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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인권개선 및 병영문화혁신 특별위원회 전체회의. /사진=뉴스1

23일 국회 군인권 및 병영문화혁신 특별위원회 '군 사법체계 개선 방안 마련을 위한 공청회. 김종태 새누리당 의원의 발언에 장내가 일순간 얼어붙었다. 

이날 공청회는 수십년 전부터 독립성과 공정성 문제가 제기돼오다 지난해 윤일병 사태로 또 다시 드러난 군 사법체계를 개혁하고자 머리를 맞댄 자리였다. 

군사법원의 목적을 논해야 할 자리에서 김 의원은 난데없이 군의 목적을 설파했다. 군의 목적은 전쟁 승리이지 군사법원 보호가 아니라는 것. 그렇기 때문에 군사법원은 보호(개선)하지 않아도 무방하며, 오히려 현 군사법원을 건드리면 전쟁에서 승리할 수 없다는 주장이었다. 전형적인 군사법제도 개선 반대 논리다.

김 의원은 또 '군대 사정은 군인들이 제일 잘 알기에 외부에서 간섭하면 안 된다'는 주장도 폈다. 전형적인 군인 논리다. 김 의원은 3성 장군 출신으로 국군기무사령부 사령관을 지냈다. 물론 조직 내부의 입장도 있을 수 있고 존중해야 한다. 그러나 이렇게 특위까지 구성돼 군 내 문제가 공론화된 것은 군 내부적으로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는 전 국민적 공감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군 내 사건사고가 은폐·축소되는 경험은 매일 신문지상에서 어렵지 않게 접하고 있다.

김 의원은 이날 급기야 "군인권 특위에서 다룰 문제는 아니다. 군사법원에 대해서는 법률 전문가가 하면 된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발족해 7개월째 군 내 문제를 개선해보고자 노력해온 특위를 무력화하는 발언을 소속 위원이 한 것이다. 김 의원은 "군사법원 문제는 노무현 대통령 때 2005년도에 개혁 법안이 나와서 최초 제기된 것이고 당시 많은 법무장교들이 전역했다"는 것을 군사법원 개혁 반대 이유로 제시했다. 군 장병들의 인권과 기본권이 자신의 정치적 성향이나 군 수뇌부들의 밥그릇과 비교될 문제인가.

군사법원 개혁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는 이미 수십년 전 형성됐다. 현행 군 사법체계의 문제는 명확하다. 군사법원이 지휘관의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해 군인들이 법관으로부터 공정히 재판받을 헌법적 권리(권력분립·인권보장·적법절차)가 보장되지 않는다는 게 문제의 핵심이다.

 심판관 제도는 지휘관이 군사재판에 군의 특수성을 감안해 군사적 전문지식을 보완하기 위해 지휘관이 군사재판에 직접 관여토록 하는 제도이다 하지만 일반 지휘관은 법률적 소양이 거의 전무한데다 사건 관련자들 청탁이나 압력의 통로로 작용할 가능성이 많다. 또 관할관( 사단급 이상 부대의 지휘관) 확인조치권은 형 감경을 비법률가인 관할관 재량에 맡기는 것으로, 형평성에 맞지 않으며 법정형을 무시하고 이중감경할 우려가 제기된다.

이러한 이유로 많은 이들은 '군사법원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군사법원을 폐지하고 독립성이 보장되는 민간법원에 군사부를 두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면 오히려 군의 사기가 높아지고 전투력이 상승될 것이란 주장이다. 현행 보통군사법원은 비상설 체제로 신속성과 전문성이 떨어지고, 군검찰의 독립성과 군법무관의 신분보장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인사상 문제도 지적된다. 반면 군사법원 존치론자들은 전시 군기강 확립을 위해 평시에도 군사법원을 유지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날 공청회에서 발표한 국방부 검찰단과 고등군사법원장 등의 경력을 지닌 진술인 4명은 입을 모아 군 사법제도가 개혁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군사법원 존치/폐지에는 의견이 갈렸으나 개혁의 핵심인 심판관, 관할관 제도의 전면 폐지에는 이견이 없었다.  

군 사법제도 개혁이 논의된 건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2005년 노무현 정부 당시엔 대통령 직속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를 통해 군사법원 폐지와 심판관, 관할관 확인조치권 폐지 등을 담은 군사법제도 개혁안이 정부제출 법안 형태로 국회에 제출된 바 있다.  하지만 여야가 합의를 보지 못해 폐기됐다. 

당시 현장에 있었던 이명현 변호사에 따르면 개혁 무마의 일등공신은 '군 원로'들이었다. 이 변호사는 "당시 법사위원장은 온갖 비난을 무릅쓰고 의사봉을 감추면서까지 회의를 진행했고 결국 자동폐기되고 말았다"며 "그 뒤에는 군 원로라는 거대 집단이 있었다. 군 원로라는 미명 하에 육사 후배인 국방장관에게 전화해 '이것이 통과되면 넌 육사에서 제명'이라고 했다. 보수 야당은 반드시 폐기시켜야 국가 안보가 산다고 했다"고 증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