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통법' 발의 조해진 의원, 그를 위한 변명

[the300-국회의원 사용설명서]조해진 새누리당 의원

편집자주대한민국 국회의원들의 의정활동과 관심사, 경력을 입체적으로 분석해 드립니다 . 의원의 경쟁력과 정치적 미래, 뿐만 아니라 국민의 '심부름꾼'을 어떻게 '사용'해야 우리 사회가 한걸음 나아가고 우리의 삶이 업그레이드 될 수 있을지, 분야별 '파워분석'을 통해 보여드립니다.

/그래픽= 이승현 디자이너
지난달 1일 시행된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안'(단말기유통법). 인터넷 상에서는 '악법 중 악법'이라는 비판이 가득하다. 이 법안과 관련해 회자되는 정치인이 있다. 바로 조해진 새누리당 의원이다.

"다음 총선에서 3선을 저지해야 한다", "밀양(조 의원 지역구) 사람들 정신차려라" 등 지난해 5월 단통법을 대표발의한 조 의원에 대한 비판 수위는 상당히 높다. 최근 아이폰6 대란이 터지면서 구입방법과 시기에 따라 크게는 80만원 가까이 차이가 나는 국내의 왜곡된 통신시장을 개선하겠다는 애초의 목적을 달성하는데도 한계를 보였다. 그러다 보니 소비자들의 원성이 그칠 줄 모른다. 그리고 그 원성의 상당부분이 조 의원으로 향하고 있다.

하지만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부분도 있다. 당초 지난 5월 발의된 조 의원의 단통법 원안은 보조금 상한선 규정이 없었지만 법안 심의 과정에서 추가됐다. 아울러 통신사와 제조사의 보조금을 별도로 공개하는 분리공시는 정부가 제정하는 시행령에서 누락됐다. 미래부는 시행령 과정에서 보조금 상한선 역시 30만원으로 묶어버렸다. 법안을 발의했고, 법안소위 위원장으로서 법안 조율을 주도했던 것은 맞지만 단통법 자체를 '조해진법'으로 규정하기는 무리가 있다는 얘기다.

억울한 면이 적지 않지만 조 의원은 이런 점을 강조하지 않는다. 변명하기 보다는 어쨌든 법안을 제대로 안착시키는데 집중하고 있다. 야당이 법안 개정을 들고나왔을 때도 법이 제대로 작동할 때까지 좀 더 본 뒤 대응을 하자는 안을 내놨다. 이런 정공법이 어쩌면 오늘의 '조해진'을 만든 원동력이다.

단통법과는 별개로 영원한 적도 아군도 없는 정치판에서 그에 대한 평가는 상당히 호의적이다. 새누리당 내 다른 계파 의원이나 적이 될 수밖에 없는 야당 의원들 가운데 상당수가 "조 의원은 합리적이고 역량이 있는 정치인"이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운다. 그간 국회 정책입안과 야당과의 협상과정에서 성실하면서도 진실성이 있는 모습을 보여줬다는 평가 역시 대부분이다.

조해진 새누리당 의원. /사진= 뉴스1

[프로필]


△경남 밀양(1963년) △밀양고-서울대 법학과 △서울대 대학원 법학과(석사) △박찬종 의원 비서(정계입문) △이회창 총재 보좌역 △이명박 서울시장 비서관 △18·19대 국회의원(재선) △한나라당 대변인 △새누리당 경남도당 공천관리위원장 △제18대 대선 새누리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간사(현) △새누리당 경남도당 위원장(현) △NGO모니터단 국정감사우수의원상 △백봉신사상

[그는→적(適)도 인정하는 신사]


한때 개혁의 아이콘이었던 박찬종 전 의원의 비서로 정계에 입문한 조 의원은 이회창, 이명박 등 굵직한 정치인들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며 정치인으로 성장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지난 18대 대선에서는 보수의 아이콘이었던 김용갑 의원의 지역구였던 밀양·창녕에서 공천을 받아 국회에 입성했다.

지난해 9월 새누리당의 초재선 의원 개혁모임인 '아침소리' 출범을 주도한 조 의원은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를 위원장으로 한 '보수혁신위원회'에도 참여, 당 개혁에 나서고 있다.

실제로 지난 6월 조 의원은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사이비·얼치기 보수들이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보수라는 가치를 이용하고 있을 뿐 아니라 보수의 가치를 땅에 떨어트리고, 짖밟고 있다"며 "지역과 자산 정도, 세대를 넘어 국민이 공감할 보수적 가치를 새롭게 내세우는 한국판 '제3의 길'을 제시하지 않으면 새누리당과 한국 근현대사를 이끈 보수진영의 미래는 없다"며 보수진영의 개혁을 촉구했다.

아울러 대통령에게 집중된 권한을 분산시키는 '분권형 개헌'을 주장하는 등 새누리당 뿐 아니라 한국 정치혁신에 대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에 대한 동료의원들의 평가를 보자. 19대 전반기 미방위 야당측 간사였던 유승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조 의원은 한결같은 사람이다. 뒷통수를 치는 일도 없다. 방송법 관련 여야 이견이 컸고, 파행도 이어졌지만 조 의원은 인간적으로 참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18대 국회에 함께 입성한 김영우 새누리당 의원 역시 "조 의원은 매사에 신중한 사람. 믿을 수 있는 정치인"이라고 평가했다. 친박 출신인 홍지만 의원 역시 당내 친분이 있는 정치인이 누구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비록 계파는 다르지만 조 의원은 그 성품과 역량 모두 인정할 만한, 친해지고 싶은 의원"(조 의원은 범 친이계에 속한다)이라고 답했다.

미방위 소속 한 중진 야당 의원 역시 "조 의원 같은 합리적인 보수주의자가 새누리당을 이끌어간다면 우리 정치문화도 한단계 성숙해질 것"이라며 "지금의 모습이라면 충분히 여당의 대표선수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높이 평가했다.
 

조해진 새누리당 의원. /사진= 조해진 의원실

[대표법안]


'단통법'은 단번에 조 의원의 대표 법안이 됐다. 정치권 내 높은 평판에 비해 대중적 인지도가 상대적으로 낮았던 조 의원은 단통법 시행 이후 대중의 관심을 한몸에 받았다. 물론 비판의 목소리가 훨씬 많은 것은 아쉽다.

사실 단통법은 정부가 만든 법안을 국회의원의 이름을 빌려 발의하는 '청부입법' 형태로 마련됐다. 심사절차가 간단하고, 법안통과 시간도 상대적으로 짧은 의원입법을 활용하기 위해 미래창조과학부는 여당측 미방위 간사였던 조 의원의 명의로 이 법안을 제출했다.

그럼에도 지난 국정감사에서 단통법에대한 의원들의 비판이 쏟아지자 최양희 미래부 장관은 "단통법은 의원 여러분이 만든 것"이라고 역공을 펼쳤다. 물론 최 장관이 청부입법 자체를 알지 못했을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

조 의원은 이에 대해 반론을 제기하지 않았다. 법안 발의과정에서 끊임없이 토론하고, 발의 이후에는 미방위 법안소위원장으로서 법안을 다듬은 만큼 자신의 책임도 있다는 판단에서다.

다만 조 의원은 "기업들이 단통법 시행령 상 분리공시 무산을 악용해 투명한 보조금 지급 및 통신비 부담 완화를 방해한다면 법안 개정 등을 고려하고 있다"며 단통법의 조속한 정착을 위한 감시활동 강화 목소리를 냈다. 단통법 외에도 조 의원은 6년여 동안 총 34개의 법안을 대표발의하며 정책입안 활동 역시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창조경제 최초 법안 가운데 하나인 'ICT 진흥 특별법'(정보통신 진흥 및 융합 활성화 등에 관한 특별법 제정안) 역시 조 의원의 대표법안이다. 지난해 6월 발의된 이 법은 여야의 총선과 대선에서 공약한 ICT 진흥 내용을 충실히 녹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송전탑 주변 주민 지원을 위한 '밀양 송전탑 지원법' 역시 조 의원 등이 추진했다.


[키워드1→하루에 일기 4편을 쓰는 남자]


조 의원은 기독교적 윤리관을 중심으로 한 보수주의자다. 가족을 가장 최우선순위로 생각한다. 슬하에 3명의 딸을 두고 있는 조 의원은 첫째인 하람양이 4살이었던 1998년부터 지금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육아일기를 쓰고있다. 둘째인 효린양, 막내인 하윤양의 육아일기는 임신사실을 확인한 이후부터 곧바로 작성을 시작했다.

1995년생인 하람양이 올해로 스무살이 됐지만 여전히 그의 육아일기는 계속된다. 가족 외식부터, 여행, 진학 등 크고 작은 자녀들과의 생활을 빠짐없이 기록했다.

조 의원은 "딸들에게 삶의 방향을 잡아주고, 매일 일기쓰는 습관을 물려주기 위해 시작한 것이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며 "매일 딸들과 관련한 일상을 적으면서 아이들과 더욱 긴밀한 관계를 맺을 수 있게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본인의 일기를 더하면 조 의원은 하루에만 총 4개의 일기를 작성한다. 그것도 모두 손글씨로 한자 한자 눌러쓴다. (현재는 개편중인) 그의 홈페이지를 보면 하루도 빠짐없이 작성한 조 의원의 육아 및 자신의 일기를 확인할 수 있다.


조해진 의원의 육아일기 스캔본. 조 의원은 매일 세딸의 육아일기와 자신의 일기까지 총 4편의 일기를 작성한다. /사진= 조해진 의원실 제공


[키워드2→'수첩왕자']


박근혜 대통령의 별명 가운데 하나는 '수첩공주'다. 항상 수첩을 휴대하며 필요한 사안을 직접 작성하면서 붙은 별명이다.

조 의원의 수첩사랑은 이보다 더 크다. 그의 손에는 항상 3개의 수첩이 들려있다. △기상·출근 시간 및 일정정리 △성경구절 필사 △국회활동 중간중간 떠오르는 아이디어 정리 등을 별도로 기억한다. 이 밖에도 직접 제본을 맡겨 휴대가 간편한 한글성경과 영문성경 역시 몸에 지니고 있다.

조 의원은 "스마트폰보다는 직접 손으로 일정을 비롯해 모든 사안을 기록하는 것이 편하다"며 "글을 쓸때 시간이 많이 소요돼도 정자로 기록하려고 하는데 한글자 한글자 눌러서 글을 쓰면 생각도 정리할 수 있고, 마음 역시 차분해진다"고 설명했다. 수첩과 성경등을 들고다니기에 버겁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손에 악력도 좋아지고, 무게가 상당해 부족한 운동량을 보충해준다"는 답이 돌아왔다.

아날로그 취향으로 보이는 조 의원이지만 IT 등 미방위 소관 정책에 대한 이해도도 상당히 높다. 통상적으로 국회의원들은 4년의 임기를 반으로 나누어 각각 2년씩 별도의 상임위에서 활동한다. 반면 조 의원은 전반기와 후반기 모두 미방위의 여당 간사로 활동하고 있다. 16개 상임위 의원 가운데 동일 상임위 간사를 연임한 의원은 조 의원이 유일하다.

[요주의]

조 의원은 책 한권 안 낸 몇 안되는 재선의원 가운데 하나다. 출판기념회를 통해 세를 모으고, 정치자금을 마련하는 정치풍토에서 "아직 독자들이 읽을만한 내용의 책을 집필하지 못했다"며 이를 고사하고 있다.

이런 우직함은 오히려 정치인으로서는 큰 약점이 될 수 있다. 좋게 말하면 우직함이지만 고집이 세고 빠르게 반응하는 여론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못한다. 단통법에 대한 비판에 대해서도 "시간이 흘러 자리를 잡으면 단통법은 정보비대칭을 없애는 제도로 자리잡을 것"이라는 소신을 그대로 말한다. 오히려 그의 주변에서 이를 만류해도 소용이 없다는 우려 목소리가 나온다.

여기에 정치인으로서 승부사 기질도 아직 보여주지 못했다. 대중의 이목을 한눈에 잡을만한 쇼맨십도 상당히 부족하다는 평가다. 정치권 내부의 호평과 달리 외부에서 인지도가 크게 떨어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여당의 한 동료 의원은 "정치인 조해진은 너무나도 교과서적인 삶 때문에 그 매력이 반감된다"며 ""다음 총선 이후 중진의원으로서 지금과는 다른 차원의 강단있는 모습을 보여줘야 동료의원들의 신뢰를 바탕으로 더 큰 정치인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래픽= 이승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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