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300]불신·불안·불만의 3중주… '헬야당' 안되려면

[the300]부족한 건 혁신이 아니라 신뢰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2차 중앙위원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2015.9.16/뉴스1
'헬(hell)-' 이란 접두어(?)가 급속 확산되고 있다. 극도로 상황이 나쁘다는 의미다. 먹고살기 힘들고 희망이 없는 우리나라는 헬조선, 이다지도 취업이 어려운 노동시장은 헬노동시장.

정치권에 대입하면 야당이 '헬정당' 소리를 듣기 딱 좋은 상황이다. 문재인 체제 리더십 우려→혁신안 논란→문 대표 재신임 파문까지 당 내분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공천 혁신안은 16일 공식 의결절차를 넘어 제도화됐지만 이걸로 당이 환골탈태할 것으로 믿는 사람은 없다. 오히려 혁신안 통과 과정에서 주류·비주류간 격한 감정의 충돌로 앙금만 더 쌓였다. 당내 금기시돼 온 "유신"이란 총알로 상대를 쏘기도 했다. 재신임 정국에서 최고위원회의는 했다 하면 내부 분란을 그대로 드러냈다. 이 정도면 그 어떤 혁신안을 갖다 대도 수습이 어렵다.

이를 보는 국민이 더욱 혼란스러운 건 주류 비주류 사이에 대단한 노선 차이도, 도저히 공존할 수 없는 정치·경제 철학의 대립도 찾아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싸울까? 문제는 신뢰다. 당 안팎에선 모든 갈등의 핵심에 다음 총선 공천이 걸려 있다고 본다. 정치인 특히 선출직 국회의원의 기본 욕망은 재선, 다음 선거에도 이기는 것이다. 지금 3선, 4선 의원이라도 글자 그대로의 '재선' 욕구는 사라지지 않는다. 여기서 불신, 불안, 불만이라는 '3불'이 탄생한다.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전 공동대표가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문재인 대표 재신임 사태와 관련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2015.9.15/뉴스1
조경태 의원은 중앙위원회에서 기명투표에 강력 항의한 뒤 "기본적으로 문재인 대표 체제에 대한 불신이 강하다"며 비주류의 속내를 드러냈다. 비주류에겐 문 대표 또는 그를 둘러싼 주류 세력에 대한 신뢰가 없다. 

이들에게 '혁신'이라고 진행되는 활동들은 주류의 마음에 들지 않는 현역의원을 찍어낼 장치를 제도화하는 것이다. 문 대표의 시스템 공천 추진에 동의하기란 불가능하다. 공천룰을 아무리 정교하게 마련해도 당권을 쥔 쪽이 얼마든지 개입할 수 있다고 본다. 구체적으론 선출직평가 항목 중 하나인 다면평가가 걱정스럽다. 

이런 불신이 불안을 낳는다. 불안이 쌓이면 불만이 된다. 의정활동을, 정책개발을, 지역관리를 아무리 잘 해도 이런저런 핑계로 공천을 못 받는 건 아닐까. 혹시 차일피일 공천 확정을 미뤄 사람을 비참하게 만들지 않을까. 선거철이 다가오면 비주류 현역의원들은 이런 생각에 잠을 못 이룬다고 한다.

주류 쪽에서도 불신·불안·불만의 위태로운 3중주가 들린다. 만약 선거 전 당권이 바뀌면 밤잠을 설치는 쪽은 이제 옛 주류 쪽 의원들이다. 그러니 절대 당권을 놓을 수 없다. 비주류가 거세게 나올수록, 이들과 '사생결단'해야 한다는 유혹을 강하게 느낀다. 수많은 정치인들의 이 스트레스가 한꺼번에 분출하는 게 지금 우리가 마주한 극한의 계파대립이다. 

정부나 국회는 유권자의 주거·취업·노후불안을 "불안해 하지 말라"고 억누를 게 아니라 해결해줘야 한다. 정당도 마찬가지다. 문 대표는 어떻게든 당을 수습해 총선을 치르자면 비주류의 이런 원초적 불안을 인정하고 해소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물론 적재적소에 단호함을 보여주는 것도 필요하다. 비주류는 그들대로, 격한 감정을 누그러뜨리지 않으면 '공멸'의 책임에서 절대 자유로울 수 없다. 김부겸 전 의원은 "문재인만으로 총선에 승리할 수 없지만 문재인 없이도 안 된다"고 했다.

요컨대 혁신이 부족한 게 아니라 신뢰 상실이 진짜 문제다. 이걸 외면해선 불신의 늪을 건널 수 없다. 새정치연합이 '헬정당'이라는 오명을 쓰고 수렁에 빠지지 말란 법이 없다.
새정치민주연합 김한길 전 공동대표가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공정성장을 위한 남북경제협력을 주제로 열린 안철수 전 공동대표와 박원순 서울시장의 좌담회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있다. 2015.5.21/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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