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트륨 함량 표시제', 업계 반대 넘은 비결은?

[the300-런치리포트]["19대 국회, 이 법만은"③-원산지표시법(4)]유사 입법 성공사례

해당 기사는 2015-09-04 런치리포트에 포함된 기사입니다 PDF 런치리포트 뷰어
나트륨 줄이기 캠페인 모습/사진=머니투데이DB

농수산물 원산지표시 확대가 국회에서 본격적으로 논의될 경우 최대 쟁점은 어떤 품목, 어떤 성분에 대해 표시할 것인지, 또 표시를 한다면 어떤 방식으로 할 것인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제조업계나 식품업계의 경우 제품포장 변경 등 비용부담을, 수입판매업체의 경우 외국산에 대한 인식 악화 등을 이유로 반발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 4월 본회의를 통과한 문정림 새누리당 의원의 '나트륨 함량 비교표시제' 법안은 유사한 과정을 거쳤지만 업계와 부처간의 조율을 통해 소기의 입법목표를 달성한 사례로 꼽힌다. 

나트륨 함량 비교 표시제는 모든 식품의 포장지 겉면에 해당 제품이 얼마나 짠지 싱거운지, 나트륨 함량을 한눈에 비교할 수 있는 그래픽을 의무적으로 표기하도록 하는 방안이다. 올해 5월 도입돼 2년간의 유예기간을 거친 뒤 2017년 5월부터 전면 시행될 예정이다.

문 의원이 나트륨 함량 표시방안을 담은 식품위생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건 2013년 8월말. 그러나 소관 상임위인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 상정된 건 이듬해 4월, 법안심사소위에서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된 것은 다시 그로부터 1년이 지난 올해 4월이었다.

법안 내용도 지금과 달랐다. 문 의원은 당초 식품군별로 나트륨 성분 함량기준을 정해 제품을 '저나트륨', '중간나트륨', '고나트륨'으로 분류, 이를 소비자가 알아보기 쉽게 포장지 겉면에 원형 등의 모양으로 '초록색', '노란색', '빨간색'으로 색상표시하는 것을 의무화하는 일명 '신호등 표시제'를 제안했다.

이같은 방안에 식품업계는 당장 우려를 표하고 나섰다. 나트륨 섭취과다의 주범으로 꼽힌 라면류를 포함해 장류, 소스류 등 제조특성상 나트륨 함량이 높을 수 밖에 없는 식품이 몸에 해로운 음식으로 인식된다는 것이다. 식품군별로 나트륨 함량 기준을 따로 정한다 해도 동일 식품군 내 제품마다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신호등 표시로 더 큰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단 불만도 터져나왔다. 

어린이 기호식품에 시행중인 '신호등 표시제'/사진=한국식품산업협회 자료집 발췌

2011년부터 시행되고 있는 어린이 기호식품 '신호등 표시제'가 유사한 방식이지만 사실상 유명무실하다는 점도 개정안을 추진하는 데 걸림돌이 됐다. 2012년에도 국회가 현재 '권고' 형태로 시행되고 있는 어린이 기호식품 신호등 표시제를 의무화하려 했지만 식품업계의 조직적인 반대에 부딪혀 흐지부지된 적이 있기 때문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문위원실도 검토보고서를 통해 "제품에 관한 정보를 지나치게 단순화해 소비자가 왜곡된 방향으로 제품을 인식하도록 할 수 있다"며 "개인의 식습관 개선에 기반하지 않은 표시제 의무화는 정책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고 식품산업계의 부담만 증가시킬 수 있다"고 부정적인 의견을 내놨다. 

반대에 부딪힌 문 의원 측은 대안 마련에 들어갔다. 

나트륨 저감화가 이미 피할수 없는 트렌드가 된 마당에 식품업계가 가장 아프게 생각하는 건 간판제품이 고나트륨 식품으로 분류돼 '빨간불'이 켜지는 것. 한눈에 들어오는 정보로 인해 매출이 하락하는 건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일부 업체는 자체적으로 많은 R&D(연구개발) 비용을 들여 나트륨 저감화를 추진하고 있었던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3색 신호등으로 표시할 경우 저감화 노력을 한 업체와 그렇지 않은 업체간 변별력이 생기지 않는다는 불만이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제시한 나트륨 함량 비교표시제 표기방법 예시/사진=식품의약품안전처

그래서 나온 것이 식품군별 나트륨 함량 평균 기준치를 정하고 제품마다 그 기준과 얼마나 차이나는지 상대적으로 비교해 그래픽으로 표시하는 방식이다. 나트륨 성분이 기준치의 120% 함유된 제품이라면 해당 식품군 평균보다 20% 짠 제품, 80% 함유됐다면 20% 덜 짠 제품이 되는 셈이다.

문 의원실 관계자는 "법 통과를 위해 몇 달동안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물론 식품업계와 각종 협회의 의견을 들었다"며 "업계는 '신호등표시제'에 대해 부담이 크다고 했고 우리의 입법목표도 나트륨 저감화이지 신호등표시제가 아니니 '그럼 서로 만족할 수 있는 다른 표기방식을 찾아보자'고 협의가 됐다"고 설명했다.

식약처에 식품업계의 입장을 전달하고 설득하는 것도 한 과정이었다. 식약처는 당류, 지방류 등에 대해서도 같은 방식을 적용하기를 원했지만 법안심사소위에서 지나친 규제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았던 것. 

문 의원측은 19대 국회가 끝나 임기만료 폐기되면 모든 조율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것보다는 나트륨 저감화 하나만이라도 통과시키는 게 낫다는 점을 강조하며 식약처의 이해를 구하는 데 성공했다. 업계와 정부의 의견을 모아 만들어온 수정안에 동료 위원들도 동의하지 않을 이유는 없었다.

현재 국회에 계류된 식품정보 '표기' 관련 법들에 대해 문 의원실 관계자는 "국민들 알권리와 선택권 보장, 건강 등을 위해 도움을 주려는 법이지만 업계 반대가 심해 법안 통과가 어려울 것으로 보는 게 사실"이라고 안타까워했다.

그러면서 "정부와 관련 이해단체를 설득하기 위한 꾸준한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법안 통과 기준을 유연하게 잡고 단계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좋다. 우리도 주변의 도움을 받아 수정안을 몇 번이나 새로 만들고 조율을 한 덕분에 법안 통과를 이끌어낼 수 있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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