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조문보다 '대구 물갈이'

[the300]유승민 부친상 빈소에서 '대구 물갈이설' 거론

유승민 전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8일 오후 부친인 유수호 전 국회의원의 빈소가 마련된 대구 중구 경북대 병원 장례식장에서 정의화 국회의장의 조문을 받고 있다. 2015.11.8/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유승민 새누리당 전 원내대표가 부친상을 당했습니다공무원연금법 처리와 '사퇴파동'을 겪고 있는 동안에도 부친 유수호 전 의원은 몇 번이나 생사의 고비를 나들었습니다. 유승민 전 원내대표는 내년 총선 '물갈이설'까지 불거지는 정치적 시련 속에서 끝내 아버지를 떠나보내는 개인적 시련마저 겪게 됐습니다. 

각자 정치적으로 처한 입장이 다르더라도 빈소에서유 전 원내대표에게 위로의 인사가 건네질 법도 한데 꼭 그렇지는 않은가 봅니다.

유 전 원내대표 '사퇴파동' 당시 입장을 달리할 수밖에 없었던 서청원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누구보다 먼저 빈소를 찾았습니다. "유 전 원내대표와 내가 무슨 갈등이 있느냐"고 반문하며 유 전 원내대표 위로에 성심을 다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원내대표 경선에서 유 전 원내대표와 경쟁했던 이주영 새누리 의원은 이탈리아에서 귀국하자마자 대구로 달려왔습니다. 이주영 의원은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핸드폰 문자로 유 전 원내대표의 부친상 소식이 뜨더라"며 피곤함을 애써 이겨냈습니다.

정치는 정치고 인간사 정리란 게 그런 것이니까. 유 전 원내대표와 껄끄러운 사이의 친박 의원들도 빈소에 들러 유 전 원대표와 손을 맞잡는 것이 그런 이유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조화가 빈소 중앙을 장식할 것으로 여겨진 것도 같은 이유에입니다. '배신의 정치'를 심판하는 일이야 대통령과 길을 달리한 유 전 원내대표 자신이 감수해야 할 정치행위겠지만 부친을 잃은 지인에게 위로를 전하는 것은 정치에 앞서 사람 사이의 정리이기 때문입니다. 

청와대 측은 유 전 원내대표 측이 조화를 사양했다는 해명을 던져보는 것 같지만 빈소를 가득 채운 100여개의 조화가 이러한 해명을 무색케합니다. 혹시나 '배신의 정치를 심판하라'던 뜻이 약해진 것처럼 비춰질까 걱정이라도 됐을까, 빈소에선 대통령의 조화 이야기가 끊이지 않았습니다.

친박 핵심을 자처하는 윤상현 새누리당 의원이 빈소를 찾아 '대구 물갈이설'의 필요성을 언급한 것은 정치의 비정함마저 느끼게 했습니다.

윤 의원은 빈소에서 만난 기자들에게 "천에서 공정성만큼 중요한 것은 참신성"이라면서 "19대 때 대구에서 (현역) 60%를 바꿨고, 그 힘이 수도권으로 이어져 새누리당이 과반 의석을 넘긴 게 아니냐"고 물갈이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대구 지역 현역 국회의원들 중 두 명을 제외하고는 모조리 공천에서 탈락할 것이란 이야기가 공공연히 나도는 상황을 윤 의원도 모르지을 터. 이들의 공천 여부에 관심이 집중된 대구에서, 그것도 물갈이설 타깃으로 이야기되는 유 전 원내대표가 상주인 빈소를 찾아 굳이 꺼낼만한 이야기는 아니었습니다. 듣다한 한 기자가 "대구는 그럼 초선만 해야 하느냐"며 윤 의원을 제지할 정도였습니다. 

윤 의원은 지난 9월에 한 언론 인터뷰에서도 "현지 분위기는 매우 힘든 것으로 듣고 있다”며 TK 물갈이를 기정사실화하는 발언을 해 동료 의원들의 공분을 산 적 있습니다. 당시 "정치 도의도 동료 간 예의도 아니지 않느냐"던 한 재선 의원의 분개어린 말이 새삼 떠올랐습니다.

바야흐로 내년 총선을 앞둔 공천의 계절입니다. 혈육을 잃은 이에 대한 측은지심마저 싸늘하게 식히는 차가운 계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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