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법 중재안 급제동? 靑 요지부동-野 반발

[the300]정의화 의장, 재차 여야 중재 추진…안되면 '거부권' 현실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원내대표가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착잡한 얼굴로 생각에 잠겨 있다.2015.6.3/뉴스1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가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2015.6.10/뉴스1

 

정의화 국회의장의 중재안 제시로 급물살을 타는 듯했던 국회법 미세조정 방안에 10일 급제동이 걸렸다. 9일만 해도 여야가 접점을 찾을 것 같았지만 청와대가 중재안에 요지부동인데다 이에 따라 야당도 강경론으로 선회했다.

 
최악의 경우 개정된 국회법 그대로 정부에 이송되고 박근혜 대통령은 이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야당은 이런 가운데 황교안 국무총리 후보자가 부적격이란 목소리도 높이고 있어 국회법 논란과 총리 인준 등 난제가 겹치는 모양새다.
 
당초 정 의장이 국회법 중재안을 제시하고 새누리당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남은 열쇠는 청와대와 야당이 쥐고 있었다. 그러나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10일 오전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회법 개정에 대해서는 박근혜 대통령께서 공개적으로 말씀하신 바 있고 그 이후 청와대 입장은 바뀌지 않았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지난 1일 주재한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정부 시행령의 수정·변경을 요구할 수 있는 권한을 국회에 부여한 국회법 개정안의 위헌성을 지적하며 "정부로선 받아들일 수 없다"며 거부권 행사를 시사했다. 민 대변인 발언은 '중재안'이란 변수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의 기존입장이 여전하다는 것이다.
 
새정치연합은 청와대의 이런 반응을 '압박'으로 받아들이면서 중재안에 부정적으로 돌아섰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국회의장의 중재에 의해서나, 일반적이지 않은 '번안의결'이란 방식이라든지 이런 것을 수용하기 어렵다는 것이 새정치연합 의원 다수의 뜻"이라고 밝혔다.
 
이 원내대표는 "국회법을 청와대의 승인을 받고 만드는 것도, 청와대의 허가를 받고 만드는 것도 아니다"며 "지금으로선 대통령께서 종전과 같은 판단을 한다면 국회에선 그에 대응하는 것밖에 없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거부권에 따라 법률이 국회로 돌아오면 원칙대로 재의결 절차를 피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일부 수용이라도 가능할 것으로 보였던 전날과는 확연히 달라진 기류다. 이는 문재인 대표 등 지도부와 교감에 따른 것으로 풀이됐다. 문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오찬간담회에서 "정의화 의장의 중재안도 청와대 뜻이 아니라고 한다"며 "지금 국회법 개정안을 두고 협상을 한다 안 한다 말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이에 따라 의장 중재안 카드가 사실상 어려워진 것이란 비관론이 확산됐다. 새누리당에선 야당과 협상을 하는 데까지 하겠지만 거부권이 현실화되는 걸 배제할 수 없을 것이란 우려가 커졌다.
 
새정치연합도 이미 여야 합의로 통과한 법안을 청와대 거부를 이유로 수정하는 '나쁜 선례'를 남길 수 없다는 입장이다. 게다가 청와대가 원래 개정안은 물론 중재안에도 부정적이니 협상 여지도 적다는 것이다.
 
정 의장은 당초 5일이던 국회법의 정부 이송을 오는 11일로 늦춘 상태다. 이송에 법정 시한이 있는 것은 아니어서 여야 협상을 위해 재차 이송을 미룰 수도 있다. 하지만 정해진 처리절차를 마냥 늦출 수도 없는 일이다. 정 의장은 11일 오전 여야 원내대표와 접촉하는 등 중재안 협상을 다시 모색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또다른 변수는 황교안 후보자 임명동의 여부다. 사흘에 걸친 인사청문회가 이날로 종료되지만 새정치연합은 "황 후보자가 병역기피 의혹 하나만 해도 대한민국 국무총리로 부적합"이라며 그를 강력 비판했다. 각종 검증자료를 제출하지 않은 것도 성토했다. 이에 따라 여야 합의가 필요한 청문보고서 채택까지는 진통이 불가피하다. 여당 단독으로 보고서 채택과 본회의 상정을 추진할 수 있지만 이 경우 야당이 격렬히 반발할 수 있다.
 
일각에선 야당이 황 후보자 인준에 동의하는 대신 청와대가 국회법 중재안을 수용하는 식의 타협도 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여야는 현재로선 그 가능성에 고개를 젓고 있다. 다른 사안간 '연계' 처리에 대한 여론악화가 부담스러운 데다 서로 맞바꿀 만한 사안인지에 대한 입장이 다르다.
 
황교안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여야의 자료제출 이견으로 파행 우려가 제기되는 가운데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가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방청석에 앉아 황 후보자를 바라보며 생각에 잠겨 있다. 두 사람은 경기고 72회 동기로 '40년 지기'다. 2015.6.9/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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