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사태(중동호흡기증후군)는 정부의 설익은 정책과 의료체계의 후진성, 소통 부재로 인한 사회적 혼란 등 총체적 난맥상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특히 국가적 재난에 버금가는 위기가 닥쳤지만, 초동 대응 미숙과 리더십 부재로 '골든타임'을 놓치며 사태를 키웠다. 사태 초기 컨트롤타워를 둘러싼 논란은 세월호 참사의 재판이었다는 게 공통된 평가다. 정부가 우후죽순 식으로 대책기구를 쏟아냈지만, 총괄 지휘할 책임자가 불분명해 혼선이 일었다.

이번 사태는 실무조직의 문제도 컸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국가 컨트롤타워의 부재였다. 지난해 4월 세월호 참사를 겪고 국가의 재난, 안전 대응 시스템에 대수술을 가했지만, 1년이 지나도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다. 왜 이런 실패가 반복되는 걸까.

무엇보다 사태 초기 컨트롤타워를 명확하게 설정하지 못한 이유가 크다. 신속히 컨트롤타워를 구성해 분야별 임무를 분산하고 종합적인 대응책을 강구해야 했지만, 안일한 사태 판단으로 재앙을 키웠다. 5월 20일 첫 확진환자 발생 후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를 출범했지만 질병관리본부장에게 책임을 맡겼다. 문형표 복지부 장관이 본부장을 맡은 것은 환자가 25명으로 늘어난 6월 2일이다.

세월호 참사 후 국가 재난 문제의 컨트롤타워로 출범한 국민안전처는 아무런 기능도 하지 않았다. 메르스 환자발생 17일 만에야 '예방수칙'이라는 긴급 재난문자를 발송해 전형적 뒷북행정이라는 비판만 받았다.

당초 기능을 할 수 없는 구조였다. 정부조직법 개편 당시 전염병 방역의 손발이 될 지자체와 보건소 등을 행정자치부 소관으로 남겨뒀던 탓이다. 방역실무 공무원들은 행자부와 안전처에 이중 보고를 해야 했다. 탁상행정이 만든 전형적인 '옥상옥'의 구조였다.

총리 대행을 맡은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국제회의 참석차 파리로 떠났고, 황우여 교육부 장관 겸 사회부총리는 휴교령 하나 제대로 조정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했다. 사실상 메르스 컨트롤타워는 총리 대행이 주재하는 '범정부 메르스 일일점검회의'가 이뤄지면서 구축됐다. 메르스 대응을 맡고 있는 본부급 조직과 태스크포스(TF)의 책임자들이 모두 참여한 것으로, 확진환자 발생 후 20일 만이었다.

컨트롤타워 논란은 보다 근본적으로 '위기극복 리더십'의 부재에서 비롯된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박 대통령은 보건복지부의 안이한 서면보고만 받다 확진 환자 발생 후 6일 만에 국무회의에서 처음으로 문 장관의 대면보고를 받았다. 이후 10일 만에 처음으로 "초기 대응 미흡. 국가 보건역량 총동원"이라고 공개 언급했다. 대책회의는 이틀 후 소집했다. 그 사이 컨트롤타워가 수시로 바뀌며 혼선이 일었다. 콘트롤타워가 없으니 누가 하나 책임지고 총대를 메는 이가 없었다.

박 대통령이 대면보고만 받을 게 아니라 사태 초기부터 팔을 걷어붙이고 전면에 나서 분명하게 컨트롤타워를 세웠으면 초기 혼란을 크게 줄일 수 있었을 거란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취약한 공중보건 체계, 병원의 허술한 감염관리 등 국가 감염 방역 대응시스템에 대한 개선 방안이 논의되고 있지만, 국가 컨트롤타워의 핵심인 대통령의 위기 대응 리더십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국가적 위기 상황이 닥치면 자동으로 재난 현장을 총괄할 수 있는 책임자를 컨트롤타워로 세우고, 대통령이 전권을 줘 체계적인 대응에 나서도록 할 필요가 있다는 거다. 대통령이 위기관리 전면에 나서되 대통령 개인이 아닌 시스템에 의한 관리가 이뤄져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번 사태에서 박 대통령의 전권 위임은 확진 환자 발생 후 20일이 지나서야 즉각대응팀 구성을 통해 이뤄졌다.

뒷전된 '재난 콘트롤타워 매뉴얼'…美·日은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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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이승현 디자이너

 NRF프로그램은 또 재난현장에서 보다 원활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긴급지원기능'(ESF)이란 지원방침을 추가로 마련했다. ESF는 교통, 소방, 기름유출, 에너지, 안보 등 15개 분야별 사고에 대해 주무부서 및 지원부서를 명시해두고 있다. 관련 분야의 사고가 발생할 때 현장에서 신속하게 대응하고 각 부서 간 책임을 명확히 하기 위한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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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전막후속기록]"해군장성 출신 콘트롤타워…" 6개월전 우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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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용 국민안전처 장관 후보자가 지난해 12월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14.12.4/뉴스1

지난해 12월 초 박인용 국민안전처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선 이같은 우려가 쏟아졌다. 러시아 서베링해에서 터진 '오룡호 침몰' 사고에 대한 국민안전처의 대응이 함께 도마에 올랐다. 당시 청문위원들의 발언은 6개월이후 벌어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사태로 인해 컨트롤타워 기능을 의심받고 있는 국민안전처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박 후보자 인사말 = 정부 안전정책을 총괄 조정하는 컨트롤타워로서의 위상과 기능을 확실히 정립하겠다. 또한 재난대응시스템도 철저하게 점검해 유사 시 제대로 작동되도록 하겠다. 재난 유형별 대응매뉴얼을 정비하고 초기 대응 역량도 강화하겠다.

-김장실 새누리당 의원 = 컨트롤타워 역할 제대로 하려면 세 가지 관점에서 문제를 봐주기 바란다. 첫째 단기적으로 국민 안정 위협하는 위법·부당·불법적인 것에 대해 물리적인 척결을 해줘야 한다. 둘째, 중기적으로 컨트롤타워 역할에 방해되는 것은 정리하고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는 게 뭔지 법·제도를 고쳐야 한다. 셋째 장기적으로 재난별 매뉴얼을 만들고 끊임없이 훈련해야 한다.

-강창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 이번 오룡호 침몰 사태를 봐라. 우리가 요란스럽게 논의해 국가안전처를 다른 부처가 아닌 총리실 산하로 넣었다. 오룡호 건은 해경도 외교도 관계 있다. 안전 문제는 여러 부처에 걸쳐 있기 때문에 (국민안전처를) 총리실에 갖다 놓은 것이다. 그러면 총리가 당연히 나서고 국민안전처 장관이 그 밑에서 수습을 했어야 한다.

-황인자 새누리당 의원 = 국민안전처에 대해 일부에선 해상의 대형 재난으로 촉발된 기관으로서 한계점을 지적하는 게 많았다. 즉 (업무가) 해상 관련 사고에 집중되고, 후보자 또한 해군 장성 출신으로서 다양한 복합적 재난에 대한 대응이 부족하지 않은가라는 우려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진영 안행위원장 = 박근혜 정부 초기에 행정안전부를 안전행정부로 바꾸면서 재난안전에 대해 컨트롤타워가 되겠다 그랬다. 그런데 세월호 사고 후 재난 컨트롤타워가 없다고 해 국민안전처를 만들었다. 그러면 정부 스스로도 재난안전에 대한 총괄 컨트롤타워라는 정확한 개념을 안 갖고 있다 볼 수 있는 것이다.

오룡호 사건이 났건 다른 사건이 났건 어떤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것이냐를 정립하고 정부 모든 부처가 공유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 앞으로 해수부, 외교부, 국방부, 각 지방자치단체가 해야 되는 일에 대해 안전처가 어떤 권한을 갖고 어떤 컨트롤타워가 될 것이냐에 대해 연구를 많이 해야 한다. 정부 부처를 총괄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