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대출 '모뉴엘' 사태, 수출입銀 막을 수 있었다"

[the300]박원석 의원 "2011년 '히든챔피언' 선정때 이미 부실 우려 제기…수은 검증절차 미흡"

김범기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금융조세조사제2부장이 지난 1월 23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검찰청 기자실에서 모뉴엘 대출사기 및 금융권 로비사건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서울중앙지검은 허위 수출채권을 이용해 10개 금융기관으로부터 총 3조 4000억원 규모의 사기대출을 받고, 그 과정에서 한국무역보험공사와 한국수출입은행 등에 금품로비를 한 혐의로 모뉴엘 박홍석 대표이사 및 전·현직 임직원 4명을 기소했다.검찰은 또 모뉴엘의 무역금융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뇌물 등을 수수한 한국무역보험공사 임직원 6명, 한국수출입은행 간부급 직원 2명, 세무공무원, 대기업 간부 등 10명도 적발했다./사진=뉴스1


지난해말 3조원이 넘는 '사기대출'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는 중견가전기업 모뉴엘에 대해 '히든챔피언' 선정 과정에서 이미 여러 문제점이 제기됐음에도 불구하고 수출입은행이 이를 간과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안일한 선정 절차로 부실 기업을 육성대상으로 선정, 결국 막대한 손실을 초래했다는 지적이다. 

27일 박원석 정의당 의원실이 수출입은행으로부터 제출받아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수은은 2011년 5월 '히든챔피언' 육성대상 기업 선정을 위한 운영위원회를 열고, 모뉴엘을 포함한 38개 기업을 대상기업으로 선정했다.

당시 회의에 참석한 한 운영위원은 모뉴엘이 생산설비를 갖추고 있는지 질문했고, 이 때 모뉴엘을 심사한 수은의 책임심사역은 "전체 제품을 외주생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마케팅, 디자인 및 신제품 연구개발에 주력하는 기술중심 업체"라고 생산설비가 없다는 점을 오히려 강점으로 꼽았다.

이 같은 설명에 질의를 한 위원 역시 "대량생산이 필요한 업종으로, 제조시설을 가지고 있다면 시설유지에 대기업보다 불리한 부분이 있다"며 "기술중심 전략이 우수해보인다"고 높게 평가했다.

모뉴엘은 허위 수출실적을 만들기 위해 홍콩에 위장 조립공장을 만들어 은행 등을 속여온 혐의를 받고 있다. 은행권의 현장실사 때만 현지인을 긴급 고용해 가동 중인 공장으로 위장했다는 것이다. 심지어 직원들은 국내 경기권에 조립공장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을 정도로 실체가 없었다는 점에서 수은의 이 같은 판단은 아쉬움을 남긴다는 설명이다.

모뉴엘의 매출처가 지나치게 한정적이라는 지적도 2011년 선정 당시 제기됐다. 한 운영위원은 "매출처가 5개 미만이라는 점에서 다양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책임심사역은 "동사의 CEO가 삼성전자 미국현지법인 영업부문에서 근무한 경력을 바탕으로 해외영업력이 강하다"고 해명했다. 수출비중이 94%로 국내매출이 부족하다는 문제제기도 있었지만 심사과정에서는 대수롭지 않게 넘어갔다. 

모뉴엘은 당시 자신의 주력제품을 홈시어터(HT)PC로 내세우며, 해당 제품 하나의 매출 비중이 전체의 95%에 달한다고 홍보했다. 주요매출처는 미국(46%), 중국(32%)로 두 곳이 전체의 80%에 달하는 것으로 설명했다. 그러나 '모뉴엘 사태'가 터지고 난 뒤 조사결과, 미국과 중국에서 발생한 매출의 대부분은 현지 브로커를 통해 서류를 조작한 '허위수출'로 드러났다. 

히든챔피언 선정은 1차 서류심사와 2차 기술평가 및 방문심사를 거쳐 운영위원회의 의결을 통해 이뤄진다. 방문심사 과정을 거쳤음에도 불구하고 모뉴엘의 이 같은 사기 행각을 제대로 잡아내지 못했단 얘기다. 

당시 모뉴엘은 △기술력 20.4점(35점 만점) △성장잠재력 27.6점(35점 만점) △CEO역량평가 8점(10점 만점) △재무상태 15점(20점 만점)으로 총점 71점을 받았다. 

수은은 '모뉴엘 사태'가 터진 직후 히든챔피언 육성프로그램 개선 방안을 내놨다. 관련 특허·인증, 외부평가기간 평가보고서 등 근거자료의 객관성 검증을 강화하는 동시에 신규 육성대상기업을 선정할 때 CEO역량 비중을 현행 10%에서 20%로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박원석 의원실 관계자는 "박홍석 모뉴엘 대표는 학력과 경력 등을 바탕으로 CEO 역량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었다"며 "모뉴엘의 대출사기가 박 대표 개인의 금품로비 등에 의해 이뤄진 정황이 드러난 상황에서 CEO 역량평가를 강화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또 "2011년 선정 당시 최소한 운영위원회에서 제기된 부분만 다시 검토해봤어도 모뉴엘이 육성대상 기업에 선정되는 것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모뉴엘은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수출실적을 조작해 10개 금융기관으로부터 3조4000억원 규모의 사기대출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수은은 2011년 모뉴엘을 히든챔피언 육성대상 기업에, 2012년 한국형 히든챔피언 기업에 각각 선정하며 금리와 대출한도 특별우대 등의 서비스를 지원해왔다. 해당 제도를 통해 수은이 모뉴엘에 100% 신용으로 대출해준 잔액은 현재 1135억원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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