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치리포트]"19대 국회, 이 법만은"④-통일기금법

[the300](종합)

통일 준비는?...낮잠자는 통일기금 관련 법안들


 60여 년 세월의 기다림으로 가족과 만나 대화를 나눌 시간은 많아야 10여시간. 오랜 기간 기다림의 대가 치고는 가혹하다. 지난 21일부터 26일까지 진행되는 제20차 남북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보면서 다시 떠올리게 되는 건 ‘통일’이다. 과연 우리가 염원하는 통일을 위한 준비는 착실히 진행되고 있는 것일까. 통일 준비에서 가장 뜨거운 쟁점 중 하나가 ‘통일 비용’이다. 

 비용 산정부터 재원 마련 방식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이 존재한다. 국회에 통일 비용 마련을 위한 법안들이 여러 건 대기중이지만 쉽사리 결론을 내리지 못하는 배경이기도 하다. 하지만 통일이 언제 닥칠지 모르는 만큼 19대 국회가 마무리 되기 전에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2일 국회에 따르면 19대 국회 들어 처음 통일비용 관련 법안을 들고 나온 것은 현 국회의장인 정의화 의원(무소속)이다. 정 의장은 2012년 8월 “현재의 북한 경제수준을 고려할 때, 남북한이 하나의 국가로 통합되는 과정에서 북한의 소득수준을 남한의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남한이 부담해야 할 경제적 비용이 막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당시 ‘남북협력기금법’을 ‘남북협력 및 통일 기금법’으로 바꾸는 법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은 △남북의 안정적 통합을 위한 기금 설치 △남북협력계정과 통일계정 구분 △통일계정에는 내국세 총액 1/100 적립 △통일계정의 사용은 남북이 통일을 합의 시점부터 한다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이어 같은 해 9월 이명수 새누리당 의원은 정 의장의 개정안과 비슷한 내용을 담고 있지만 통일기금법이라고 명명한 신설법안을 들고 나왔다. 이 의원은 통일 이후의 안정과 제도 개편·재건 등을 위해서 많은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므로 통일비용을 사전에 준비해야 한다며 ‘통일기금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 법안에는 △통일비용 재원 마련 등 자금 확보·공급 위한 통일기금 설치 △정부 출연금 또는 민간 기부금으로 조성 △통일부 장관 소속 통일기금운용위원회 설치 △통일 이후 이북지역 사회간접자본시설 확충, 임금수준 보전, 기초생활 보장 등을 위해 사용 △지원받는 자는 지정된 목적 외의 용도에 기금 사용 불가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박병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도 2013년 7월 ‘남북협력기금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해 통일비용 마련의 중요성을 피력했다. 박 의원은 “최근 수년간의 남북관계 경색으로 인하여 남북교류 및 협력이 사실상 중단된 상태에서 남북협력기금의 집행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며 “특히 2011년 기준 사업비의 집행률은 4.2%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남북협력기금의 목적을 확대해 한반도의 평화적 통일을 위한 목적으로도 활용될 수 있도록 기금의 용도를 추가해 한반도 분단으로 인한 이산가족과 북한의 영유아, 취약계층에 대한 인도적 문제해결 및 지원을 위한 사업의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며 “남북협력기금에서 당해연도에 집행되지 않은 금액 중 2분의 1을 이후 통일비용을 위해 적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밖에 김을동 새누리당 의원도 통일복권 발행을 골자로 하는 법안(남북협력기금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김 의원은 “통일복권을 발행해 조성된 수익금을 남북협력기금의 재원으로 활용함으로써 통일 이후 남북한의 안정적인 통합을 위한 비용을 체계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발의 취지를 밝혔다. 

 이처럼 통일비용 마련을 위한 다양한 법안들이 나오고 있지만 통일비용을 바라보는 인식과 효율적인 재정 운용의 측면에서 견해차가 해소되지 않으면서 국회 논의는 속도를 내지 못하는 실정이다.  


통일기금 기대와 우려 사이, 쟁점은…


박근혜 대통령이 ‘통일대박’을 언급한 후 통일 편익에 대한 논의가 뜨겁다. 또한 남북이 극적으로 ‘8·25’ 합의를 통해 관계 개선을 위한 노력은 물론 인도적 지원 등 교류 활성화를 약속한 것도 남북 간 해빙 무드의 좋은 징조로 ‘통일’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통일대박’처럼 통일이 가시화된다고 하더라도 그렇게 장밋빛 미래만 기다리고 있는 게 아니라는데 있다. 남과 북의 경제적 격차를 메울 수천 조 이상의 천문학적 통일 비용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독일도 동서독이 통일이 된 후 20년 동안 3000조원 가량의 금액을 동서독의 생활 수준을 맞추기 위해 사용했을 뿐 아니라 우리나라의 경제력보다는 훨씬 우위에 있던 서독은 심한 경제적 어려움에 직면해야 했다. 

이같이 통일비용의 중요성이 증대됨에 따라 일부 국회의원과 정부는 통일 이후 재원 마련을 위한 통일기금 관련 법안을 내놓았지만 좀처럼 진전이 없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큰 틀에서는 통일비용 마련을 위한 기금의 필요성에는 공감대가 형성됐지만 통일기금 모금 방식과 운용 등에서는 견해차가 있기 때문이다.

◇찬성:통일기금 본격적인 통일 준비 VS 반대: ‘흡수통일’ 오해 우려

우선 통일기금을 모아 재원 마련에 나설 것을 찬성하는 사람들은 기금 마련이 남북 평화통일을 재정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 본격적인 통일 준비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찬성론자들은 또 독일 통일 당시와 마찬가지로 통일 직후 초기에 국가 재정이 긴급하게 소요될 위기 상황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특히 현재 세대가 미래 통일세대의 비용을 분담함으로써 통일 비용에 대한 미래 세대의 부담을 완화할 수 있다.

아울러 통일 재원 마련을 위한 민간 기부 등 국민과 함께하는 통일 준비, 통일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우리 스스로가 통일 기금을 준비하는 것을 남북한 주변 국가에 보여줌으로써 남북통일에 대한 의지를 천명하고 협력을 이끌어 낸다는 의미도 있다.

반면 통일기금 반대론자는 재원 마련이라는 실질적 준비에 대해 북한이 남한 주도의 ‘흡수통일’을 염두에 둔 의도로 오해하고 남북관계가 다시 경색될 수 있을 만큼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비록 남북 간 극적인 ‘8·25’ 합의로 인해 첨예한 갈등으로 긴박해진 한반도 정세에 숨통을 텄지만 ‘5·24 대북제재 조치’ 이후 남북 교류가 원활치 않은 상황에서 불확실한 통일에 대한 재원 준비보다는 교류 협력 등에 우선 주력하는 게 순서상 맞다는 것이다.

또 반대론자들은 당장 사용할 사업성 경비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미래를 대비한 통일 재원을 단순히 적립만 하는 것은 재정적으로 비효율적이기 때문에 향후 국외 경제위기에 영향을 받아 예상되는 국내 경기침체 상황을 고려하면 문제가 있다고 말한다.

이같이 통일기금 조성을 위한 찬반양론에도 불구하고 통일을 이뤄나가는 과정에서 전후 여하를 막론하고 남북 간 생활 격차 줄이기 위한 방편 등으로 막대한 비용이 드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따라서 과연 통일비용이 어느 정도 예상되며 우리는 어떻게 준비해나가야 할 지에 대한 명확한 전략수립이 시급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남북 통일비용 얼마나 들까?...독일 20년 간 3000조원대

남북 통일에 있어서 간과할 수 없는 점은 통일 전 교류 협력을 통한 격차를 줄이는 비용이든 통일의 순간이 올 경우 필요한 북한 사회의 지원이든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 것이라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독일의 통일 사례를 기반으로 통일비용에 대한 연구를 진행시키고 있지만 비용 규모에 대한 결과에는 차이가 있었다.

◇ 남북 통일 비용 약 1000~4000조원 투입 전망
남북 통일 비용은 대략 1000~4000조원의 비용 범위에서 소요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지난 2010년에 발간한 '남북통일, 편익이 비용보다 크다'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통일비용이란 통일 이후 남북한이 하나의 통합국가로 정치, 경제, 사회 시스템이 안정을 이루면서 정상운영되기 위해 부담해야 되는 비용”이라고 정의했다. 

그러면서 “통일 후 북한 주민의 1인당 소득이 최소 3000달러 이상에 도달하는 데 소요되는 남한의 투자비용이 통일비용”이라면서 “3000달러 달성에는 통일 후 10년간 약 1570억달러, 7000달러와 1만달러 달성에는 각각 4710억달러와 7065달러(825조원)가 소요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지난해 12월 ‘한반도 통일의 경제적 효과’라는 보고서에서 “(올해 통일됐다는 가정하에)2016년부터 2060년까지 45년간 통일비용 부담규모는 1경428조원으로 연평균 부담액은 232조원”이 될 것이라며 대략 10년간 2300조원 가량이 투입될 것으로 내다봤다.

통일연구원도 지난해 보고서에서 2030년 남북 통일 될 경우를 향후 20년간 통일비용으로 3440조원이 필요할 것이라는 전망했다.

또한 이석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한반도 통일은 동북아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라는 연구 보고서에서 “한국이 부담할 통일 비용은 국내총생산(GDP)의 5%를 넘어설 정도로 2020~2050년까지 무려 3조 달러(약 3390조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독일, 20년 동안 3000조 가까이 비용부담
1990년 10월 3일 동독과 서독의 통일 당시 서독 정부는 앞으로 다가올 경제적 고통을 감지하지 못했다. 한국의 경제규모에 4배에 달하는 서독은 동서독이 합쳐지는 과정의 비용에 대해 튼튼한 재정으로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동독 국유재산의 사유화로 인한 매각 수익, 유럽연합(EU)의 지원 등과 함께 동독지역에 민간 투자가 활발해지면 통일비용 마련을 위해 세금 등의 추가 부담이 필요 없을 것으로 내다본 것이다. 

그러나 그런 자신감과 준비되지 못한 채 맞은 통일에 대한 후유증은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독일은 지난 20년 가까이 3000조원이라는 천문학적 비용을 통일비용이라는 명목으로 쏟아부어야 했고, 현재까지 매년 수백조원(약 150조원)을 동독 지원에 사용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제 독일이 안정화 됐다고 할 수 없고 향후 20년 정도 이상은 이 같은 지원이 필요하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있다는 것이다.

독일은 통일 이후 세금 인상, 국채 발행 등을 통해 비용을 조달했고, ‘통일연대세‘라는 것을 따로 징수하며 재원 조달에 나서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독일의 경제 규모에 비해 4분의 1에 불과한 남한과 남측보다 훨씬 낙후된 북한이 통일을 할 경우 독일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 통일비용은 상상 이상으로 많아질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독일의 경제적 난관을 반면교사 삼아 이를 사전 예방하기 위한 통일비용 부분에 대한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독일 관계자들은 지적한다.


통일기금 운동, 정부 주도냐 vs 민간 주도

MB 정부 당시 실시된 통일 항아리 사업. 통일 후 통일비용을 사전에 준비하자는 차원에서 실시된 사업이다./사진=뉴스1

통일기금 사업은 통일이 되기에 앞서 통일비용을 미리 준비해 남북한 경제를 연착륙 시키자는 대의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시행됐을 때 순항할 수 있을 지는 별도의 문제다.

지난 이명박 정부에서도 통일 재원 마련을 위한 ‘통일 항아리’ 사업을 2012년 시작했다.  비록 첫 해 6억3000만원 가량의 성금이 모아졌지만 다음해인 2013년에는 1억2000여만원이 적립되는데 그쳤다. 2014년에 들어서는 월 기금액도 낮은 액수를 기록했다.

또한 남북협력기금에 별도의 통일 준비 계정을 만들어 통일 항아리 사업으로 모인 성금을 보관하겠다고 목표도 있었지만 통일 계정을 만들자는 내용을 담은 남북협력기금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하면서 이 계획도 사실상 폐기된 것과 마찬가지 상태이다.

특히 관이 주도하는 이 같은 모금 운동은 여러 가지 정치적인 캐츠프레이즈라는 시선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다. ‘평화의 댐 – 통일 항아리 – 청년 희망펀드’에서 많은 국민이 비슷한 불편함을 느끼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각각의 의미와 목적은 다르지만 국민의 ‘코 묻은 쌈지돈’을 모아 무언가를 하는데 자신의 정치적 업적과 연결시키는 것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시각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치적 의도를 피하기 위해서도 정부가 주도하는 통일비용 모금 운동은 자발적인 시민 모금보다 한계성을 가질 수 밖에 없고, 정치적 영향에서 자유롭다 보니 지속가능성에서도 앞설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견해다.

아울러 정부가 정치적 의도를 넘어 통일비용을 위한 금전적 대비책을 세운다고 해도 증세, 국공채 발행, 차관 도입 등의 방법이다. 그러나 증세의 경우 국민들의 조세 저항을, 국공채 발행이나 차관 도입의 경우 채무에 대한 부담감으로 이어질 뿐이다.

통일비용 마련을 위한 민간인 참여가 필수적이라고 보는 이유다.

한편에선 민간참여라고 해서 ‘순수하다’라는 등식이 성립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일례로 지난 8월 10일 광복 70돌 6·15공동선언발표 15주년 민족공동행사 준비위원회가 개최한 ‘남북관계 보도 이대로 좋은가’ 토론회에서 이 같은 문제가 제기됐다.

이 자리에 패널로 참석한 한 기자는 최근 특정매체가 통일 관련 기금 운동을 주도할 경우 통일 어젠다를 이끄는데 있어 특정매체의 시각이 절대적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는 민간주도의 통일기금 마련을 위한 모금도 특정 단체에 힘이 실릴 경우 정부 주도의 통일 재원 마련 움직임처럼 정치적 의미가 부여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낸 것이다.

또한 민간주도 통일 재원 마련 운동의 투명성 문제와 함께 정부 주도보다 자율성에 기반하기 때문에 자발적 기부의 동력이 떨어질 수 있는 한계를 드러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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