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륵' 같은 TPP…朴대통령, 한미 정상회담 앞두고 '고심'

[the300] 美 대선 앞두고 이번 회담서 입장 전달 필요…부품·소재 타격 불가피, 中 관계도 부담

박근혜 대통령/ 사진=청와대

오는 16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릴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박근혜 대통령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우리나라 입장에선 '계륵'(鷄肋)과도 같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가입 문제를 놓고 아직 확실한 입장을 정하지 못해서다. 경제적 영향 뿐 아니라 대미·대중 관계도 고민거리다. 

8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TPP에 대해 국익을 최우선에 두고 참여 여부를 검토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앞으로 TPP 협정문이 공개되면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을 철저히 분석한 뒤 공청회, 국회 보고 등을 거쳐 가입 추진 여부를 최종 결정한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박 대통령 입장에선 미국 대선을 약 1년 앞두고 열리는 이번 회담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그동안 쌓아온 신뢰를 바탕으로 TPP에 대한 우리 측 입장을 정상 차원에서 전달할 수 있는 얼마 남지 않은 기회 가운데 하나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어떤 식으로든 TPP 가입 문제에 대한 입장 전달이 필요한 이유다.

TPP는 미국·일본을 중심으로 12개국이 참여한 전세계 국내총생산(GDP) 37% 규모의 '초대형 자유무역 경제권'이지만 우리 입장에선 가입이 무조건 유리한 것만은 아니다. 물론 장기적으론 긍정적인 효과가 크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TPP에 가입할 경우 10년 후 실질GDP가 1.7∼1.8%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전자·섬유 분야의 수혜가 예상된다. 전자 분야는 관세 인하 등으로 베트남, 말레이시아, 멕시코 등으로의 수출 확대가 기대된다. 섬유의 경우 국내에서 원자재를 공급하고 베트남 등 현지에서 완제품을 만들어 일본과 미국으로 수출할 때 혜택을 볼 수 있다.

그러나 단기적으론 부품·소재 등 일본과 경합하는 제조업 분야에서 무역역조 등에 따른 타격이 불가피하다.

박대근 한양대 교수(한국국제금융학회장)는 7일 박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민경제자문회의에서 "우리나라는 TPP에 가입한 12개국 중 일본·멕시코를 제외한 10개국과 이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상태"라며 "TPP 가입은 사실상 한일 FTA를 체결하는 것과 같은데, 우리의 대일 관세율은 5.6%로 우리에 대한 일본의 관세율 1.4%보다 높아 TPP 가입시 우리 제조업의 부담이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또 TPP에 가입할 경우 미국과 칠레 또는 호주·뉴질랜드 등 영연방 국가들로부터 쌀을 비롯한 농수산물에 대한 추가개방 요구가 있을 수 있다는 점도 우려된다.

대미·대중 관계도 박 대통령 입장에선 고민거리다. TPP는 중국 견제를 위한 미국의 '아시아 회귀'(Pivot to Asia) 전략의 일환으로, 중국이 주도하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에 대응하는 성격이 짙다. 우리나라가 만약 RCEP보다 TPP에 먼저 가입한다면 중국으로부터 '미국 경도'라는 우려를 살 수 있다는 점이 부담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정부의 입장은 TPP 가입 쪽에 쏠려 있는 것이 사실이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6일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종합국정감사에서 TPP에 대해 "메가FTA가 타결된 만큼 어떻게든 참여하는 방향으로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도 우리나라가 TPP 출범 후 2차 가입국으로 참여를 추진할 경우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토니 블링큰 미국 국무부 부장관은 7일 아산정책연구원 특별강연에서 "TPP에 더 많은 참가국이 나오기를 희망한다"며 "한국 정부가 참가를 원한다면 협의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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