가 심해지고 사회 역동성이 떨어진 영향을 국민들이 고스란히 받고 있다. 3당합당으로 '문민 대통령' 집권 돌파구를 열었지만, 그 결과 지역주의가 더욱 고착된 것도 여전한 숙제다.

따라서 김 전 대통령에 대해선 일방적인 저평가도, 일시적 분위기에 편승한 과도한 고평가도 자제돼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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