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론' 마음은 급한데…'블랙홀' 넘을 추진력은?

[the300-대한민국 개헌 기로에④]정치불신 넘는게 관건…올해 놓치면 실기

해당 기사는 2014-10-20 런치리포트에 포함된 기사입니다 PDF 런치리포트 뷰어
노무현 대통령은 임기가 반환점을 돈 3년차(2005년)에 야당인 한나라당에 '대연정'을 제안해 파란을 일으켰다. 임기 마지막 해인 2007년 1월 대통령 4년 중임제를 골자로 한 '원포인트' 개헌을 제안했다.하지만 대연정도 개헌도 오래 가지 못하고 이내 불씨가 꺼졌다.

이명박 대통령은 집권 3년차 8.15 경축사에서 개헌을 제안했다. 앞서 김형오 국회의장은 대통령 임기 첫해인 2008년 개헌 공론화를 시도했다. 이처럼 여권 핵심부에서 개헌론이 불거졌으나 탄력을 받지 못하고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1987년 개헌 이후 정치사는 헌법 재개정 시도의 역사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 올해 정치권은 어느 때보다 강하게 개헌을 통한 권력분산을 요구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개헌요구에 선을 긋고 있지만 국회의 개헌논의 자체는 막을 수 없어 보인다.

하지만 개헌을 본격 추진하자면 걸림돌이 적지않다. 무엇보다 정치신뢰가 바닥이다. 개헌논의가 '민생'보다는 정치인들만의 이해관계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인식이 많다는 이야기다. 박 대통령의 반대론도 이런 여론에 기반하고 있다.

◇개헌 필요성 부인 못해, 올해 놓치면 '실기'

물론, 개헌 필요성에 대해서는 국민 공감대가 적지않다. 개헌논쟁이 헌법을 고칠 필요가 있느냐보다 '시기' 문제에 집중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국회개헌추진모임 등 개헌론자들은 마음이 급하다. 우윤근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는 연내 국회에 개헌특위 구성을 목표로 제시했다.

경험상 내년 이후 개헌 동력이 급격히 떨어질 것이 뻔하다. 대통령 5년 임기가 3년차에 반환점을 돌면 대선주자군이 부각되기 시작한다. 개헌론 핵심은 대통령 권력분산인데, 차기 대선주자쯤 되면 '개헌하더라도 내가 대통령이 된 다음에'라는 생각에 이른다.

내년 중반 이후엔 20대 총선(2016) 공천 국면이다. 개헌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실제 개헌까지 적어도 1년은 걸린다는 게 정치권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개헌론은 다시금 표류하게 된다.

문제는 일반국민 여론이다. 리얼미터의 지난 2일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38.4%는 연내 개헌논의에 부정적이었다. 개헌을 당장 올해 논의하라는 응답은 31.9%다. 정치권이 주도하는 개헌론의 한계를 뚜렷이 보여준다.
그래픽= 이승현 디자이너/

정치구조 개혁이 국민 삶을 위해서도 중요하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이명박정부 한나라당과 청와대를 모두 겪은 한 인사는 "갈등 때문에 낭비되는 비용이 적잖다고 하는데 그 중심에 여야의 소모적 정치갈등이 있다"며 "올 오어 낫씽(승자독식) 권력구조가 선거에서 지지 받은 만큼 권력을 나눠갖는 구조가 된다면 경제 안정에도 파급효과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논리가 설득력을 얻기 위해서라도 정치신뢰 회복이 급선무다. 국민들은 국회와 정치권을 기득권 집단이라고 본다. 대통령의 권한을 빼앗아 국회 권한을 키우는 개헌이라면 동의하기 어렵다. 개헌은 속성상 복지나 세금, 무상급식같은 이슈보다 국민이 느끼는 절박성도 떨어진다. 정치권이 개헌을 원하는 진짜 속내가 선거승패에 따른 권력변화 리스크 최소화가 아니냐는 의문에 답해야 한다. 

◇내 전세금·아이 교육비는? 정치권 주도 개헌론 한계

현재 진행중인  개헌론은 내용면에서도 한계가 뚜렷하다. 정치권은 개헌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원포인트'(권력구조)로 대상을 좁혔다. 막상 개헌이 공론화되면 헌법 거의 모든 분야에 대해 개정 요구가 터져나올 수 있다. 인권과 경제원리, 국가의 복지 의무뿐 아니라 남북관계·영토규정 등 통일 관련 개정도 필요하다. 정치권이 '제왕적 대통령제'에만 초점을 맞춰서는 국민 공감을 얻기가 힘들어진다는 의미다.

박 대통령의 선택이 개헌론 확산에 결정적 변수가 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원론적으로 국회의 개헌논의를 대통령이 막을 수는 없지만, 박 대통령은 여전히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윤희웅 민컨설팅 여론분석센터장은 "여론은 당대의 대중적 지지를 받는 유력자와 호흡을 같이 하는데 지금은 그 인물이 박 대통령"이라며 "하지만 대통령 지지율이 개헌론을 확실히 억누르기에는 부족한 상황이어서 청와대와 국회간 상당한 긴장관계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은 "정치권에선 개헌을 만병통치약처럼 이야기하지만 국민은 경기침체에 따른 활성화 대책, 전세난과 주거안정같은 문제가 급하다"며 "국민도 (개헌이 번번이 무산된) 학습효과가 있으므로 성급히 개헌을 요구하기보다 개헌론을 숙성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준석 동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모두 개헌을 말하지만 지향점은 제각각이고 지금은 여야에 뚜렷한 차기 주자가 없는 상태"라며 "1년쯤 지나면 개헌론이 사라질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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