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유증 남긴 4월 국회…합의정신 상처·野 강경화 우려

[the300]"최종 승자는 청와대" 분석도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6일 밤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 모인 의원들에게 공무원연금법 개정안 의결에 대한 여야 합의 불발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국민연금 명목소득대체율 50%' 등을 공적연금 사회적기구 구성을 위한 국회 규칙에 반영하는 문제를 놓고 여야가 접점을 찾지 못하면서 결국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에 대한 의결이 4월 임시국회 마지막 날인 이날 본회의 처리가 무산됐다. 2015.5.6/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공무원연금 개혁안 처리가 무산된 4월 국회는 공무원연금 개혁의 지연 뿐 아니라 여야 관계, 당청 관계 등 여러 모로 후유증을 남기게 됐다. 여당 측에서는 김무성·유승민 '투톱' 체제와 청와대 간 힘겨루기 양상이 심화되는 양상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당은 문재인 대표 체제 이후 강경화 모드 속에 새 원내지도부가 움직일 수 있는 보폭이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향후 국회에서의 여야 협상이 순조롭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회선진화법 이후 여야 합의 정신 훼손

이번 4월 임시국회는 2012년 국회 선진화법 도입 이후 처음으로 공직후보자 임명동의안에 대해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에 따른 단독 처리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6일 국회 본회의에서 100일 넘게 국회에서 표류 중이던 박상옥 대법관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야당의 본회의 불참 속에서 새누리당 단독 표결로 통과된 것.

정의화 국회의장은 "대법관 임명동의안 처리를 더이상 미루는 것은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고, 사법부에 대한 예의도 아니다"라며 직권상정의 불가피성을 밝혔지만 박완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19대 국회 들어 여야 합의 정신을 무너뜨린 나쁜 선례를 남기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직권상정 카드'는 여야 협상이 난항에 부딪힐 때마다 여당 측이 야당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활용돼 왔다. 지난해 정기국회 당시에도 정기국회 일정과 예산안 처리 관련 직권상정 직전까지 치달았지만 여야 합의를 존중해야 한다는 명분이 무너지지는 않았다.

새누리당 측은 새정치민주연합 측이 박상옥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를 계속 끌어가려는 입장을 더 이상 인내하기 힘들고 대법관의 공백상태를 방치하는 것 역시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했으나 결과적으로 야당이 공무원연금 개혁 등의 협상에서 강경 모드로 돌아서는 빌미를 줬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중요 법안 처리 역시 각 상임위에서 여야 합의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못해 예상보다 저조한 성과를 냈다.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지도부가 상임위 합의를 존중하겠다는 원칙 하에 지도부 간 '빅딜'을 최대한 자제한 결과이기도 하지만 국회의 여야 합의 프로세스가 아직 미성숙하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향후 법안 처리를 위한 여야 협상에서 여야 합의 정신의 강조 뿐 아니라 그에 따른 성숙한 프로세스를 갖춰야 하는 숙제가 생겼다.

◇野, 온건파의 몰락…강경파 득세하나

여야가 공무원연금 개혁안에 대한 합의에 이르고도 막판에 법안 문구에 대한 조율에 실패, 전체 '판'을 깨뜨리게 된 데에는 야 협상 테이블에서 발휘되던 유연성이 떨어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여기에는 새정치민주연합 내에서 온건 노선의 입지가 크게 좁아진 탓이 크다.

특히 우윤근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이 원내대표 임기 막바지 접어들어 대여 협상력에 대해 당내 곱지않은 시선을 받아왔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윤근 원내대표는 유승민 원내대표 이전 이완구 전 새누리당 원내대표과 '찰떡궁합'을 자랑하며 지난해 정기국회 예산안 처리는 물론 자원외교국정조사, 공무원연금 개혁 등의 여야 합의를 이끌어왔다. 

이완구 전 원내대표가 야당의 공세 속에 가까스로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를 통과한 후 국회를 찾았을 때 이 전 총리와 부둥켜 안고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그러나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 사태로 새정치민주연합이 박근혜 정권에 강경 투쟁 모드로 전환하고 여기에 이완구 전 국무총리가 휘말려 낙마하면서 우 원내대표에 대한 강경파들의 비판 목소리가 커졌던 것으로 전해진다.

우 원내대표도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여야 합의를 앞세우며 당내 강경파를 설득하기 힘들었을 것이란 분석이다. 공무원연금 개혁과 연계한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에 대해 우윤근 원내지도부가 당초 숫자 명기는 하지않기로 입장을 정했으면서도 당 지도부의 반대에 부딪히자 결국 숫자 명기 입장을 고수하게 된 데는 이 같은 배경이 깔려있다.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지도부 역시 당내에서 원내 협상력에 대한 비판에 몰린 상태다. 6일 본회의에 앞서 열린 새누리당 의총에서 일부 새누리당 의원은 이를 문제삼아 당 지도부의 사퇴를 요구하기도 했다.

새누리당 한 관계자는 "새정치민주연합에 강경파 원내지도부가 들어설 가능성이 커진 데다가 유 원내대표가 이제껏 야당에 주기만 하고 받은 것은 없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질 것으로 보여 원내 분위기가 냉각될 것 같다"고 우려했다.
 
◇"靑, 남는 장사했다"…여야 싸잡아 정치개혁 단초

4월 국회가 여야 간 대치 정국으로 막을 내리면서 최종 승자는 청와대란 시각이 제기된다. 여당이든 야당이든 국회가 개혁의 발목을 잡는 반개혁 세력으로 비판받게 되면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개혁이 탄력을 받을 수 있고 이에 국정 운영 주도권을 더욱 강하게 틀어쥘 수 있을 것이란 관측에서다.

박 대통령이 이날 "국회가 경제 활성화 법안을 (통과시키지 않고) 붙잡고 있는 것이 과연 국민을 위한 정치인지 묻고 싶고 이런 부분과 관련해 우리 정치가 거듭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직격탄을 날린 것 역시 야당은 물론 여당을 향한 것이란 지적이다.

새누리당의 경우 공무원연금 개혁 협상 과정에서 당청 간 갈등 기류가 불거져 나왔다. 새누리당 지도부는 한 때 청와대가 본회의를 앞두고 공무원연금 개혁안에 대한 입장을 갑자기 바꿨다며 격앙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전날 의총에서 김무성 대표는 "(청와대도) 다 알고 있었으면서 (협상을) 하고 나니까 이럴 수 있느냐"며 청와대에 대한 불만을 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 원내대표도 의총 발언 말미에 "(개혁 협상의) 논의 과정에 청와대 수석이 참석하는 등 다 알고 있었는데 개혁안 통과를 요구하면서 나중에 문제를 제기하는 게 말이 되느냐"며 "(나중에) 이를 청와대와 따져보겠다"고 말했다고 회의 참석자들이 전했다.

일각에서는 청와대가 4·29 재보궐 선거 이후 당청 관계 주도권을 잃지 않기 위해 일방적 독주를 하면서 여당의 협상력을 축시켰다는 불만도 엿보인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4월 국회에서 공무원연금 개혁이 무산되고 주요 법안들의 처리도 이뤄지지 않은 것은 아쉬운 일이지만 청와대와 국회와의 관계를 고려하면 청와대가 남는 장사를 했다고 볼 수 있다"고 촌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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