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퍼트 피습' 명분, 통신감청 의무화 강행?

[the300]"피습 계기로 통신자료 제출 등 관련 법·제도 정비해야"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 대사가 조찬 강연장에서 괴한의 공격 받아 피를 흘리며 병원으로 후송됐다. 괴한은 "전쟁 훈련 반대"를 외치며 경찰에 끌려갔다/ 사진=오세중 기자
5일 오전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 대사관이 괴한에 피습을 당한 것을 계기로 정부여당이 통신 감청을 의무화 하는 법안 제정에 속도를 낸다. 이르면 오는 4월 열리는 국회에서 관련 법안 처리 역시 강행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오전 김을동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번 피습과 관련해 제안을 하겠다"며 "차제(리퍼트 대사 피습)에 수사기관이 통신자료·위치정보를 확인, 취합할 수 있는 체계를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을동 "리퍼트 美 대사 피습 계기로 '통신감청' 현행제도 검토"

그는 또 지난 1월 이용자의 통신자료를 수사기관에 제공했다는 이유로 위자료를 지급토록 한 법원 판결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를 표했다. 김 의원은 "법원 판결 이후 수사기관의 초동수사에 막대한 지장이 예상된다"며 "이 판결은 통신사들이 이용자에게 수사기관의 정보 열람 여부를 알려주도록 했다. 이를 통해 간첩 테러리스트들도 수사기관 조사여부를 합법적으로 확인할 길이 열려 안보 및 치안에 구멍이 생긴 것 같다"며 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재 주요 인터넷 기업 및 통신사들은 영장없는 수사기관의 통신자료 요청을 거절하고 있다. 특히 인터넷 기업들은 합법적인 영장청구를 통한 이용자 정보 제공내역 역시 공개하고 있다. 네이버가 2010년 10월 국내 최초로 이같은 결정을 내린데 이어 주요 기업들이 이같은 정책을 적용하기 시작한 것.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 역시 최근 통신자료 제출을 사실상 중단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국내 수사기관들은 수사에 어려움이 있다며 통신자료를 요청할 수 있는 방안을 법적으로 보장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왔다.

국회에서도 수사기관의 입장을 담는 법안이 이미 발의됐다. 서상기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해 1월3일 '휴대전화를 포함한 모든 통신수단에 대한 감청제도를 허가·승인(법원·대통령)-집행(정보수사기관)-협조(통신업체) 체제로 3원화한 감청제도를 도입'하는 내용의 '통신비밀보호법'(통비법) 개정안을 내놨다.

이 법안은 법원의 엄격한 심사를 거쳐 영장을 통한 감청허가를 받기 이전에 통화내역을 선제적으로 감청할 수 있도록 한다. 아울러 통신사들의 감청 등 장비 구입을 의무화하고, 이를 세금으로 지원하는 내용도 함께 내놨다.

◇서상기·박민식 등 與 의원 "통신 사전감청, 강력범죄·간첩수사 필요" 법안 발의

지난 3일 새롭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여당 간사에 선임된 박민식 의원도 수사기관의 사전감청을 법으로 보장하는 통비법 개정안 발의를 앞두고 있다.

박 의원실 관계자는 "개인정보 보호도 중요하지만 테러 및 강력범죄에 대한 대응이 중요하기 때문에 여야를 막론한 다수 의원들의 서명을 받아 법안을 내놓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검사 출신인 박 의원은 그간 수사경험을 통해 통신자료 적시 확보가 강력범죄 및 간첩범죄 방지 및 수사에 반드시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검찰과 국가정보원 역시 강력범죄 및 간첩사범을수사를 위해서는 선제적 통신제한조치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최근 미국에서 IS에 가담하려던 청년 3명이 공항에서 검거됐는데 이는 구글·페이스북 등 인터넷 기업의 협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며 "개인정보 보호도 중요하지만 강력범죄를 사전에 막기 위해서는 수사에 대한 관련 기업의 협조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野·업계 "전국민 잠재적 피의자 취급…국민 통신내역 정부 검열 안돼"

이 같은 여당과 수사기관의 통신감청 강화 움직임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일단 사전감청 등이 법으로 허용되면 통신기기를 이용하는 전 국민의 통신내용을 수사기관이 검열할 수 있다. 정부여당은 "통신감청은 강력범죄자나 간첩 등 국보법 위반사범 등에 대한 사전대응 및 증거확보를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감청대상을 명확히 구분할 현실적 방안 마련은 쉽지않다.

한 인터넷 업계 고위 관계자는 "법으로 영장 없이도 통신감청을 허용토록하면 이용자들의 개인정보 보호가 어렵고, '텔레그램 망명'과 같은 이용자 이탈이 재발할 수 있다"며 "관련 법이 제정되면 이를 따라야겠지만, 그 전까지 국내 주요 인터넷 기업들은 영장없는 감청요청 거절 및, 영장청구 공개라는 원칙을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여당은 이르면 4월 열리는 국회에서 통신감청에 대한 논의를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야당은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무분별한 통신감청에 반대한다.

우상호 새정치연합 미방위 간사는 "이번 피습은 반인륜적 사건으로 다시 발생해서는 안된다. 하지만 그렇다고 전 국민을 이러한 사건의 잠재적 피의자로 인식하는 것은 잘못된 상황인식"이라며 "국민 대다수가 사용하는 메신저 및 통신내역을 상시 들여다봐야 한다는 여당 일부 인사의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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