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실업급여 하한 안 내리면 상한액 조정도 없다"

[the300]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 野의원에 하한액 하향 조정 불발시 상한액 조정 불가입장 전달

그래픽=이승현 디자이너

 

내년부터 실업(구직)급여 상·하한액이 역전 위기에 몰린 상황에서 정부가 야당에 '하한액 인하 없인 상한액 조정도 불가하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30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따르면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최근 환노위 법안심사소위원회 위원인 장하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에게 실업급여 하한액 하향 조정(최저임금 90%→80%)을 골자로 한 '고용보험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지 않으면 상한액 조정(하루 4만원→5만원)도 하지 않겠다는 의견을 밝혔다.

또 다른 고용노동부 고위관계자도 새정치연합 환노위 관계자에게 같은 입장을 밝히며, 이럴 경우 실업급여 하한액이 상한액을 역전하는 상황이 실제로 발생할 수 있다는 입장을 전했다.

정부가 실업급여 상·하한액 하향조정에 나선 이유는 상한액이 고정된 데 반해 하한액은 매년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변동돼 당장 내년부터 실업급여 상한액과 하한액이 역전될 상황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실업급여 상한액을 하루 4만원에서 5만원으로 상향 조정하고, 하한액은 최저임금 90%에서 80%로 하향조정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관련기사 : 상·하한 역전 앞둔 '실업급여', 물가연동제 등 변화 필요) 


 

그래픽=이승현 디자이너

 

하지만 정부는 상·하한액 조정에 암초를 만났다. 상한액은 시행령에 규정돼 정부 재량대로 고칠 수 있지만, 하한액은 법률 개정사항이기 때문이다. 특히 새누리당이 실업급여 하한액 하향 조정의 불가피성을 인정하는 반면, 새정치연합은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번 정기국회에서 실업급여 하한액 조정에 실패, 정부가 시행령 개정을 통해 상한액만 상향 조정될 가능성도 제기됐다. 이렇게 되면 상한액은 5만원으로 상향조정되고, 하한액은 현행과 같이 최저임금의 90%를 적용받게 된다. 이에 따른 내년도 실업급여 하한액은 4만176원(5580원X8시간X0.9)이 된다.

하지만 상한액만 상향 조정할 경우, 실업급여의 재원인 고용보험기금 재정 안전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판단한 고용노동부는 '상한액 조정 불가'를 협상 카드로 들고 나왔다. 이렇게 되면 당장 내년도 실업급여 상한액(4만원)과 하한액(4만176원)의 역전 현상이 현실화할 가능성도 있다.

환노위 야당 관계자는 "정부는 상한액 조정 권한이 있는데도, 상·하한액이 역전될 상황을 의회 탓으로 넘기려 하고 있다"며 "정부는 우선 시행령 개정을 통해 상한액을 인상, 급한 불을 끈 뒤 실업급여 상·하한액과 관련한 근본적인 제도 개선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정부가 실업급여 하한액 조정을 야당과 협상하는 과정에서 '상한액 조정 불가' 입장을 전략적으로 밝힌 것이란 의견도 있다.

국회 관계자는 "조율과정인 실무간 논의에선 전략적으로 (예상보다 발언이) 좀 더 나가기도 한다"며 "실제 실업급여 상·하한액 조정에 실패해 상한액과 하한액이 역전될지는 앞으로 두고 볼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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