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치리포트]"19대 국회, 이 법만은"①-전자증권법

[the300](종합)

편집자주19대 국회가 막바지에 다다랐습니다. 머니투데이 더300과 의제와 전략그룹 '더모아'는 우리의 실생활에 밀접한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법안임에도 우선순위에 밀리거나 이해충돌로 처리되지 못하고 있는 법안들을 선정 '19대국회, 이 법만은' 시리즈를 런치리포트로 기획합니다.
수천억원 효과 '전자증권법', 중국보다도 20년 뒤졌다

한국은 IT(정보기술)선진국일까. 적어도 전자증권 분야에서는 그렇지 않다. 심지어 중국보다는 20년 이상 뒤져 있다. 전자증권제도는 증권의 발행과 유통 등이 실물이 아닌 전자적 등록을 통해 이뤄지는 제도를 말한다.

전자증권제도를 도입할 경우 직접적으로 얻을 수 있는 비용절감 효과만 연간 1000억원에 가깝다. 증권거래의 투명성 제고를 통해 얻을 수있는 탈세거래 방지 효과나 핀테크 산업 활성화를 통한 자본시장 발전 효과 등은 제외하고도 그렇다.


 
◇5년간 5000억원 비용 절감효과

 

25일 국회에 따르면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대표발의해 정무위원회에 계류중인 '증권 등의 전자등록에 관한 법률안'은 전자 증권 제도의 전면 도입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이종걸 의원안에 따라 지난 6월 입법예고한 정부안도 올라와 있다.


 

전자증권 도입으로 얻을 수 있는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실물증권의 제조와 교부, 보관 등에 들어가는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현재도 주식의 경우 약 80%(2013년말)가 상법상의 '주권 불소지 제도'를 이용해 실물을 발행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제도가 실물증권을 기반으로 하다보니 증권의 주인이 원할 경우 실물을 발행하고 있고 그에 따른 각종 비용이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물증권 작성과 교부, 예탁, 보관, 반환, 사고 증권 관리 등이 대표적이다. 

자본시장연구원은 지난해 전자증권이 도입되면 향후 5년간 연평균 870억원씩 총 4352억원의 비용이 절감될 것으로 추정한 바 있다. 실물증권제도를 운영하지 않아 얻을 수 있는 운용비용 절감분이 2458억원으로 가장 크다.(표 참조)

실물증권의 도난과 위변조 사고 등을 막아 발생하는 위험비용 절감분이 1713억원이다. 실제로 2013년말 기준 증권 분실과 위조 사건 규모는 1629억원에 달한다. 추정치가 과하지 않다는 것이다. 증권 발행 지연에 따른 금융비용 절감분 181억원 순이다.

시간으로 따져도 막대하다. 전자증권 도입으로 매달 업무처리에 들어가는 31만 시간이 절감될 것으로 연구원은 봤다. 신규상장도 구주권 제출이나 주권 제작 등의 절차를 생략할 수 있어 기존대비 최대 21일을 단축할 수 있다. 그만큼 자금 조달이 신속해진다. 

기존에 상장돼 있는 발행회사 입장에서도 효과는 마찬가지다. 예를들어 감자(주식병합)시 구주권 제출기간을 기존 1개월에서 약 2주로 줄일 수 있고 합병시 신주권을 제작해 납품, 교부하는데 걸리는 기간이 기존 8일에서 약 1일로 단축할 수 있다. 

◇주식 거래시 '관습적 탈세' 전자증권법이 막는다

모든 증권거래가 전자적으로 처리돼 조세회피 등을 목적으로 한 음성적 거래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해진다. 현행 제도에서는 명의개서를 하지 않고 실물주식을 수차례 반복적으로 거래해도 과세가 불가능했다. 


예를 들어 A사의 대표이사가 자녀에게 실물 주식을 증여하고 사망했다. 그후 이 주식은 투자자1과 2에게 연쇄적으로 거래됐다고 가정하자. 양심적으로 각각의 주식 이동을 과세당국에 신고하지 않으면 증여세와 양도세가 탈루된다.(도표 참조)

국세청은 연 1회 작성되는 주주명부를 통해 A사 대표에게 양도소득세를 부과할 수 있을 뿐이다. 주주명부를 통해서는 A사의 대표가 투자자2에게 양도한 것만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진신고와 주주명부를 통한 추정과세는 연간 7000억~8000억원 수준이다. 

전자증권이 도입되면 증권이 전자적으로 등록돼 계좌대체를 통해 유통되기 때문에 이같은 거래가 불가능하다. 증권을 보유한 모든 투자자에 대한 정보가 전산시스템에 등록돼 과세당국이 증권 보유자를 파악하기 용이해진다. 

'5%룰'의 내실화에도 기여할 수 있다. 대량보유 공시제도가 실효성을 갖기 위해서는 상시적으로 룰을 위반하고 있는지를 파악해야 하지만 현행 제도 아래서는 연1회 주주명부에 의해서만 실보유자의 파악이 가능했다. 

전자증권이 도입되면 월 단위나 분기단위로 주주명부 작성이 가능해져 감독 효율성이 향상된다. 명의개서가 되지 않은 실물주권을 취득해 주가를 조작한 후에 실물주식을 매도해 차익을 남기는 불공정거래 행위도 근절할 수 있게 된다.

◇OECD 국가 중 31개국 도입 완료

전자증권제도는 이미 자본시장 인프라의 세계적 표준으로 자리잡았다. 세계 각국들은 일찌감치 전자증권을 도입했다. 덴마크는 1983년 세계 최초로 전자증권제도를 시작했고 프랑스(1988년)와 중국(1993년) 일본(2004년) 등도 앞다퉈 제도를 도입했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소속 34개 국가 가운데 한국과 오스트리아 등을 제외한 31개국이 제도 도입을 마쳤다. ISSA와 BIS/IOSCO, G30 등의 국제기구도 자본시장 휴율성 제고 등을 위해 전자증권제도 도입을 권고하고 있다. 

금융시장 인프라 산업의 발전을 위한 계기도 될 수 있다. 실물거래가 계좌거래로 전환되고 소유자 명세의 작성주기와 작성내용이 확대됨에 따라 발생하는 빅데이터를 분석 활용할 수 있는 기반이 되는 것이다. 

예를들어 실제주주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회사별로 재무전략을 자문해주는 등의 새로운 업종의 출현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또 실물거래 인수도에 따른 위험을 감소시켜 다양한 온라인 장외거래 플랫폼이 등장하는 기반도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조직 이기주의에 멀어지는 전자증권법


전자증권제도 도입을 위한 법안은 현재 두 종류가 마련돼 있다. 첫번째는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이 지난해 11월 발의한 '증권 등 전자등록에 관한 법률안'이다. 두번째는 금융위원회가 이종걸 의원안에 따라 지난 6월 입법예고한 정부안이다. 

두 법안 사이에는 △공사채등록제도 폐지 여부 △전자증권 전환시 실물주권 회부 여부 △전자등록기관에 대한 감독권 등 몇가지 세부적인 차이점이 존재한다. 그러나 이종걸 의원은 현재 "정부안을 모두 받겠다. 이번 국회에서 처리하자"고 선언한 상태다. 

유일한 쟁점은 전자등록기관의 설립방식이다. 전자증권제도는 크게 전자등록기관과 계좌관리기관으로 구성된다. 전자등록기관은 전자증권의 발행과 유통의 전 과정을 기록하며 계좌관리기관은 발행인과 권리자가 전자등록기관에 접근하는 창구 역할을 한다. 

전자등록기관은 전자적으로 발행된 증권을 관리하는 법적 장부를 작성·관리하고 권리행사 대행 등 전자증권 관련 제반 업무를 수행하는 전자증권제도의 중심운영기관이다. 한국예탁결제원의 전자증권판으로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 허가제: 규제 족쇄 풀어 효율성 제고 

이종걸 의원안은 전자등록기관의 설립에 관해 '허가주의'를 채택했다. 일정한 요건을 갖춘 회사가 신청을 하면 금융위과 법무부가 전자등록회사로 활동할 수 있도록 허가를 해주는 방식이다. 

자본금 500억원 이상의 주식회사가 신청 대상이다. 주식회사인만큼 기관장의 선임이나 정관변경 등 주요 경영사항도 모두 주주총회에서 결정이된다. 한국예탁결제원은 현재 한국거래소가 70% 이상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최대주주다.

허가주의를 채택할 경우 이론상 복수의 전자등록회사가 가능하다. 제한적일 가능성이 높지만 이를 바탕으로 경쟁을 유도해 경영효율성을 도모하고 자본시장 인프라 산업으로서의 서비스 경쟁력을 제고하자는 것이다. 

글로벌 스탠다드도 보다 부합한다. OECD 국가 중 한국을 제외한 모든 국가는 허가제를 채택하고 있다. 최근 국경을 넘나드는 금융활동이 활발해지고 있는 만큼 전자등록기관 역시 국내에 한정된 체계가 아니라 국제적 정합성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국내 전자등록기관이 적극적으로 신사업을 추진해나가는 동력을 만들어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근 예탁결제산업이 권역별 통합 등을 통해 인수·합병이나 전략적 제휴가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는 국제적 흐름에 올라타겠다는 것이다. 

권재현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가까운 시일 내에 아시아 지역내 통합강화를 대비해 금융투자업 뿐만 아니라 후선업무인 인프라산업의 개혁에도 관심을 둬야 한다"며 "예탁 결제라는 본연의 업무의 안전성을 견지하면서도 사업의 확장성을 담보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특허제 : 공적 규제통해 시장신뢰 확보 

정부안은 기존 한국예탁결제원만을 전자등록기관으로 법에 명시하는 '특허주의'를 도입했다. 전자등록기관은 특수법인의 성격을 띄며 기관장의 선임이나 정관 변경 등 경영상의 주요결정도 금융위원회의 임명이나 승인에 의해 진행된다. 

증권 시장의 백오피스(back office) 기능을 담당하는 만큼 법적 독점을 인정해주고 대신 공적 규제와 감시를 통해 시장의 신뢰를 확보한다는 것이다. 경쟁논리를 도입하면 이익추구에만 매몰돼 위험관리나 네트워크 확보에 소극적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경우 금융위기 등 비상상황에서 리스크가 시장 전체로 퍼지는 사고를 막아야 하는 백오피스 기능에 소홀해질 수 있다. 또 사업 독점을 통해 규모의 경제 효과를 극대화하고 네트워크 산업의 특성을 최대한 살리는 것을 추구한다. 

복수의 전자등록회사를 운영할 경우 시스템 중복투자나 제도 운영의 비효율이 발생할 가능성도 고려됐다. 반면 경쟁환경 차단으로 인해 서비스 경쟁력이 저하될 가능성은 단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김학수 금융위원회 자본시장국장은 "허가제로 갈 경우 자본시장법상 예탁제도 역시 복수로 해야하는 등 자본시장의 설계를 모두 다시 해야해 특허제로 법안을 낸 상태"라며 "국회에서 심도깊은 논의가 이뤄져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 자연독점 산업, 허가제·특허제 논리의 이면

한가지 고려할 것은 예탁결제 산업의 특성이다. 예탁결제산업은 자연독점 산업이다. 효율적이고 견실한 예탁결제 시스템을 구축하는데는 많은 고정비용이 투입되지만 새로운 서비스를 하나 추가하는데 발생하는 비용은 매우 적다. 

허가제를 도입한다고 해서 당장 복수의 증권등록기관이 난립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것이다. 해외 사례도 마찬가지다. 주요국 대다수에서 허가제를 도입하고 있지만 복수의 전자등록기관이 운영되고 있는 국가는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경쟁 원리 도입을 통해 경쟁력을 도모한다거나 과도한 경쟁으로 리스크 관리에 소홀해질 것이라는 양측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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