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톡시대'에 '응사' 통신비밀보호법…"지킬 법이 없다"

[the300-'통비법' 바꾼다(하)] 카톡은 송수신 완료? 감청대상 여부 논란…협조의무 어겨도 제재방법 없어

이석우 다음카카오 대표이사가 16일 오후 서초동 서울고등검찰청에서 속개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서울고등검찰청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스1

"감청영장의 법집행을 내가 위법하면서 안지키겠다는 것이 아니라, 지키려고 해도 지킬 수가 없다, 이거 아닙니까?"-전해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네, 맞습니다."-이석우 다음카카오 공동대표

지난 16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한 이석우 다음카카오 공동대표는 최근 '카톡 감청' 논란과 관련, 감청영장에 불응하겠다는 입장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이 공동대표는 "현재 통신비밀보호법은 유선통신 시대에 만들어진 것"이라며 "무선전화와 휴대폰에 관한 감청영장 집행에 대해서도 아직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고, 법 자체가 저희 같은 사업자는 협력의무를 다해야 한다고 돼 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협력을 해야 하는지 명시가 안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계속해서 감청영장에 불응하면 공무집행방해죄로 처벌받을 수도 있다며 '감청영장 불응'이라는 입장을 다시 한번 검토해 볼 용의가 있느냐는 물음에도 단호했다. "안타깝지만 충분히 검토한 끝에 그런 결정을 내렸다. 바로 이런 논란거리가 생기는 자체가 현재의 법령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통신비밀보호법이 호된 비판에 직면했다. 통신제한조치(감청)와 통신사실확인자료(인터넷 로그인 기록 등) 관련 사항을 규율하고 있는 통신비밀보호법은 1994년 6월부터 시행됐다. 그동안 몇차례에 걸쳐 개정됐지만, 카톡 시대엔 한참 뒤떨어졌다는 평가다.

우선 현행법에 따르면 카톡이 감청 대상이 되느냐 안되느냐 여부도 의견이 엇갈린다. 감청은 송수신이 동시에 혹은 미래에 이뤄진 대화를 대상으로 한다. 그러나 카톡은 감청영장을 청구·발부할 당시엔 미래 시점이지만, 실제론 5~7일치 대화내용을 모아서 제공돼 영장 집행시엔 과거의 기록이기 때문이다. 송·수신이 완료된 전기통신의 내용은 통신비밀보호법상 감청의 대상이 아니라 형사소송법상 압수수색의 대상이다.

감에서도 카톡의 감청대상 여부에 대해 여야는 의견을 달리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이상민 법사위원장은 "실제로 집행되는 단계를 보면 이미 저장된 메시지를 채집하는 것이기 때문에 (장래 특정인 사이의 메시지를 채집하려는) 당초 감청영장의 취지에서 벗어나 논란이 있다"고 말했다.

반면 홍일표 새누리당 의원은 "감청 영장을 집행하면 오히려 실시간으로 들어야 하는데 그걸 못하니까 한발 후퇴해서 과거의 지나간 기록 중에서 감청영장에 기재된 내용을 받아보는 걸로 대신하겠다는 것이라면, 그것은 불법이라고 보긴 어렵다고 생각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김수남 서울중앙지검장은 "수사팀에서는 집행에 위법하다고 단정할 만한 영장집행은 아니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면서 "다만 이 부분에 대해 위법이냐 아니냐의 논란이 있어서 향후 영장집행에 있어 제도적 개선점이나 문제점은 없는지 대책을 검토해나가겠다"고 말했다.

통신비밀보호법상 통신사업자의 협조 의무가 구체적이지 않은 점도 문제다. 동법 제15조의2에선 "전기통신사업자는 검사·사법경찰관 또는 정보수사기관의 장이 이 법에 따라 집행하는 통신제한조치 및 통신사실 확인자료제공의 요청에 협조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이석우 공동대표는 이날 국감에서 "(감청영장에 불응하겠다는 건) 과거 감청영장이 들어왔을 때 1주일씩 (대화내용을) 제공하던 방식을 안하겠다는 것"이라며 "과거에는 감청영장의 취지를 적극적으로 해석해서 협조를 했는데, 현재 그 방식에 대해서 많은 우려가 있어서 (응하지 않겠다)"고 했다. 이어 "(소프트웨어 감청설비 등) 향후 어떤 방법으로도 실시간 감청장비를 갖춰서 저희가 (대화내용을 수사기관에) 제공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 부분은 약속드린다"고 덧붙였다.

이에 더해 다음카카오는 지난 7일부터 대화내용 저장기간을 2~3일로 줄이고 이달말까지 프라이버시 모드를 도입하겠다고 선언했다. 통상 집행까지 2~3일 걸리는 압수수색 영장을 사실상 무력화하고, 대화내용까지 암호화해 감청을 어렵게 하겠다는 것. 현행법엔 사업자의 협조의무가 구체적이지 않을 뿐더러 이를 어겼을 때 제재조항도 없어 이를 막을 방법이 없다. 향후에는 수사기관에서 감청영장을 집행해야 할 경우 직접 감청장비를 이용해 카톡 대화내용을 감청해야 한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이날 국감에서 감청영장의 발부 대상인 살인범, 유괴범, 국가보안법 사범 등을 검거하기 위해선 적법한 감청이 꼭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도읍 새누리당 의원은 "임형식 서울시 의원 관련 살인사건에서 팽모씨를 카톡으로 잡았다"며 "간첩·강도·살인에 대해 카톡이 방조죄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석우 공동대표는 '카톡 감청' 논란과 관련 "이런 논의들이 해결점 찾기 위해 필요하다고 보고 사회적 합의를 거쳐서 합리적인 법제도가 만들어졌으면 좋겠다"고 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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