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치리포트]"19대 국회, 이 법만은"③-원산지표시법

[the300](종합)

편집자주19대 국회가 막바지에 다다랐습니다. 머니투데이 더300과 의제와 전략그룹 '더모아'는 우리의 실생활에 밀접한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법안임에도 우선순위에 밀리거나 이해충돌로 처리되지 못하고 있는 법안들을 선정 '19대국회, 이 법만은' 시리즈를 런치리포트로 기획합니다.
'국산' 화장품, 원료는 죄다 중국산?…'원산지 표시법' 표류


#지난 4월 부산에서 한의사 면허도 없이 수년 간 암환자 등 수백명을 상대로 한방 치료를 하고 한약을 제조·판매한 A씨(50)가 보건범죄단속에관한특별조치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됐다. A씨는 중국·인도산 인삼·감초·당귀 등의 한약재를 달여 1재당 (15일 분량) 38만원을 받고 판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절반은 유통기한도 지난 불량제품이었다.

#직장인 J씨(28)는 천연 성분이 들어간 화장품을 선호한다. 시중에서 쌀겨, 콩, 보리, 알로에나 녹차부터 말기름인 '마유' 등 다양한 종류의 천연 추출물이 함유된 화장품을 쉽게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2009년 '석면화장품' 파동 이후 '자연주의'나 '유기농'을 강조하는 바람이 분 덕이 크다. 그러나 화장품 용기 어느 곳에서도 추출물의 원산지는 표기되지 않는다. J씨는 "아무래도 국내산이라고 광고하는대로 의심없이 믿고 사는 경향이 크지만 불안한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연이은 FTA 체결로 농수산물 시장이 전면 개방되면서 외국 농수산물을 원료로 하는 가공품도 점차 확대되고 있다. 동시에 품질이 떨어지고 값이 싼 농수산물을 국내산으로 속여 파는 경우도 늘었다. 매년 추석이나 설 등 명절을 앞두고 원산지 표시 위반 여부를 대대적으로 단속하지만 위반사례는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다.

이에 국회에서도 농수산물 원산지표시 범위를 확대하거나 처벌의 실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농수산물의 원산지 표시에 관한 법' 개정을 추진하는 움직임이 일었다. 그러나 정작 소관 상임위원회인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선 제대로 논의되지 못하고 있다. FTA, 밥쌀수입 등 농업 현안 등에 비해 시급성이 떨어진단 이유다. 

◇ "농수산물 원산지표시, 의약품·한약·화장품으로 확대해야"

3일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농수산물 원산지 표시법 가운데 김영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개정안은 농수산물 가공품의 범위를 의약품, 의약외품, 한약, 화장품 등으로 확대했다. 

또 현재 대통령령으로 정하고 있는 원산지 표시 대상을 전체 농수산물과 가공품으로 확대했다. 이에따라 농수산물 원료를 10%이상 사용한 의약품이나 한약, 화장품 등은 의무적으로 원산지 표시를 해야 한다. 

같은 당 황주홍 새정치연합 의원의 개정안도 유사하다. 황 의원은 한방의료기관 및 의약품 제조업자 등이 직접 조제해 판매·처방하는 한약재도 의무적으로 원산지를 표시하도록 했다. 현재는 '약사법'에 따라 의약품 도매상이나 약국개설자, 한약업사 등이 한약재를 생산·수입·유통·판매하는 경우에만 원산지를 표시하고 있다.

그러나 한약재의 최종소비단계에서 한약을 제조·판매하는 경우엔 원산지 표시의무를 규정하지 않고 있다. 대신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고시하는 한약재 품질관리 규칙에만 기준이 마련돼있다. 품질이 낮은 중국산 한약재 등이 '법망'을 빠져나가 정상적인 유통과정을 거치지 않고 한방의료기관 및 의료품 제조업 등으로 유통될 수 있는 이유다. 

수산물을 대상으로 한 김한표 새누리당 의원의 개정안은 음식점에서 생선이나 조개 등을 날 것으로 제공하는 경우 의무적으로 수산물의 원산지를 표시하도록 하는 조항을 신설했다. 

현행법은 고등어, 갈치, 미꾸라지, 낙지, 명태 등 일부 어종에 대해서만 살아있는지 아닌지와 무관하게 의무적으로 원산지를 표시하도록 시행령으로 규정하고 있다. 다른 수산물은 수족관 등에 보관, 살아있는 경우에만 원산지를 표시하도록 했다. 그러다보니 품질이 떨어지는 저가의 수입산 냉동 수산물이 음식점에서 활용되는 경우도 다반사다.

김 의원은 수산물을 회나 초밥 등 날것으로 먹을 경우 식중독의 위험이 높아지는 것을 감안, 익히거나 말리지 않은 모든 어패류에 대해 정확한 원산지를 표시함으로써 소비자의 알권리를 보장토록 했다.

◇ "농민들에게 도움은 되지만…시급성 떨어져"

이처럼 농수산물 원산지 의무 표시 범위를 확대하는 개정안은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농해수위와 농림축산식품부 입장에선 FTA 체결 등으로 국내 농수산물 시장이 위축된 상황에서 원산지표시제가 우리 농수산물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역할을 할 수 있어 환영하는 분위기다. 

국내산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가 높은 만큼 국내산 농수산물과 가공품에 대한 판매량 증가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수입산에 맞서 농어민들에게 새로운 활로를 터주는 일종의 지렛대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  

조현욱 '의제와 전략그룹 더모아' 이사는 "원산지 표기는 기술적으로만 문제가 없으면 최대한 표기하는 것이 소비자 관점에서 이익이라고 본다"며 "간접적으로는 우리 농산물 판매에도 긍정적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실제 논의는 지지부진하다. 개정안들은 국회 농해수위 법안심사소위에 상정되긴 했지만 제대로 논의되지 못했다. 구제역 백신, 밥쌀용 쌀 수입,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 가뭄 대책 등 굵직한 이슈가 우선 논의되다 보니 자연스레 순서가 밀린 것. 

그러나 이번 정기국회는 19대 국회 마지막 정기국회인만큼 원산지표시법 개정안을 심사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농해수위 관계자는 "당장 시급한 현안이나 쟁점이 크지 않은 법안부터 우선 심사되다보니 (법안논의가) 밀린 부분이 있다"며 "정기국회에선 그동안 심사가 제대로 안됐던 법안들도 검토하니 이번 국회에서 논의될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농어민·소비자 좋다는데…원산지표시법, 복지부 반발 이유는?

농수산물 원산지 표시 범위를 확대하는 내용의 '농수산물의 원산지 표시에 관한 법' 개정안은 농어민과 소비자에게 도움이 된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지만 국회 통과까지는 첩첩산중이다.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이중규제'라고 지적하며 반대의견을 밝히고 있기 때문. 제조업체나 소매상인들의 반발도 예상된다. 

◇ 농식품부↔복지부·식약처 의견조율 관건

국회 농해수위 전문위원 보고서는 농수산물 원산지 표시 범위를 의약품과 한약재, 화장품 등에까지 확대하는 김영록 의원의 개정안에 대해 "안전한 국내산 농수산물을 원료로 사용하게 되는 요인이 증대됨에 따라 국내 농어업 분야 발전 등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농림축산식품부 역시 국민의 알 권리 충족 및 선택권 보장을 위해 개정안에 동의하고 있다. 다만 김 의원의 개정안과 같이 모든 농수산물과 가공품을 표시대상으로 확대할 경우 한정된 인력과 예산 하에선 효율성이 저하될 수 있어 보완대책이 필요하단 의견을 덧붙였다.

황주홍 의원의 개정안에 대해서도 타당하단 의견이 우세하다. 농해수위 전문위원 보고서는 "최종 소비단계에서 소비자들은 제조된 한약재가 국산인지 수입산인지 알 수 없어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된다. 또 한약재에 대한 소비자의 불신이 국내 한약재 생산농가에 피해를 줄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약재도 의약품이기 전에 본질적으론 농산물이기 때문에 원산지를 표시해야한다는 입법취지가 타당하단 설명이다. 

그러나 복지부와 식약처는 두 개정안에 대해 '이중규제'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현재 한약재는 생산과정에선 농산물이지만 제조과정을 거친 후엔 의약품으로 취급돼 소관부처와 정책이 단계별로 다르게 운영되고 있다. 

농식품부는 한약재 생산과정에서의 원산지 표시를, 복지부는 한약재의 수급 및 유통관리를 담당하고 있다. 식약처는 한약재 품질기준과 한약재 제조·관리를 맡고 있는 상황이다.

복지부는 이미 한방의료기관이 한약 조제시 의료법시행규칙에 따라 반드시 규격품을 사용하도록 돼 있어 관련 규제가 불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규격품한약 포장에 원산지명 뿐만 아니라 제조자·제조번호·제조일자·사용기한·검사기관·검사년월일 등을 표기해 유통하고 있다는 것.

또 총리령인 '의약품 등의 안전에 관한 규칙'에 따라 한약재는 원산지·시험검사 결과·재배 및 수집 과정에서 오염여부 등에 대해 엄격하게 관리되고 있단 설명이다.


한약재 가운데 실제로 국내에서 재배되는 품목이 많지 않은 점도 지적된다. 현재 국내에서 사용하고 있는 한약 535종 가운데 실제 국내에서 재배되는 품목은 50여종 뿐. 복지부는 개정안이 실익이 없을 뿐 아니라 불필요한 규제가 추가될 뿐이라고 강조했다. 

의약업계 관계자는 모든 외래 농수산물이 이른바 '짝퉁'으로 취급될 수 있다는데 우려를 표하며 "실제로 한국 한경에서 재배조건이 불리한 한약재도 많아 원산지보다 독성, 품질 등급 등을 표시하는 것이 더 중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식약처는 "소비자의 알 권리 차원에서 필요할 수 있다"면서도 "한방 처방의 공개 및 제조업체의 원가상승 등을 감안해 신중하게 검토해야한다"는 다소 유보적인 의견을 밝혔다. 또 한약재의 원산지를 표시한다고 해도 농수산물 원산지표시법이 아닌 약사법에서 규정하는 것이 법 체계상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 제조·판매업체도 반발 예상…처벌범위 조율 '쟁점'

농수산물 원산지법의 또다른 쟁점은 관련 제조·판매업체의 반발을 어떻게 조정하느냐다. 특히 제조업자의 경우 원산지표시를 추가하는데 따른 포장지 생산 비용과 표시 방식 등을 두고 반발이 예상된다.

농해수위 전문위원 역시 "김영록 의원의 개정안대로 가공품에 사용된 원료 중 배합비율이 10%이상을 차지하는 농수산물의 원산지를 표시할 경우 포장재에 원산지 표시가 너무 많아져서 가독성이 저하되고 식품 관련업계에 부담으로 작용하는 측면을 고려해야한다"고 지적했다. 

일례로 원산지 표시 원료를 3개로 제한하더라도 복합 원재료가 있을 경우엔 원산지를 10개 이상 표시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어 표시항목을 늘리는데 어려움이 있단 설명이다. 특히 이미 전성분표시제를 실시하고 있는 화장품의 경우 농수산물 원산지까지 표기하면 추가적인 반발은 불가피하다.

관련 상품을 판매하는 소매상의 처벌여부도 문제다. 조현욱 '의제와 전략그룹 더모아' 이사는 "백수오 파동으로 경동시장 등 약재를 판매하는 시장 상인들이 직격탄을 입은 바 있다. 화장품의 경우도 방문판매를 하는 경우나 소매상들까지 원산지에 대해 일일히 알고 있을 순 없을 것"이라며 "마지막 판매자를 어떻게 처벌할 것인가가 쟁점"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김영록 의원실 관계자는 "소매상들까지 처벌하자는 것이 아니라 일단 제조업자의 책임을 높이는데 개정안의 의의가 있다"고 강조하며 "이미 영양성분표 등을 포장지에 표시하는 상황에서 농수산물 원산지 표시항목 하나가 추가된다고 비용이 막대하게 높아질 것으론 보지않는다"고 밝혔다.

단속해도 원산지표시 상습위반…'처벌 아닌 교육' 대안될까


농수산물 원산지 표시법을 둘러싼 또다른 쟁점은 바로 처벌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위반금액의 5배 이하에 해당하는 금액을 과징금을 부과·징수할 수 있도록 하는 윤명희 새누리당 의원의 개정안이 지난해 5월 국회를 통과했지만 위반 건수는 좀처럼 줄어들고 있지 않다. 

3일 박민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농림축산식품부와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원산지 표시 위반 건수는 한 해 평균 4600건을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원산지를 거짓으로 표시한 경우는 평균 2941건, 원산지를 아예 표시하지 않은 경우는 평균 1697건에 달한다. 

정부는 매년 단속을 강화한다고 하지만 위반 건수는 그대로다. 최근 5년 위반 건수는 2010년 4894개소, 2011년 4927개소, 2012년 4642개소, 2013년 4443개소, 2014년 4,290개소로 매년 대동소이했다. 올해 7월까지만 적발된 위반 업소는 2617개소에 달한다.


◇ 벌금 하한선 마련·교육 이수 조항 담겨

원산지 표시 범위를 확대한다고 해도 이처럼 법을 위반하는 사람이 줄지 않는다면 결국 무용지물이 된다. 처벌의 실효성을 높이는 방안을 담은 개정안이 함께 심사돼야 하는 이유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농수산물 원산지표시법' 개정안 가운데 김학용 새누리당 의원과 박민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개정안은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김 의원이 지난해 1월 대표발의한 '농수산물 원산지 표시법' 개정안은 처벌의 하한선을 마련하는 것이 골자다. 현행법은 상습적으로 원산지표시법을 위반하는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김 의원의 개정안은 상습 원산지 거짓 표시자에 대해 '징역 1년 이상', '벌금 1000만원 이상'의 제한을 만들어 원산지 표시제의 실효성을 높이도록 했다.

박민수 새정치연합 의원의 개정안은 단순히 처벌 형량을 강화하는데 그치지 않고 상습 위반자에 대한 교육을 실시하는 조항을 신설했다. 음주운전자를 상대로 일정 시간동안 교육을 시행하는 것과 같이 의무적으로 일정 시간동안 교육을 이수해야한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최근 전자상거래로 판매되는 농수산물 비중이 급증함에 따라 원산지 표시 위반자가 입점·판매하는 통신판매중개업체의 정보도 함께 공개하도록 했다.

◇ 일단 '상정'만 되면…국회 통과 무난할 듯 

두 개정안은 일단 상정만 되면 무난하게 소위를 통과할 수 있으리란 평가다. 특히 '벌칙 하한제'를 담은 김학용 의원의 개정안의 경우 이미 먹거리와 관련된 식품위생법 등에 유사한 조항이 있어 과잉금지 원칙에 위반될 소지가 적은 편이다.

현재 식품위생법 역시 상습범에 대해 '1년 이상 7년 이하의 징역', '소매가격의 4배 이상 10배 이하에 해당하는 벌금' 등과 같이 형량 및 벌금의 하한제를 규정하고 있다. 

박민수 의원은 단순히 처벌을 강화하는 것만으론 원산지 위반이 근절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벌금 부과 등과 함께 의식을 개선할 수 있는 교육을 이수하도록 하는 것이 보다 근본적인 제도 개선방안이라는 것.

박 의원은 "현재 위반 시 내는 벌금보다 원산지를 속여 팔면서 얻는 이익이 훨씬 많기 때문에 상습위반자들이 근절되지 않는 것"이라며 "상습 위반자 다수가 원산지 위반이 심각한 범죄라는 의식 자체가 갖춰져있는 경우가 많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런 상황에서 처벌을 아무리 상향한다고 해도 한계가 있어 근본적으론 의식을 제고할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하다"며 "이미 비슷한 입법례가 있어 큰 쟁점없이 통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나트륨 함량 표시제', 업계 반대 넘은 비결은?

나트륨 줄이기 캠페인 모습/사진=머니투데이DB


농수산물 원산지표시 확대가 국회에서 본격적으로 논의될 경우 최대 쟁점은 어떤 품목, 어떤 성분에 대해 표시할 것인지, 또 표시를 한다면 어떤 방식으로 할 것인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제조업계나 식품업계의 경우 제품포장 변경 등 비용부담을, 수입판매업체의 경우 외국산에 대한 인식 악화 등을 이유로 반발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 4월 본회의를 통과한 문정림 새누리당 의원의 '나트륨 함량 비교표시제' 법안은 유사한 과정을 거쳤지만 업계와 부처간의 조율을 통해 소기의 입법목표를 달성한 사례로 꼽힌다. 

나트륨 함량 비교 표시제는 모든 식품의 포장지 겉면에 해당 제품이 얼마나 짠지 싱거운지, 나트륨 함량을 한눈에 비교할 수 있는 그래픽을 의무적으로 표기하도록 하는 방안이다. 올해 5월 도입돼 2년간의 유예기간을 거친 뒤 2017년 5월부터 전면 시행될 예정이다.

문 의원이 나트륨 함량 표시방안을 담은 식품위생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건 2013년 8월말. 그러나 소관 상임위인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 상정된 건 이듬해 4월, 법안심사소위에서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된 것은 다시 그로부터 1년이 지난 올해 4월이었다.

법안 내용도 지금과 달랐다. 문 의원은 당초 식품군별로 나트륨 성분 함량기준을 정해 제품을 '저나트륨', '중간나트륨', '고나트륨'으로 분류, 이를 소비자가 알아보기 쉽게 포장지 겉면에 원형 등의 모양으로 '초록색', '노란색', '빨간색'으로 색상표시하는 것을 의무화하는 일명 '신호등 표시제'를 제안했다.

이같은 방안에 식품업계는 당장 우려를 표하고 나섰다. 나트륨 섭취과다의 주범으로 꼽힌 라면류를 포함해 장류, 소스류 등 제조특성상 나트륨 함량이 높을 수 밖에 없는 식품이 몸에 해로운 음식으로 인식된다는 것이다. 식품군별로 나트륨 함량 기준을 따로 정한다 해도 동일 식품군 내 제품마다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신호등 표시로 더 큰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단 불만도 터져나왔다. 

어린이 기호식품에 시행중인 '신호등 표시제'/사진=한국식품산업협회 자료집 발췌

2011년부터 시행되고 있는 어린이 기호식품 '신호등 표시제'가 유사한 방식이지만 사실상 유명무실하다는 점도 개정안을 추진하는 데 걸림돌이 됐다. 2012년에도 국회가 현재 '권고' 형태로 시행되고 있는 어린이 기호식품 신호등 표시제를 의무화하려 했지만 식품업계의 조직적인 반대에 부딪혀 흐지부지된 적이 있기 때문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문위원실도 검토보고서를 통해 "제품에 관한 정보를 지나치게 단순화해 소비자가 왜곡된 방향으로 제품을 인식하도록 할 수 있다"며 "개인의 식습관 개선에 기반하지 않은 표시제 의무화는 정책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고 식품산업계의 부담만 증가시킬 수 있다"고 부정적인 의견을 내놨다. 

반대에 부딪힌 문 의원 측은 대안 마련에 들어갔다. 

나트륨 저감화가 이미 피할수 없는 트렌드가 된 마당에 식품업계가 가장 아프게 생각하는 건 간판제품이 고나트륨 식품으로 분류돼 '빨간불'이 켜지는 것. 한눈에 들어오는 정보로 인해 매출이 하락하는 건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일부 업체는 자체적으로 많은 R&D(연구개발) 비용을 들여 나트륨 저감화를 추진하고 있었던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3색 신호등으로 표시할 경우 저감화 노력을 한 업체와 그렇지 않은 업체간 변별력이 생기지 않는다는 불만이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제시한 나트륨 함량 비교표시제 표기방법 예시/사진=식품의약품안전처


그래서 나온 것이 식품군별 나트륨 함량 평균 기준치를 정하고 제품마다 그 기준과 얼마나 차이나는지 상대적으로 비교해 그래픽으로 표시하는 방식이다. 나트륨 성분이 기준치의 120% 함유된 제품이라면 해당 식품군 평균보다 20% 짠 제품, 80% 함유됐다면 20% 덜 짠 제품이 되는 셈이다.

문 의원실 관계자는 "법 통과를 위해 몇 달동안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물론 식품업계와 각종 협회의 의견을 들었다"며 "업계는 '신호등표시제'에 대해 부담이 크다고 했고 우리의 입법목표도 나트륨 저감화이지 신호등표시제가 아니니 '그럼 서로 만족할 수 있는 다른 표기방식을 찾아보자'고 협의가 됐다"고 설명했다.

식약처에 식품업계의 입장을 전달하고 설득하는 것도 한 과정이었다. 식약처는 당류, 지방류 등에 대해서도 같은 방식을 적용하기를 원했지만 법안심사소위에서 지나친 규제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았던 것. 

문 의원측은 19대 국회가 끝나 임기만료 폐기되면 모든 조율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것보다는 나트륨 저감화 하나만이라도 통과시키는 게 낫다는 점을 강조하며 식약처의 이해를 구하는 데 성공했다. 업계와 정부의 의견을 모아 만들어온 수정안에 동료 위원들도 동의하지 않을 이유는 없었다.

현재 국회에 계류된 식품정보 '표기' 관련 법들에 대해 문 의원실 관계자는 "국민들 알권리와 선택권 보장, 건강 등을 위해 도움을 주려는 법이지만 업계 반대가 심해 법안 통과가 어려울 것으로 보는 게 사실"이라고 안타까워했다.

그러면서 "정부와 관련 이해단체를 설득하기 위한 꾸준한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법안 통과 기준을 유연하게 잡고 단계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좋다. 우리도 주변의 도움을 받아 수정안을 몇 번이나 새로 만들고 조율을 한 덕분에 법안 통과를 이끌어낼 수 있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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