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치리포트]"19대 국회, 이 법만은"⑤-감염병 전문병원

[the300](종합)

편집자주19대 국회가 막바지에 다다랐습니다. 머니투데이 더300과 의제와 전략그룹 '더모아'는 우리의 실생활에 밀접한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법안임에도 우선순위에 밀리거나 이해충돌로 처리되지 못하고 있는 법안들을 선정 '19대국회, 이 법만은' 시리즈를 런치리포트로 기획합니다.
메르스 잊었나…"'감염 병원' 예산·시간 없어 신설 못해"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후속대책으로 정부가 감염병 전문병원을 신설하는 대신 기존 병원을 활용할 방침이다. 그동안 국회에서 논의한 내용이 사실상 묵살된 셈이다.

 

감염병 전문병원을 신설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었고 신임 보건복지부 장관 또한 의료계 인사로서 감염병 전문병원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했었기 때문에 복지부의 대책은 상당한 논란을 야기하고 있다.

 

5일 국회와 복지부에 따르면 복지부는 지난달 19일 메르스 후속 대책이 담긴 법안 설명자료를 국회에 제출했다. 감염병 전문병원을 '둘 수 있다'로 규정해 병원을 신설하거나 기존 병원을 전문병원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았던 기존 법안에서 감염병 전문병원을 '둔다'로 고친 뒤 기존 병원을 전문병원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앞서 복지부는 지난 9월 예산과 시간을 이유로 감염병 전문병원 신설이 아닌 기존병원을 활용하는 안을 제시했다. 당시 복지부는 당정협의에서 "병원을 신설할 경우 전문 인력을 모집하는 데 한계가 있고, 병원 설립 계획을 수립하는 것부터 병원을 실제 운영하는 데까지 10년 이상의 장기간이 소요된다"고 설명했다. 국립중앙의료원(NMC)이 이전을 준비하고 있는 만큼 이전과 동시에 장비 구축도 완료하겠다는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야당은 그러나 복지부가 재정을 쥐고 있는 기획재정부 눈치를 본 게 실질적 원인이라고 분석한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용익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공공병원을 4개나 신설하는 것에 대한 기재부의 반대가 있고, 복지부가 NMC에 연구병원을 둬 질병관리본부가 아닌 자신들이 직접 병원을 통제하려는 이해충돌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감염병 전문병원 설립은 이미 전문가들 사이에서 공감대가 형성된 사안이다. 지난 7월 22일 국회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최재욱 소장은 "질병관리본부 산하에 감염병 전문병원을 신설하고 권역별로 전문병원을 지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대 의료관리학과 김윤 교수도 "지방의료원을 (감염병 전문병원으로) 전환하는 게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병원을 신설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한림대 감염내과 엄중식 교수는 "기존 (병원)시설들이 과거에 지은 건물이라 격리시스템 등을 다시 만들려 할 때 비용이 더 들 수 있다"며 신설에 방점을 찍었다.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대책 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신상진 위원장을 비롯한 여야 간사가 감사원 감사청구 관련 협의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새누리당 이명수 간사, 신 위원장, 새정치민주연합 김용익 간사.정부가 메르스에 대해 '사실상 종식' 선언을 한 가운데 국회 메르스 특위는 이날 오전 '메르스 대책 특별위원회 활동결과보고서 채택의 건'을 의결하며 48일 간의 활동을 마무리했다. 2015.7.28/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같은 목소리를 수렴한 특위는 활동결과보고서에 "평상시의 감염병 관리와 비상시의 감염병 유행에 대비한 공공병원의 역할을 설정하고 감염병 연구병원과 권역별 전문공공병원의 설립, 각종 공공병원의 확충과강화, 보건소의 인력 등 지원 확대를 추진하며 진단장비, 음압시설 등 공공의료 인프라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고 적었다.

 

정부가 모범 사례로 꼽는 미국도 대학과 연계해 감염병 전문병원을 세운 경우가 많다. 국제보건정책 전공인 텍사스대학교(댈러스 캠퍼스)의 김도형 교수는 "열대지역 쪽에서 감염병 발생이 많아 그쪽에 주로 감염병 전문병원이 자리하고 있다"면서 "병원과 대학이 같이 있으면서 세계에서 발생하는 감염병에 대한 연구를 계속 한다"고 했다. 병원만 있을 시 환자가 없으면 운영이 안된다는 점을 감안, 대학이나 연구소와 연계해 공공의료로서 기능토록 했다는 설명이다.

 

그럼에도 복지부는 '감염병 전문병원 신설은 없다'는 대책을 강행했다. 이 과정에서 복지부는 여러 의혹에 휩싸인 상태다.

 

우선 복지부가 안을 발표한 시기다. 감염병 전문병원 설립의 필요성을 얘기했던 정진엽 복지부 장관의 인사청문회가 열린지 약 1주일만에 복지부는 대책을 공식적으로 내놨다. 정 장관은 국정감사에서 "이번 대책발표는 내용도 부실하고 시기도 부적절했다. 주무장관도 공석상태였다"는 인재근 새정치연합 의원 질의에 "인사청문회 준비 기간에도 이 분야에 대한 보고를 받고 상의도 했다. 내가 주도했다고 봐도 된다"고 해명했지만 의혹을 말끔히 해소하진 못했다.


정진엽 보건복지부 장관이 1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보건복지부에 대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국정감사 중 의원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정 장관 오른쪽은 장옥주 차관. 2015.9.11/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질병관리본부가 4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지난 8월 발주한 '감염병 전문병원 설립방안 연구개발' 연구용역도 공중분해 될 위기에 처했다. 해당 연구는 현재 충남대에서 진행중이며 △감염병 전문병원의 필요성 제시 및 최소 필요 수요 예측과 지역적 배치방안 개발 △감염병 전문병원 조직 설계 및 운영 방안 개발 등을 목표로 한다.

 

이에 대해선 복지위 소속 이종진 새누리당 의원마저 "메르스 사태 당시의 잘못된 점을 시정하고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충분한 연구를 하기 위해 연구용역을 시행하는 것인데 이 모든 걸 무시하고 국가방역체계 개편방안을 발표하니 일의 선후가 바뀐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지적, "앞으로 연구결과는 어떻게 활용할 예정인지 궁금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복지위 소속 여당 관계자는 "복지부 내부에선 애초부터 '감염병 전문병원 설립이 꼭 필요하느냐'는 얘기가 돌기 시작했었다"고 전했다.

 

감염병 전문병원에 대해 논의할 수 있는 시기는 11월 한 달이다. 9월 정기국회가 끝나면 총선 체제로 돌입하면서 상임위 활동은 사실상 중단되기 때문이다. 감염병 전문병원을 질본 산하에 1곳, 권역별로 3곳에 신설해야 한다는 김용익 의원의 안과 기존의 병원들을 감염병 전문병원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하는 정부안의 맞대결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수차례 논의했던 만큼 '신설'과 '지정' 사이에 어떤 선에서 타협하느냐가 관건이다.



새로 지어야 한다는 野 vs 기존 병원 활용하겠다는 政


감염병에 대처할 기관을 설립하는 것과 관련해 김용익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감염병 전문병원 설립 법안이 쟁점의 중심에 서있다. 김 의원이 6월 발의한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은 △질병관리본부 산하에 감염병 전문병원 1곳 설립을 의무화하고 △감염병 전문병원을 권역별로 배치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광역별로 최소 3개(수도권, 영남권, 호남권) 이상의 감염병 전문 공공병원을 설립하자는 이른바 '3+1 공공병원 대책'이다.



감염병 전문병원 설립에 정부가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자 김 의원은 중재안격으로 공공보건의료기관 의무에 감염병 및 재난으로 인한 환자의 진료 및 치료 등 보건의료 제공을 추가하는 '공공보건의료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야당에선 이밖에도 양승조·남인순 새정치연합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들이 있다. 양 의원 법안은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가 감염병 예방과 치료를 위해 감염병 전문병원을 설립·운영해야 한다'는 식의 좀 더 포괄적인 형태다. 남 의원은 국립중앙의료원 및 지방의료원 등의 공공보건의료기관을 활용, 국립중앙의료원에 중앙감염병센터를 설립하고 지역별로 지역감염병센터를 운영토록 하는 내용이다.


정진엽 보건복지부 장관이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가감염병관리체계 개선 방안 관련 당정협의에 참석해 김정훈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정 장관은 이날 "국가감염병관리 체계 마련은 복지부 장관으로서 제게 주어진 첫번째 과제이자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밝혔다. 2015.9.1/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에 대해 정부·여당은 앞서 발표한 감염병 대책이 담긴 법안으로 개정해줄 것을 요구한 상태다. 복지부가 국회에 제출한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 설명 자료'에 따르면 정부는 중앙에 국립중앙의료원(NMC)을, 권역엔 국립대 병원을 각각 감염병 전문병원으로 지정·운영할 수 있도록 법안 문구를 감염병 전문병원을 '둔다'로 조정할 것을 촉구했다.

 

앞서 복지부는 감염병 전문병원을 '둘 수 있다'로 해 신설이든 지정이든 양쪽 모두 가능토록 해줄 것을 제안했으나 최종적으로 신설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하면서 새로운 문구를 내놓은 것이다.

 

이에 대해 야당은 여전히 반대 입장을 고수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복지위 소속 야당 관계자는 "정부안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정부 대책안이 발표된 이후 지난 10월20일 처음 회의를 연 복지위 법안심사소위원회는 정부안을 상정해 심사하려 했으나 심도있는 논의가 필요하단 판단 하에 11월로 넘겼다. 복지위는 11월 한 달 간 법안소위를 가동한 뒤 26일 예정된 전체회의에서 법안들을 의결하며 9월 정기국회를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신종 감염병 대처, 해외는?…美 '뎅기열·에볼라 백신', 日 '메르스 실시간 파악'


글로벌보건안보구성 고위급 회의 참석차 방한한 토마스 프리든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센터장이 7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있다. 2015.9.7/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가 급속도로 커졌던 데엔 신종 감염병에 대한 연구가 미흡했던 게 하나의 원인으로 꼽힌다. 긴급기자회견을 통해 정부의 정보 공개를 이끌어냈던 박원순 서울시장은 "감염병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병원 하나가 없다"며 "공공의료 측면의 전면적 개혁이 있어야 한다"는 의견을 밝힌 바 있다.

감염병 연구에 가장 모범적 사례로 꼽히는 건 미국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문정림 새누리당 의원이 국회 입법조사처로부터 제출받은 '주요 선진국의 질병관리 체계, 제도 등에 대한 검토' 자료에 따르면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운영하는 '국제보건 담당 조직'은 국제보건문제에 대해 40명 이상 전담 인력을 두고 있으며, 아프리카 지역을 포함, 60여개국에 330명 이상의 인력을 파견하고 있다.

 

미 국립보건원(NIH)의 27개 센터 중 하나인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는 감염병, 면역 및 알레르기성의 질병에 대한 이해, 치료, 예방을 위한 기초연구 및 응용연구를 수행하고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임상실험 및 연구를 수행하는 3개의 부서로 구성돼있는데 실제 뎅기열 백신을 개발하거나 에볼라 바이러스의 후보 백신에 대한 승인을 획득하는 등의 성과를 냈다.

 

NIH의 '클리니컬 센터'는 감염병 전문병원 설립에 있어 참고할만한 모델로 언급된다. 입원병상 240개, 낮병동병상 82개로 이뤄진 NIH 클리니컬 센터는 1200명의 의사와 620명의 간호사, 450명의 보조인력이 근무하고 있으며 지난해 기준 1500여건의 임상연구를 진행했다. 2013년엔 3억9760만달러(약 4472억원)의 예산이 투입됐으며 환자 부담금은 없다.



일본도 '국립감염증연구소'를 통해 해외 감염병 현황을 꾸준히 체크한다. 메르스 감염자가 없음에도 중동에서 영국으로 메르스 환자가 넘어가자 즉시 메르스를 '지정 감염병'으로 지정키도 했다.

 

참고 사례론 일본 '국립국제의료연구센터'가 언급된다. 복지위 소속 김용익 새정치연합 의원이 2014년 국정감사에서 공개한 자료를 보면 국립국제의료연구센터는 기초의학연구소와 임상연구센터, 센터병원, 코노다이병원으로 구성된다. 800병상으로 이뤄진 센터병원의 경우 '에이즈(AIDS)치료연구개발센터'와 '국제감염병센터'로 나눠지는데 이 중 국제감염병센터에선 신종 감염병 진료 및 연구가 이뤄진다.

 

아울러 435병상 규모의 코노다이병원에서도 간염, 면역 질환에 대한 연구 및 교육, 훈련 등이 실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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