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현대사 인물' 재평가, 동상 늘린다…'로텐더홀'도 개명

[the300]광복70주년 '역사' 바람…정의화 의장 "현대사 인물 국회가 기념해야"

정의화 국회의장이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2015년도 국회 시무식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왼쪽은 이은철 국회도서관장. 2015.1.2/뉴스1

정의화 국회의장이 근현대사에서 역사적 의미가 있는 인물을 선정, 국회에 인물상(像) 등 기념물을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국회의사당 3층 본회의장 앞 로비가 상징적인 공간임에도 '로텐더홀'이란 이름이 그 의미를 충분히 담지 못한다고 보고 명칭 개정을 추진할 방침이다.

정 의장은 지난 1일 새해를 맞아 한남동 국회의장 공관을 외부에 개방한 자리에서 "사람은 누구나 흠이 있다. 그것을 절대로 용서할 수 없는지 봐줄 수 있는지는 판단의 문제"라며 "우리가 기념할 수 있는 인물로 국회의사당 로텐더홀에 동상도 세울 것"이라고 말했다.

정 의장은 평소 역사인식과 인성교육 등에 관심을 쏟아 왔다. 다소 논란이 있는 인물이라도 재평가, 국회가 기념할 수 있다는 것은 그의 지론이다. 하지만 그의 발언이 더욱 주목된 것은 올해 광복 70주년을 맞아 여권에서 이승만 전 대통령 등에 대한 재평가 바람이 불고 있기 때문이다.

정 의장은 1일 공관에 정치권과 사회 각계 인사를 초청한 자리에서 "사람은 누구나 흠이 있다"며 역사 평가에 대한 소신을 밝혔다. 일부 인물은 부정적 평가 등 다소 논란의 여지가 있더라도 '공과'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취지다.

정 의장은 춘원 이광수(1892~1950)를 예로 들었다. 춘원은 '무정' '흙' 등의 문학적 성과, 1919년 2월8일 일본 도쿄에서 조선인 유학생들이 낭독한 독립선언문 작성 등 독립운동 이력이 있음에도 일제말 친일행적으로 논란에 휩싸인 인물.

정 의장은 "춘원은 2.8 독립선언문도 썼던 사람인데 말년에 조금 잘못했다고 '친일파'라고 아예 말을 못꺼내게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때 춘원에게 총칼을 겨누면서 (친일 글을) 안 쓰면 죽이겠다고 하지 않았겠느냐"며 "필시 그랬다면 이겨낼 수 있었을까. 지금의 저는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외국은 없는 스토리도 만든다고 할 만큼 역사인물을 기념하려 애쓰는데 우리는 고려의 포은 정몽주, 조선의 이순신 장군 정도 돼야지 그렇지 않으면 누구든 논란이 벌어진다"며 "근본적으로 다시 생각해야 할 문제"라고 밝혔다.
국회의사당 3층 로텐더홀. 오른쪽 흉상 받침대는 주인 없이 비어있다. 왼쪽은 지금의 국회의장 격인 임시정부 의정원 의장 이동녕 선생(1869~1940) 흉상/머니투데이 the300

현재 국회 로텐더홀을 정면 계단으로 올라서면 이승만 전 대통령, 신익희 전 국회의장의 전신상이 보인다. 왼편 본회의장 출입구와 오른편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회의장 출입구 좌우에 각각 2개씩 어른 가슴 높이의 흉상 좌대(받침돌)가 있다. 하나는 독립운동가인 이동녕 임시정부 초대 의정원 의장(현 국회의장 격) 흉상이 있지만 나머지 3곳은 빈 좌대만 있다.

정 의장은 이곳에 다른 인물들의 흉상을 놓겠다는 뜻이다. 대외적인 고려도 있다. 각국 역사를 담고 자랑하는 해외의 의회와 비교하면 우리나라 국회는 현대사 관련 조형물이 많지 않다. 좌우 진영간 대립, 현대사에 대해 극과극으로 엇갈리는 평가 등이 한 배경이다.

하지만 이런 입장은 여권의 '보수 회귀' 바람과 맞물려 자칫 논란에 휩싸일 수 있다. 국회 관계자는 2일 "특정인물을 염두에 두기보다 대한민국과 국회의 역사에 걸맞은 기념물을 지금보다 늘려야 한다는 취지"라고 전했다.

로텐더홀이 어떤 이름으로 바뀔지도 관심이다. 정 의장이 구체적인 일정을 제시하지 않았지만 로텐더홀을 비롯, 국회 각 공간이 지닌 의미를 살린 이름을 공모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정 의장은 평소 이 같은 뜻을 주변에 밝혀왔다.

'개명' 요구 끊이지 않는 로텐더홀, 왜

'로텐더홀'은 우선 공간의 의미를 담지 못하는 데다 외국어인 탓에 한글단체 등 일각에서 꾸준히 지적해 왔다. 이곳은 민주주의 현장인 본회의장을 드나드는 길목이란 상징성이 있다. 국회는 이곳에 이승만 전 대통령과 국회의장을 지낸 해공 신익희 선생 동상을 세워 한국 의회민주주의의 상징적 공간임을 드러내고 있다.

그나마 현재 정착된 '로텐더'도 와전된 결과다. 영어단어를 'rotender' 정도로 유추하기 쉽지만 사실은 'rotunda'(로툰더·로턴더)이다. 원형 돔 아래 벽이나 기둥으로 둘러싼 원형 공간 또는 그런 건축양식을 뜻한다. 하지만 국회 로비는 원형이 아닌 사각형이다. '로턴더' 자체에 홀(hall)이란 뜻이 있어 '로턴더+홀'은 '역전앞'처럼 의미중복이란 문제도 있다.

여의도 의사당 건립 당시 기록엔 '로턴더홀'이다. 미 의회 의사당에 있는 로턴더홀 명칭을 가져온 것으로 추정된다. 이후 언론이나 국민들에겐 로텐더홀로 각인됐다. 로턴더가 어떻게 로텐더가 됐는지 경위는 확실치 않다. 특별한 의미가 없는 데다 잘못 부르기까지 하니 변경 요구가 끊이지 않았다. 

국회의사당 3층 로텐더홀의 이승만 전 대통령(왼쪽), 신익희 전 국회의장 전신상. 국회 정면 출입구에서 보면 이 전 대통령이 오른쪽, 신 전 의장이 왼쪽이다./머니투데이 the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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